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날수록 인간관계의 폭이 협소해지는 건 안타깝지만, 건전한 대화와 가식없는 만남을 이어갈 수 있는 인연들로 관계의 망이 재편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이다.
삶에 대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생각과 태도가 건강한 사람은 계속 만나고 싶고 눈 맞추고 싶고, 한 공간에 존재하며 함께 숨쉬고 싶다.
짧은 대화만으로 살아갈 이유를 줄 수 있는 관계란 얼마나 고마운 인연인가. 그래서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고 싶었고, 지금도 그 욕구는 여전하다.
차이가 있다면, 예전에는 좋은 사람이 내게 제발로 찾아와 주기를 바랐다면 지금은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기를 바라고 노력하게 된다는 것.
어릴 때는 내가 알지 못하는 세계를 살고 있는 누군가가 내게 다가와 찌릿한 자극을 주기를 열렬히 바랐다면,
몇살 더 먹은 지금은 나도 나만의 세계를 살며 나만의 깊이와 폭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더해진다.
소중한 인연이 내게로 왔을 때, 그가 나를 통해 또다른 세상을 보았으면 한다.
그가 나를 통해 보게 될 새로운 세상에 의해 그의 세상이 작게나마 진동할 수 있다면 나도 꽤 괜찮은 삶을 살고 있다고 자위할 수 있을 테다.
'나'와 '너'가 만나 서로의 세상을 들여다보며 '나의 세상'과 '너의 세상'이 가진 각각의 색깔을 조심스레 섞어보았으면 한다.
그렇게 다른 삶을 살던 당신과 내가 각자의 삶을통해 배우고 깨달으며 조금씩 물들어갈 수 있다면,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책을 읽지 않던 사람이라 할지라도 네가 권해주는 책을 읽어보고 싶다, 하여 어떤 책을 권해줘야할지 고민하며 하루종일 나로하여금 설레게 하는 사람 이었으면 좋겠고,
활동적인 운동을 싫어하는 내게 몸을 움직이는 기쁨과 자유를 알게 해주는 그런 류의 사람이었으면, 낯선 곳에 발딛기 두려워하는 나를 자연스레 그곳으로 이끌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다른 것 끼리 조심스레 섞이는 일은 이렇듯 언제나 오묘하다.
좋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 내가 먼저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은, 내게는 이런 말이다.
내게 와줄 소중한 누군가에게 수줍게 건네기 위해 삶에 대한 좋은 생각과 태도를 갖추고 세상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지혜를 쌓아야 한다는.
그래서 예쁜 색과 맑은 향으로 내 삶을 가득 채워야 한다는.
앞으로 만날 모든 인연에 내가 줄 수 있는 향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가꾸고, 채워가는 삶.
만나고 싶은 류의 사람을 머릿속으로 그리기보다, 내가 보여줄 수 있는 세상의 색깔은 어떠한지를 먼저 돌아보는 태도.
나를 위한 일이며, 어떤 모습으로 만나게 될지 아직 모르는 당신을 위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