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가 무엇인지 도대체 알 수 없는 뭉클함이 가슴팍에 가득 들어차는 순간이 있다.
숨을 한가득 들이 마셨을 때 팽팽해지는 폐처럼, 심장의 언저리가 일순 빵빵해졌다가 스르르 힘이 빠지면서
말캉해지는 상태.
환희라고 해야 할까, 숨이 가빠지고 심장 박동수가 오르는 듯한 벅찬 기분이다.
문득 고개를 돌렸을 때 내가 서 있을 수 있게 말없이 받쳐주고 있던 힘을 발견하는 순간에는, 그만 그 자리에서 무너져 내리고 싶어 진다.
내가 이토록 사랑받고 있었다는 사실은, 넘어져 무릎이 까져도, 피를 철철 흘려도 나를 죽지 않고 살아가게 한다.
최초로 실연을 경험하곤 어찌할 바 모르고 부유하는 마음을 안고서 열병을 앓았던 새벽.
펄펄 끓는 내 이마를 지긋이 감싸던 엄마의 손바닥 온도를 전해 받고는 다음날 거짓말 같이 멀쩡해졌더랬다.
사람에게 다친 마음을 사람에게서 치유받는 아이러니.
그래서 사람은 그토록 사람을 등지고 싶어 하면서도 열렬히 함께이기를 바라는 것일까.
인간 생활의 세 가지 기본 요소에 나는, 사람의 온기를 꼭 보태야겠다.
사람이 삶은 살만한 것이라고 느끼는 충만한 기분은 혼자일 때는 느낄 수 없는, 꼭 여럿이서만 완성할 수 있는 퍼즐 같은 것이므로.
마지막 남은 삼겹살 한 점이 탐나지만 사랑하는 이의 입으로 들어가는 것을 흔쾌히 바라보고,
앓고 있는 내 사람을 위해 뭉근한 불 앞에서 오래오래 죽을 끓이거나,
맛있는 식당에 갔을 때 굳이 연락하여 다음엔 꼭 같이 오자 말한 적이 있다면,
그리고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에 우산은 가지고 있는지 문득 궁금해졌다가 우산 두 개를 챙겨 슬그머니 집을 나선 적이 있다면,
당신은 누군가를 보이지 않게 지탱해주고 있는 중이다.
만약 그런 선의를 받은 적 있다면 당신은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사랑에 의해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사람에게서 삶에 온전히 편입되어 부드럽게 섞이고 있다는 확신을 받고, 그로부터 나는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심을 키운다. 그것도 아주 많이.
사람의 마음을 전해받는 일은 어째서 이토록 저릿하단 말인가.
어쩜 이리도 대책 없이 따뜻해서 마치 내가 나쁜 사람이 된 것 마냥 울컥 눈물 쏟게 하는 것인가.
이래서 사람은 사랑하고 사랑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것을, 나는 내 소중한 사람들을 통해 매 순간마다 배운다.
이마에 얹힌 엄마의 보드라운 손의 온도를 안간힘을 써서 기억하려 한다.
한 계절을 앓고 있던 내게, 자신의 소중한 책을 바리바리 싸서 두 박스나 보내주었던 친구의 마음도 꼭 새겨두려 한다.
언제나 믿는다는 동생의 진심 어린 말이나, 내가 아프면 얼마나 멀리 있든지 한달음에 약국으로 달려가 약을 사오는 아빠의 애달픈 마음도, 반드시.
언젠가 마음 쓰린 일 하나 생겼을 때 그것들로 한동안 넉넉히 버틸 수 있을 것이다.
그 옛날 그랬던 것처럼.
그러니 당신도 얼마쯤 시간을 내어 주변을 훑어보았으면 한다.
따뜻한 미소를 머금고 당신을 바라보는 눈빛에 눈을 맞추어 보았으면 좋겠다.
그것이 당신을 또 한번 기꺼이 살아가게 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