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 38기 조연우
여러분도 최근 편의점에 들를 때 ‘예전만 못하다’고 느낀 적 있으신가요? 실제로 1988년 국내에 편의점이 도입된 이후 36년 만에 처음으로 점포 수가 줄어들었습니다. 2024년 전국 편의점 수는 54,854개로 전년 대비 20곳이 감소했고, 2025년 1월부터 5월까지는 추가로 405개가 줄어 48,315개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특히 GS25는 2024년 한 해 동안 점포 120개를 구조조정했는데, 수익성이 나빠지면서 자발적으로 문을 닫는 점포가 늘었단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현재 편의점 시장은 CU와 GS25, 두 브랜드가 양강 구도를 이루며 경쟁하고 있습니다. 2024년 시장 점유율은 CU가 33.3%, GS25가 32.7%로, CU가 근소하게 앞서 있는 상황입니다. GS25의 매출은 2조 2,257억 원으로 전년 대비 1.5%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9.1% 줄어든 590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편의점 산업이 마주한 구조적 위기의 원인을 살펴보고, GS25가 내세운 전략들의 성과와 한계를 짚어본 뒤 앞으로 GS25가 살아남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편의점 산업이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1인 가구 증가와 근거리 쇼핑 트렌드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 성장 동력이 예전만 못합니다.
1인 가구 증가세 둔화
2023년 기준 1인 가구 비율이 35.5%에 이르렀지만, 2030년 전망치는 37%로, 성장세가 예전보다 확실히 낮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2030세대를 중심으로 비혼이나 만혼 경향이 이어지면서 1인 가구는 점점 늘긴 하지만, 과거와 같은 빠른 증가세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점포 출점 한계 도달
서울을 예로 들면, 편의점끼리의 평균 거리가 104.6미터에 불과해 사실상 100미터마다 한 번씩 만나는 셈입니다. 어떤 곳은 반경 120미터 안에만 편의점이 7개씩 들어선 장면도 볼 수 있습니다. 출점 여력이 거의 바닥나 버린 셈이죠. 실제로 GS25의 2025년 점포 순증 목표도 기존 500~600개에서 250~300개로 절반 수준으로 낮춘 상태입니다.
물가가 계속 오르다 보니, 소비자들 역시 지갑을 닫고 저렴한 제품을 찾게 됐습니다. 그 결과 편의점도 높은 수익을 내기 어려운 PB(자체 브랜드) 상품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실제로 GS25의 PB 상품 매출 비중은 29.1%까지 올랐습니다.
1인 가구의 온라인 쇼핑 지출 비중이 32.3%나 되지만 편의점 이용 비중은 6.4%밖에 되지 않습니다. 쿠팡이나 배달의민족 같은 퀵커머스 서비스가 편의점의 전통 영역을 차츰 잠식하는 중입니다. 예를 들어, 편의점 도시락이 8,000~12,000원인 데 반해, 배민에서는 1인분 식사가 6,000~10,000원에 가능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최저임금이 2021년 대비 18% 오른 10,320원이 되고, 임대료마저 해마다 5~10%씩 오르면서 편의점 수익 기반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특히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은 인건비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특히 야간 근무의 경우 그 부담이 더 심각한 상황입니다.
점포 수 포화로 경쟁이 치열해지자 CU는 2025년 5월, 10년 만에 주력 PB 브랜드를 ‘헤이루’에서 ‘피빅’으로 바꾸었습니다. 용량을 두 배로 늘리고도 가격은 그대로 두는 명확한 가성비 전략이었고, 출시 5개월 만에 3,000만 개를 판매, 650억 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3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세(17.6%, 21.8%, 19.1%)도 이어졌죠.
반면, GS25는 YOUUS 브랜드의 모양새만 살짝 바꾸는 리뉴얼에 그쳤고, 점점 소비자 피로만 늘렸습니다. 최근 8년 만에 새로운 BI와 함께 ‘함께 더 재미있는 유어스’라는 슬로건을 선보였지만, CU처럼 또렷하고 뚜렷한 가성비 메시지나 차별화된 브랜드의 가치를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GS25의 PB 매출 비중은 29.1%로 CU 대비 0.2%포인트 낮은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차별화된 PB 전략이 생존 여부를 결정하는 포화 상태에서, CU는 명확한 가성비 포지셔닝으로 성공했지만 GS25는 이도 저도 아닌 중도 전략으로 실패한 것입니다.
최근 고물가와 가성비를 중시하는 분위기 속에 많은 업체들이 신선식품 매출을 평균 20~30%까지 끌어올렸습니다. 하지만 GS25는 오히려 비용 구조가 더 나빠지는 상황을 맞았습니다. 실제로 신선식품 매출이 28.9%나 늘었지만, 마진율은 오히려 떨어졌고, 가격 경쟁에서도 불리했습니다. 편의점 도시락 가격이 8,000~12,000원인 반면, 배달앱에서 파는 1인분 식사는 6,000~10,000원에 불과해 소비자에게 덜 매력적인 셈입니다.
여기에 콜드체인을 유지하는 데 드는 추가비용이 점포마다 월 50만원씩 발생합니다. 콜드체인 시스템은 24시간 내내 돌아가는 대표적인 에너지 사용 설비인데, 물류센터 전기료만 해도 일반 구역보다 냉동·냉장 구역에서는 두 배가 넘는 비용이 들어 물류비 부담이 크게 늘었습니다.
결국, 신선식품 전략은 높아진 폐기율과 물류비로 인해 자연스럽게 고비용 구조에 빠졌고, 이로 인해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습니다.
GS25는 온라인 시장에 대응하려고 '우리동네GS' 앱을 통한 사전예약 서비스를 강화했습니다. 실제로 앱 사용자는 2022년 10월 145만명에서 2024년 10월 389만명으로 많이 늘었습니다.
하지만 배달앱과 비교하면 여전히 갈 길이 멀었습니다. 우리동네GS의 월간 이용자는 389만명으로, 배달의민족(배민)이 1,400만명에 달하는 점을 생각하면 5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사전예약의 매출 비중도 전체 매출의 5~10%밖에 되지 않습니다.
GS리테일은 한때 쿠팡, 마켓컬리 등과 경쟁하려고 온라인 쇼핑몰인 GS프레시몰을 운영했지만, 2023년 상반기에만 300억 원이라는 큰 손실을 기록하고 결국 사업 철수를 결정했습니다. 이후 기존 GS25 편의점 약 1만 7천 곳과 GS더프레시 420곳을 활용해 도심 소형 물류거점(MFC) 중심의 퀵커머스 전략으로 선회했지만, 요기요의 경영 불안정, 점주들의 반발 등으로 아직 정착에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입니다.
인건비 부담이 커지자 GS25는 무인점포 운영을 선택했습니다. 2020년 53개였던 무인점포는 2023년 130개로 2.5배 늘었습니다. 하지만 투자 대비 뚜렷한 효과는 찾기 어려웠습니다.
완전 무인점포 한 곳을 만드는 데 7,600만 원이 들고, 총 790개 점포에 약 600억 원이 투입되었습니다.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만 3~5년이 걸리고, 시스템 구축에도 점포별로 300만~1,000만 원이 추가로 듭니다.
그런데 고객들 사이에 "사람이 없으니 오히려 이용하기 꺼려진다"는 반응이 나오고, 주류·담배처럼 전체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품목은 판매 제한이 걸려 매출 증대도 쉽지 않습니다. 실제로 2025년 현재, 무인점포는 일반 점포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고객 유입도 더 어려워졌고, 출점 증가도 사실상 멈춰 있는 상태입니다.
GS25는 '다양하고 편리한 편의점' 이미지를 내세워 왔지만, 시장에서는 저렴하고 가성비 좋은 편의점을 원했습니다. 이 사이에서 GS25는 고급도, 저가도 아닌 어중간한 전략을 택했고, 결과적으로 뚜렷한 차별점을 만들지 못했습니다. 2016년 처음 나온 YOUUS 브랜드도 여러 번 리뉴얼했지만, 소비자들에게 뚜렷한 가치를 각인시키는 데 실패했습니다.
GS25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총 1조원을 투자했고, 이 중 8,400억 원은 디지털·IT 분야에 집중했습니다. 그럼에도 2025년 1분기 영업이익은 오히려 전년 동기 대비 39.2% 줄어든 449억 원에 머물렀습니다. 거액을 투자했는데도 실제 수익 증가로 이어지지 못한 셈입니다.
물류센터 배송을 접고 퀵커머스로 방향을 틀었지만, 이미 쿠팡·네이버·신세계 등이 자리를 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후발주자로 뛰어들어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 어려웠습니다. 실제 이커머스 시장에서 쿠팡은 24.5%, 네이버 23.3%, 쓱닷컴과 지마켓은 11.5% 점유율을 차지하는 반면, GS리테일은 아예 점유율 통계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CU는 ‘가성비’라는 뚜렷한 전략으로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대표적으로 PBICK 브랜드가 “기존 대비 2배 용량, 동일 가격”이라는 직관적인 메시지로 소비자를 사로잡았죠. 그 결과 출시 5개월 만에 3,000만 개가 팔리며 65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PB 상품 매출은 최근 3년간 연달아 두 자릿수 성장률(17.6% → 21.8% → 19.1%)을 이어갔고, 전체 상품 중 PB 매출 비중도 29.3%에 달해 업계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닭가슴살 득템’ 시리즈는 개당 1,9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국내산 닭고기를 사용해 누적 600만 개 이상 판매되었습니다. ‘990 핫바 득템’ 역시 국내산 돼지고기 함량 89% 이상을 유지하면서도 NB 제품보다 절반 이상 저렴해, ‘갓성비 간식’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편의점 시장이 이미 포화 단계에 접어든 지금, GS25는 뚜렷한 전략 없이 여러 분야에 자원을 분산시키면서 경쟁사에 뒤처진 모습입니다. CU가 하나의 축, 즉 가성비에 집중해 성공을 거둔 것과 달리, GS25는 PB·신선식품·O4O·무인점포 등 여러 전선에서 동시에 싸우다 보니 강점이 흐려졌습니다.
이제는 GS25만의 독특한 가치와 명확한 차별점이 필요한 때입니다. 단순히 가격만 내세우기보다는, 고객이 GS25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보여줘야 합니다.
GS25는 전국 1만7천여 개의 점포와 GS더프레시 420여 개 매장을 보유한 덕분에 강력한 물리적 기반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를 도심형 MFC로 전환하는 퀵커머스 전략은 좋은 방향이었지만, 실행에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실제로 2024년 GS리테일의 퀵커머스 매출은 전년 대비 67.8% 늘었고, 주류 스마트오더 ‘와인25플러스’ 주문도 190.2% 급증했습니다. 성장 가능성은 분명히 보입니다.
다만 아직 확실한 강자가 없는 퀵커머스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려면, 요기요와 협업 효과를 극대화하고 상품 구성과 배송 품질을 더 끌어올려야 할 것입니다.
일본은 인구가 우리나라보다 두 배 이상 많지만, 편의점 수는 5만7천여 개로 오히려 한국보다 적습니다. 일본 편의점들은 점포 개수를 무작정 늘리기보다는, 한 점포당 매출과 수익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기존 점포 경쟁력을 강화하며, 점포 재단장이나 집기 교체 등을 통해 공간을 효율적으로 쓰고 입점 품목을 다양화해 고객의 체류 시간과 구매 가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GS25 역시 성급한 매장 확대보다, 기존 점포의 리뉴얼과 수익성 개선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정리해 보면, GS25의 위기는 단순한 경기 침체 때문이 아니라 편의점 업계 전반의 구조적인 변화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앞으로 GS25가 살아남으려면, 명확한 차별화 전략과 선택과 집중이 필수입니다.
시장 변화의 흐름을 인정하고, 자신만의 확실한 가치 제안을 만들어야 할 때입니다. CU처럼 명확한 가성비 전략을 내세우거나, 일본 편의점들처럼 점포당 수익성을 높이는 경영을 참고해야겠죠. 그리고 퀵커머스 같은 새로운 기회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입니다.
과연 GS25가 시장 재편의 거센 파도를 뚫고 진정한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다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요? 앞으로의 변화에 함께 주목해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