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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짜샤 Nov 13. 2018

살아내어 버리겠다, 는 의지

넷플릭스 리뷰. <하우스 오브 카드>

요즘 넷플릭스에서 <하우스 오브 카드>를 열심히 보고 있다. 아침 출근길부터 퇴근길, 늦은 귀가 후 잠에 들기 전, 주말 약속 사이사이를 <하우스 오브 카드>가 꽉꽉 채우고 있다. 그런데 무언가 좀 이상하다. 분명 쉬기 위해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고 그런 취지를 생각하면 충분히 잘 쉬고 있는 건데, 점점 피곤해진다. 요새 유독 목이 뻐근하고 허리가 아프다 느끼게 된 것도 어쩌면 다 드라마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우선 드라마 시청 시간이 적정 수준을 넘어섰고, 무엇보다 <하우스 오브 카드>의 내용이 사람을 긴장시키는 탓도 크다. 피만 안 튀겼지(물론 피도 가꿈 나오고, 사람도 죽고 그러지만) 전쟁물과 다름없는 정치드라마라 한 회를 다 보고 나면 어깨가 뭉칠 정도로 보는 내내 몸에 힘이 들어간다. 하지만 별 수 없다. 나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렸고 모두가 알다시피 <하우스 오브 카드>는 너무 재밌다. 지난 주말 시즌 2를 갓 끝냈는데 남은 몇 개의 시즌들이 벌써부터 아쉬우면서도 동시에 무섭다.


<하우스 오브 카드>는 항상 더 큰 권력을 얻으려 고군분투하는 프랭크, 클레어 부부와 그들을 둘러싼 정치판의 어두운 단면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나로서는 현실이 어떤지 잘 모르기 때문에 뭐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빠르게 진행되는 사건들과 자연스럽게 뒤집어지는 반전, 그리고 어딘가 결핍되어 있지만 늘 완벽하게 보이려 노력하는 인물들의 모습이 흥미진진하다. 그리고 프랭크와 클레어가 악업을 착실하게(?) 쌓아가면서 정치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다 보면 성장드라마를 볼 때 느낄 수 있는 이상한 희열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나를 사로잡는 것은 하나의 질문이다. 대체 왜 프랭크는 대통령이 되려 하는 걸까? 프랭크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방법을 알고 있고, 실제로 그것을 어떻게든 이뤄내는 인물이다. (시즌 2까지 다 본 이 시점에 프랭크는 방금 막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동시에 그의 욕망,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추진력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버려지고, 상처 받고, 사라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계속해서 더 큰 권력을 손에 얻고자 노력한다. 그렇게까지 그 자리에 오르려 하는 배경이 궁금해지는 이유다.


하지만 드라마 속 사람들은 아무도 그에게 왜 대통령이 되고 싶은지 묻지 않는다. 그런 질문은 드라마 속 그 누구에게도, 심지어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에게도 중요하지 않다. 질문이 없기 때문에 답 역시 알 수 없다. 그저 프랭크의 무지막지한 결정들과 그 결과들을 보면서 드라마가 보여주지 않는 답이 프랭크의 마음속에는 단단히 자리 잡고 있음을 느낄 뿐이다.


나는 그런 프랭크를 보면서 삶에 대한 투지를 느낀다. 프랭크는 신의 구원을 믿지도 않고 모든 일을 자신의 통제와 계산 범위 안에 놓으려 한다.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범위의 일 역시 충분히 인식하려 하는 철저한 캐릭터다. 즉, 세상이 나를 괴롭히도록 그저 내버려두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대로 삶을 살 아내 버리겠다는 강한 ‘싸움의 의지’가 프랭크에게는 있다.


나는 그런 프랭크가 부럽다. 지금 이 순간이 아닌, 삶이라는 거대한 선 속에서 자신에게 무엇이 중요하고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똑똑히 아는 것, 그것을 이루기 위한 의지와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그리고 언제나 기대어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파트너와 함께 하는 것. 드라마가 말하고 싶은 것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 프랭크라는 악인을 응원하고 있었고, 동시에 내 삶을 응원하고 있었다. 나 역시 (물론 악하지 않은 방법으로) 내 삶을 ‘잘’ 살아내고 싶기 때문이다.


<하우스 오브 카드>는 분명 어두운 기운을 내뿜고 있지만 그것이 나에게 주는 영향은 매우 긍정적이다. 악인에게 스스로를 이입하면서 잘 살아갈 기운을 얻고 있는 아이러니함, 이런 게 바로 이야기가 가질 수 있는 힘이 아닐까. 교훈적이지도,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지도 않지만 나를 충분히 고민하게 하는 재미난 이야기. 그런 의미에서 <하우스 오브 카드>는 좋은 이야기에 대한 나만의 기준을 세우는데 좋은 레퍼런스가 될 듯하다. 물론 끝까지 봐야 알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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