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서 말하듯 정말 불확실한 소설이다.
10여 년 전쯤 <상실의 시대>를 읽은 이후 처음 접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이었기에, 저자에게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의 신작을 읽었다.
소설은 내내 불확실했다. 소위 말하는 '떡밥'들이 마지막 3부에서 완성된 퍼즐처럼 완벽하게 회수될 줄 알았는데, 일관성 있게 마지막까지 불확실했고, 알고 보니 원래 그게 하루키 스타일이라고 한다.
소설 속 스토리는 이렇다.
소년이 열일곱 살이던 시절, 열여섯 살 소녀를 만나 연애 감정을 느낀다. 소녀는 소년에게 자신은 그림자일 뿐이며, 실제 본체는 다른 세계인 '벽에 둘러싸인 도시' 안에 있다고 말한다. 소년은 소녀의 본체를 찾아 벽에 둘러싸인 도시로 가게 된다.
하지만 저자는 소년이 어떻게 도시와 현실세계를 오가는지 끝까지 알려주지 않는다. 그저 내내 '초월적인 존재'의 존재를 인정하는 듯 말한다.
'무언가'에 이끌려 여기까지 온 것,
'무언가'가 나를 재우지 않으려 한다,
자신의 의지를 '초월'하는 의지가 작용한다며.
성경 속 이야기가 생각나기도 했다.
도시에서 짐승이 주민을 대신해서 죽는다는 것은 죄인의 죄를 사하기 위해 대신해서 죽는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고, 벽 안의 도시에서 맛있다고 느낀 것은 '사과'가 '처음'이라는 장면과 사과향은 기분이 좋은 동시에 위험하다고 말하는 장면은 아담과 이브의 사과가 상징하는 '금기', '욕망'을 떠올리게 했다.
소설에서는 몇 번이고 반복해서 '벽에 둘러싸인 도시'를 '완결된 형태'라고 말한다. 처음에는 완결이라는 의미가 모든 것을 충족시키는 '완벽하다'라는 의미인 줄 알았으나 그렇지 않았다. 완벽이 아닌, 시간이 무한하게 영원하다는 '영원성'을 말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저자는 제목에서 분명히 이야기한다. 그 벽은 불확실하다고. 그럼 이렇게 정리해 볼 수 있을까
벽=완결(확실)
벽=불확실
아마도 불확실한 존재에 대해 정의를 내리는 순간, 그 확실함이 그 존재가 존재하지 않게 함을 의도한 것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