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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츠심 Sep 12. 2021

나는 외향적일까 내향적일까?

진민영 <내향인입니다> 책 리뷰

이번 주는 무슨 책을 읽을까 고민하며 스크롤을 연신 내리고 있던 찰나 손가락은 멈췄다. 수많은 책들 사이에서 궁금증을 유발하는 책이 눈에 탁 걸렸다. 이번 주는 이거다. 내향인이라는 친근하면서 낯선 단어에 이끌렸다. 작가가 말하는 내향인은 무엇이며 그렇다면 나는 내향인일까 외향인일까? 궁금했다. 책의 내용도, 나의 성향도. 나 자신에 대해 알아가고 정의를 내리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겐 충분히 흥미로운 주제이다.



혼자 그리고 우울. 내가 생각하는 이 책의 키워드다. 두 가지의 단어가 익숙하지 않아 불편한 사람들에겐 쉽게 추천하긴 어려울 것 같다. 공감 가는 부분이 없어 중간에 책을 덮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의 경우엔 이 두 가지 단어가 내 일상과 같은 단어인지라 잘 읽었다. 특히 우울을 소재로 한 이야기들이 많이 와닿았다. 읽는 내내 나의 우울 동지들이 떠올랐다. 나의 마음 그리고 그들의 마음을 들여다본 것 같은 한 문장 한 문장들이 좋았다.


혼자가 행복한, 이 책의 부제이다. 어린 시절 무언가를 혼자 한다는 것은 부담스럽고 피하고 싶은 일이었다. 혼자 밥 먹는 것도, 혼자 카페에 가는 것도, 혼자 영화를 보는 것도, 혼자 쇼핑을 하는 것도. 무언가를 잘못한 것처럼 자꾸만 눈치가 보이고 나를 이상하게 바라보는 것만 같은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였다. 단지 둘이 아니라는 이유, 혼자라는 이유가 그렇게 생각하게 했다. 혼자라서 힘들고 싫었다.

물론 지금은 그렇지 않다. 되도록이면 많은 일을 혼자 하려고 한다. 특히 두 가지에 한해서는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보다 혼자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극장에서 혼자 영화를 보고, 이곳저곳 둘러보며 혼자 쇼핑하는 것. 이 두 가지는 확실하게 혼자 하는 것이 좋다. 어느새 혼자 하는 것에 대한 취향도 명확하게 생겼고 더 이상 눈치를 보지도 않는다. 혼자라는 것이 아무렇지 않게 되었다.

어린 시절 나는 외향적이었는데 자라면서 내향적으로 바뀌게 된 것인가? 그래서 혼자가 편해진 것일까?



이 책은 총 다섯 개의 카테고리로 나누어져 있는데 끝으로 갈수록 좀 아쉬웠다. 1부, 2부, 3부까지는 우울과 혼자에 대한 이야기로 격한 공감을 이끌어냈다. 4부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조금 재미없고 다소 지루했다. 작가의 어린 시절 성장 배경에 대한 이야기에선 나와의 공통분모가 없었던 탓에 영혼 없이 읽었다. 읽는 내내 나는 아, 그렇구나.. 응응.. 과 같은 영혼 없는 리액션을 마구 날렸다. 그리고 마지막 5부. 작가의 취향에 대한 이야기인데 이 또한 나와 비슷한 부분이 없어서 그냥 그랬다. 나는 외향인에 대한 책을 읽어본 적이 없던지라 외향인에 대한 정의와 그들에 대한 묘사를 더 읽고 싶었으나 그럴 수 없었다. 맛있게 먹고 있던 음식을 남긴 채 나온 느낌이다. 자꾸만 생각나서 아쉽다. 공감으로 시작해 공감으로 끝나고 싶었는데.. 아아 많이 아쉽다.

내가 조금 더 내향적인 사람이었다면 이 독서는 공감으로 끝났으려나? 음, 이게 문제는 아닌 것 같네.  


내용 구성에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만 내가 가장 중요 시 여기는 문체 부분에 있어서는 그렇지 않다.

심플 이즈 더 베스트. 작가의 문체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꾸밈없이 깔끔하고 명료한 문체가 읽는 내내 편안함을 주었다. 꾸미지 않은 겉 멋들지 않은 표현들도 좋았다. 또한 왜인지 모르겠으나 작가와 만나서 이야기하는 상상을 종종 하게 했다. 뭐랄까, 좋은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느낌.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강했다. 두루뭉술하지 않은, 시원하게 솔직한 대화가 될 것 같아서 일지도 모르겠다. 군더더기 없어서 좋았다. 군더더기 없는 심플한 사람일 것 같아 궁금하기도 하다.



성격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나는 내성적이에요라고 말하지, 내향적이에요라고 말하지 않는다. 반대로 외향적이라고 말하지만 외성적이라고 하지 않는다. 이상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단어들이 이상하게 보였다. 내향인의 관점에서 이런 사소한 것들이 은근 폭력적인 부분이 아닐까?

최근 읽었던 책들 중에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성향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고, 성향에 대한 차이를 인정하고 좀 더 깊게 이해하게 되었다. 조금 더 성숙한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외향적인 게 좋은 거고 그래야만 한다는 식의 분위기가 만연하다. 작가가 어린 시절 강요받았던 외향성이 이런 것이겠지. 외향성을 더 높게 사는 분위기가 바뀌는 게 어렵다면 각자의 다름을 존중하는 분위기 정도는 되었으면 좋겠다. 그게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잖아?


그래서 나는 외향인인가? 내향인인가? 나는 진민영 작가처럼 완전한 내향인이라고 할 순 없지만 외향인이라고 하기엔 내향적인 성향을 가진 부분이 많다. 나는 홀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하는 외향인, 우울감이 다소 지배적인 외향인, 외향과 내향 그 둘의 어느 중간쯤 있는 사람. 그게 나의 결론이다. 꼭 이분법으로 나눠야 하나? 나는 강한 외향성을 가진 사람이지만 분명한 내향성이 존재하는 어중간한 사람이다.




구월 첫째 주 독서 기록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


둔감한 사람들의 삶이 편해 보인다고 생각한 적도 있으나 더 이상 그들이 부럽거나 이상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둔감한 만큼 감동도 감상도 깊이가 다르다. 내가 가진 민감성은 나에게 충만감을 맛보게 하고, 사소함에서 '특별함'을 발견하게 한다. 벅차오르는 감동으로 삶이 더욱 풍요로워진다.
외로움은 '혼자'라는 상황이 만드는 감정이 아니다. 내향적인 사람이라 외로움을 덜 느끼고 사교적이라서 더 느끼는 것도 아니다. 어차피 인간은 외롭고 고독하고 공허한 존재다. 사랑받아도 사랑해도 혼자여도 어울려도 언제 어디서 '외롭다'고 느낄지 누구도 알 수 없다.
진짜배기 내향인과 진짜배기 외향인은 적절하게 '함께'의 근육을 키우고 '혼자'의 내용을 쌓기 위해 노력한다. 진정으로 자신의 성향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내향성과 외향성 뒤에 숨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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