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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담한 편지 May 12. 2024

가짜노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에게

고사리에게.

매번 고살아, 고살아 라고 부르니 언제 마지막으로 본명을 불렀는지 기억도 나지 않네. 고사리라는 별명은 우리가 대학생이던 시절, 밤을 새워가며 함께 고스톱을 칠 때 화투장을 들고 있던 너의 손이 고사리손 같다며 내가 지어줬었지. 지금 생각해도 작명을 참 잘한 것 같아.


대학교에서 만나 십몇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우리는 참 많은 주제로 대화를 나눴었는데, 최근에는 가짜노동과 출판사 민음사에 대한 이야기만으로도 몇 시간을 수다스럽게 보냈어.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중요한 것을 계속 놓치며 살고 있는 것 같다는 대화를 하면서.. 나는 적어도 몇 톤(t)은 나갈 것 같은 ‘질량’의 질문들을 안고 사는데 사람들한테 이야기를 잘하지 않아. 그냥 공중으로 흩어질 말이 될 뿐이라는 걸 아니까. 그 안고 사는 질문 중 가장 많은 부분들을 그래도 고사리와 함께 이야기 나눴던 것 같아.(가장 많은 질문을 공유한 친구 top2야) 우리가 여전히 많은 감정과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사이라는 건 아주 기분 좋은 일이야. 내가 어떤 말을 해도 고사리는 이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니 그런 사람을 가까이 둘 수 있다는 건 큰 복이라 생각해.


함께여서 눈물 날 만큼 웃겼던 추억들도 너무 많아. 내가 라디오 프로그램에 의뢰해서 dj였던 노홍철이 고사리에게 전화했는데 스팸번호인 줄 알고 받지 않아서 화났던 일, 갑각류 알레르기가 있는 네 앞에서 내가 간장게장을 먹어서 네가 울었던 일, 수업 시간에 말 한마디라도 걸면 예민하게 굴더니 나중엔 혼자 졸고 있어서 나를 열받게 했던 일 등 생각해 보니 웃긴 일보단 화나던 일들이 더 많이 생각나네. 역시 나는 화가 많은 사람인가 봐.


너무 가까운 사이라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에 ‘너는 아직도 나를 모르냐’며 한탄할 때가 많지만, 나를 가장 많이 알고 나를 가장 잘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은 고사리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단다. ^_^ 내가 네모나면 네모난대로, 세모나면 세모난대로 앞으로도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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