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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윤형 Apr 20. 2016

살균제가 무서워요, 가습기살균제의 역습

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윤형 기자의 건강이슈 체크

지난 2011년 대한민국에는 끔찍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임산부와 영·유아들이 원인 미상의 폐손상으로 사망했고, 이러한 원인으로 지목된 것이 바로 ‘가습기 살균제’였기 때문인데요.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만 146명이고, 작년 신고돼 조사 중인 게 79명, 올해 14명까지 합하면 총 '239명'의 목숨 앗아간 대참사가 일어났습니다. 잠재적 피해 규모까지 합치면 피해자가 수천 여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렇듯 세균을 죽이기 위해 사용한 살균제가 '사람'을 죽이게 한 치명적인 물질이라 것이 밝혀지며 충격을 주고 있는데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고통을 겪은지 정확히 5년 만에야 제조 기업들이 사과를 하고, 피해보상에 나서겠다고 하고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5년이나 지난 사건이, 이제저야 본격 수사가 진행된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서울중앙지검은 특별수사팀을 꾸려 옥시 등 가습기살균제를 제조 및 판매한 회사들을 대상으로 소환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대표적인 제품이 다국적 기업 옥시레킷벤지커의 '옥시싹싹'이며, 롯데마트의 PB 제품 등이 지난 2005년부터 PHMG를 원료로 사용해 판매하다 가습기살균제 사태 이후 판매를 중단했습니다.


그렇다면 가습기 살균제의 어떤 성분이 문제가 된 것일까요. 당시 사고 원인을 조사한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이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PHMG)'을 폐손상의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피해자들 중에는 폐가 딱딱하게 굳어 섬유화가 된 분들도 있고, 폐가 쪼그라들어 더 이상 숨을 쉴 수 조차 없었던 분들도 있었습니다. 살균을 목적으로 한 살균제가 사람을 공격하는 무기가 되리라고 누가 상상을 했을까요.


당시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는 역학조사를 실시했으며, 폐질환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로 추정된다는 보고를 발표했습니다. 문제는 당시 기업들이 가습기살균제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고, 이를 판매한 업체조차 정확하게 입장을 밝히지 않은 체로 사건은 유야무야 흘러간 것입니다. 정부가 책임 회피를 이어가는 사이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자는 늘어만 갔습니다. 그러나 살인 살균제를 제조한 기업들에게는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졌을 뿐입니다.


유족들은 질병관리본부 결과 발표해 분개했고, 2012년 가습기 살균제 제조 및 판매사 10곳을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당시 검찰은 일반 형사사건으로 보고 검사 1명에게 수사를 맡겼고 이듬해 사건을 시한부 기소중지했습니다. 피해사례 300여건에 대한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결과를 기다려야 했기 때문인데요. 그리고 이제서야 수사가 재개된 것이죠. 그 사이 또 다른 사망환자들이 발생했다. 


현재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자는 약 300여명(공식적)이라고 추산되고 있으나, 실제 피해자는 29만명에서 227만명까지 추산된다는 조사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살인 '살균제'를 만든 제조사, 즉 기업을 비난하는데요. 물론 제조사의 책임이 가장 큽니다. 하지만 이 사건의 본질은 결국 이러한 위험 제품을 허가한 규제당국의 허술함에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더불어 '살균제' 안전성 논란도 대두될 수 밖에 없는데요. 우리 주의에 수많은 살균제들이 있죠. 손세정제, 치아 세정제 등등.. 물론 가습기 살균제는 호흡기를 통해 직접적으로 위험물질이 유입된다는 것이 가장 치명적이었는데요. 그렇다고 피부에 닿는 세정제들이 100%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아울러 호흡기나 코점막을 통해 인체에 유입될 수 있는 방항제 역시 안전성 논란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화학물질의 수는 10만 가지가 넘는데요. 이 화학물질이 모두 안전성이 검증된 상태에서 사용되지 않습니다. 독성이나 인체영향, 환경 피해 등이 충분히 평가되지 않은 채 쓰이는 일이 상당히 많기 때문입니다. 실제 화학물질 중에는 건강과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한 물질이 있습니다. 흔히 고위험물질(발암물질·돌연변이물질·생식독성물질·환경호르몬·분해되지 않고 장기간 생태계에 축적되는 물질 등)이라고 불리는 것들입니다. 선진국에선 이들 화학물질, 발암물질에 대한 규제가 엄격합니다. 

 

그러나 한국은 가습기살균제 사태로 인해 부실한 관리가 드러났습니다. 

대한민국이 언제쯤 안전한 나라가 될까요. 더불어 피해자들의 아픔은 무엇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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