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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츠심 Sep 02. 2021

시시한 일상도 써보면 새롭다

이하루 <내 하루도 에세이가 될까요?> 책 리뷰

최근 두어 달 정도는 신나게 글을 썼다. 무슨 기운이 날 그렇게 이끌었는지 모르겠다. 떠오르는 글감이 많아 글 쓰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요 며칠 사이 글쓰기에 대한 마음이 시들해졌다. 글 쓰는 것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잘 해내다가도 이렇게 꽉 막히는 때가 종종 있다. 그럴 땐 글을 쓰지 않는다. 이번에도 그랬다. 잠시 글 쓰는 것을 쉬었다. 그래봐야 일주일 조금 넘는 시간이었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이 참 불편하고 불안했다.


답답한 마음이 조금이나마 해소될 수 있길 기대하며 책장을 넘겼다. 이 책은 10년 넘게 글쓰기를 업으로 삼은 작가의 글쓰기 팁을 담고 있다. 이미 글쓰기에 관한 책은 무수히 많이 나와있다. 다들 글은 이렇게 쓰라, 저렇게 쓰라 자신들의 기술을 알려주고 있고 나는 알고 싶었다. 글을 잘 쓰고 싶으니까. 하지만 이미 몇 권의 책을 포기했다. 그들이 말하는 글쓰기 팁은 이론적으로는 이해가 되지만 실전에 적용하기 어려웠다. 그것은 분명하게 이해하지 못했다는 말인데, 아마도 내 이해력이 부족한 탓이겠지? 이후에도 내 눈높이에 맞춰진 책은 쉽게 찾지 못했고 결국 고스란히 책을 덮을 수밖에 없었던 지난날들이다.


그에 반해 이 책은 구성이 참 마음에 들었다. 작가의 에세이 한 편, 그에 관련된 글쓰기 팁 하나를 번갈아 보여주며 어떻게 적용되었고 어떻게 응용하면 되는지 한눈에 볼 수 있다. 이해가 쏙쏙 되는 바람에 내 글쓰기의 문제점까지 파악하게 되었다. 드디어 내 눈높이에 맞는 책을 찾다니. 덕분에 이번 책은 포기하지 않은 채 마지막 장을 만날 수 있었다. 글쓰기에 관한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되어 큰 배움이 있었다고 말하긴 어렵다. 큰 가르침을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글쓰기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내고, 글쓰기가 편해지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은 분명하게 알려준다. 요즘 나에게 필요했던 그것. 잘 얻어 갑니다.



글을 쓰다 보면 글감이 참신하거나 대단해야 한다는 생각에 빠질 때가 있다. 시시하고 심심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나에게 흥미로운 글감이 떠오르는 경우는 많지 않다. 괜스레 의기소침해진다. 그때부터 글 쓰는 게 머뭇거려지다가 어려워진다. 지금 딱 그 상태이다. 글쓰기가 대단해야 한다는 늪에 빠진 그 상태.

20편이 넘게 수록되어 있는 에세이는 특별한 글감도, 재미있는 글감도 아니다. 지극히 일상적인 소재의 글감이다. 나는 최근 대단 대단 병에 걸려 일상을 너무 얕봤다. 내 일상도 충분히 에세이로 쓰일 만한 글감이 많다는 것을 잠시 잊었다. 맞다. 작가의 말처럼 시시한 일상도 써보면 새롭다. 나는 그 새로움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다시 잘해볼 마음이 불끈 생겼다.


이십  중반 어느 무렵, 나에겐 꿈이 생겼다. 마흔쯤 되었을   이름  글자가 새겨진   권을 만들어내리라. 나는 앞으로 에세이를   쓰고 싶다. 나는 앞으로 오랫동안 에세이를  것이다.  쓰는  질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언제나 즐거웠으면 좋겠다.




팔월 넷째 주 독서 기록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

분명 이곳저곳에서 글을 공유하다 보면 수많은 천재를 만나게 될 것이다. 하필이면 그 천재가 나와 비슷한 주제로 글을 써서 내 글과 비교될 때도 있다. 그러나 천재는 천재일 뿐이고, 나는 나다. 오늘 내가 쓴 글이 초라해 보인다고 내일부턴 쓰지 않겠다고 하지 마시길.
나를 뺀 모두가 멋지게 사는 것만 같아 자신이 작고 초라하게 느껴질 때, 과거 상처로부터 단단히 발목이 붙들려 있다고 생각될 때,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 싶을 때, 이럴 때조차 우리의 삶은 꽤 쓸만하다. 아니, 이럴 때일수록 삶은 글로 볼 만한 가치가 있다. 벌어진 일은 되돌릴 수 없지만, 글을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며 내 삶의 의미를 변화시킬 수 있다.
우리는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망'과 '부족한 자신을 그대로 사랑해주지 못한다는 자책감'을 동시에 안고 살아간다. 종종 모순적인 두 마음이 부딪쳐 혼란스러울 때도 있다. 솔직한 글쓰기는 이런 갈등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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