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의 디스플레이나 온라인 쇼핑몰의 사진을 통해 계절의 변화를 가늠하던 내가, 시장에 나온 제철 과일과 채소를 관찰하거나, 또는 흠칫하더니 와르르 변해버리는 나무와 풀의 색깔을 바라보며 미세한 바람의 온도 변화를 감지한다.
마음이 허해서 함께 시간을 때워줄 이를 하이에나처럼 찾아다니던, 가엾던 과거 모습을 뒤로 하고 혼자의 시간을 즐기며 이제는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다.
허영을 위한 쇼핑을 한지가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고, 미용실은 상한 머리를 잘라내는 일로 종종 찾을 뿐이며 격식을 굳이 차릴 자리가 아니라면 근사한 구석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차림을 해 다니지만 이런 변화가 무척이나 기꺼운 것은, 변화하는 내 자신이 꽤나 마음이 들어서다.
몇 년 전이었다면 상상도 못할 이런 모습이 좋은 건 남들의 시선을 조금 덜 의식하면서 조금쯤 자유로워졌다는 자의식이 생긴 까닭이다.
칼럼니스트 곽정은은 제대로 된 사람을 만나고 있다는 사실은 그로 인해 변하는 내 모습이 마음에 든다는 것에서 증명된다고 하였다.
나는 이 말에 백 프로 공감하며 고개를 주억거렸더랬다.
그러면서 이 명쾌하고도 울림 있는 말은 단지 인연을 만나는 일에만 적용되는 건 아니라고도 생각했다.
그건 삶의 여정에서 방향을 결정하는 일이나, 살면서 부단히 해나가야 할 정체성 확립에도 탁월하게 어울리는, 가히 지침이 될 만한 말이었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고민되는 시기가 있다.
사람마다 고민의 주기나 깊이가 다를 뿐.
앞으로 그런 고민이 들 때면 나는 이런 처방을 내리기로 한다.
과거와 비교하여 내가 지금 있는 장소가, 위치가 그리고 변한 내 모습이 마음에 드는지 아니면 거침없이 갈아엎고 싶은 지를 판단할 것.
지금의 모습이 마음에 든다고 하여 불안하지 않거나 막막하지 않은 건 아니다.
그러나 조금 힘들거나 불편할지라도 지금의 모습으로 있는 게 행복하다면 나는 기꺼이 그 모든 것들을 감수하겠다고 다짐했다.
행복이란 건 거창할 것 없이 마음에 드는 내 모습과 함께 지내는 거니까.
이기적이지 않을 만큼 내게 집중하고 사색하고, 내면으로 침잠하는 일.
그리하여 마음에 드는 내 모습으로 조금씩 변화하는 것. 이것이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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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저녁으로 날씨가 쌀쌀해요.
몸이 가장 먼저 알아채죠.
조금 춥게 자면 곧바로 칼칼해지는 목, 까칠해지는 피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앓고 지나가는 사소한 몸살같이, 어쩌면 새로운 어떤 곳으로 가기 위해선 약간의 진통이 필요할지도 몰라요.
혹, 그런 시기를 겪고 계신가요.
괜찮을 거예요. 전부.
올바른 방향으로만 가고 있다면, 과정에서 오는 아픔이나 불안은 언젠가 또 하나의 과거가 될 테니까요.
좋은 밤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