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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윤형 Jul 20. 2015

ADHD가 만들어 낸 가짜 질환이라고?

글: 장윤형 기자




우리 아이가 산만한 걸 보니 혹시 ADHD가 아닐까.


아이가 산만하고 집중력이 떨어진다면 한번쯤 의심해보는 질환이 있다. 


바로 ‘ADHD(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즉 주의력결핍장애다. 보통 새 학기가 시작되고 한 달이 지나도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채 매일 아침 등교하길 거부하며 떼쓰기를 멈추지 않는 아이가 있거나, 학교 수업시간에도 적응하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거나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다니는 아이, 집중을 하고 싶어도 집중을 하지 못하고 계속 산만한 아이가 있다면, 부모들은 ADHD를 의심한다. 


ADHD(주의력결핍장애)는 누구나 알 정도로 유명한 질환이 됐다. 그런데 이러한 ADHD가 만들어 낸 ‘가짜 질환’이라는 게 언론에서도 화제를 모은 바 있다. ADHD가 의사들과 제약사들이 ‘만들어 낸’ 질환이라는 내용이 방송되면서부터다. 우리나라에서 ADHD 소아가 급증하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질병이 유명 제약사들이 약물을 팔기 위해 돈벌이 수단으로 만들어 낸 ‘세상에 없는’ 질환이라는 것이다. 


우선 이 질환이 무엇인지 알아보기로 했다. 정신과 전문의에 의하면, ADHD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말이 많거나 부주의한 실수가 잦으며 충동성이 강한 특징을 나타낸다. 흔히 생후 초기부터 까다롭다거나 활동이 많은 특징을 보이는 수가 많다. 그러다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들어가 단체생활을 시작하면서 흔히 발견된다. 여아보다 남아에게서 3∼4배가량 더 많이 발병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약 70∼80%는 만 4세 이전에 발병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DHD가 발생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주변에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혹시 ‘내가 산만해서 아이도 산만한 것 아닌가’ 하는 죄책감도 많이 갖는다고 한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물어보기로 했다. 환경적 요인이거나 유전적 요인 중 어느 게 더 크게 작용할까? ADHD의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다.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데, 전문가들은 유전적 요인, 뇌의 전두엽 기능 저하로 인한 신경전달물질의 이상, 출산과정에서의 뇌손상 등으로 본다. 그러니까 유전적 요인과 증상이 나타날 경우 아이나 부모의 잘못이 아니므로 아이를 나무라거나 부모 스스로 자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문제가 심각하지 않으면 약물치료 없이 환경조절이나 부모상담, 행동수정 방법 등을 우선적으로 시행한다는 게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상태가 중한 경우에는 중추신경자극제와 항우울제 등을 이용한 약물치료를 해야 한다는 설명도 있다.





- ADHD는 제약사와 일부 의사가 만들어진 ‘가짜 질환’? 


그런데 일부에서 ADHD가 ‘만들어 낸, 가짜 질환’이라는 의혹이 돌아 전 세계 부모들이 충격에 빠졌다. 그래서 ADHD가 정말 실재하는 질환인가에 대해 궁금해졌다. 


앞서 한 방송사에는 ADHD가 만들어낸 질병이라는 내용을 보도하며 논란이 된 바 있다. 이 방송에서는 ADHD에 충격적인 역사가 있다는 것을 밝혔다. 여기서 말하는 충격적인 역사라는 것은 ADHD를 치료해 온 소아 정신의학자인 레온 아이젠버그 박사가 사망하기 전 발표한 양심 고백에서 비롯됐다. 그는 ADHD가 만들어 낸 질병의 전형이라는 것을 폭로해 화제를 모았다. 제약회사로부터 후원을 받아 ADHD라는 새로운 질병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그래서 ADHD 약물 치료가 필요하지도 않는 아이들에게까지 쉽게 약을 처방하고 복용하게 했다는 것이었다. 다국적 제약사가 만들어 낸 조작된 질병으로 인해 수많은 건강한 아이들이 ADHD 약을 먹었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었다. 


현대에는 의료기술의 발달로 다양한 질환이 발견되고, 또 치료가 가능해지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제약회사와 의료계가 돈을 벌기 위해 새로운 질병들을 만들어낸다는 비판도 받아오고 있다. 책 ‘없는 병도 만든다’를 저술한 요르크 블레히 역시 이러한 내용들을 폭로하기도 했다. 이 책에는 보건의료 분야를 꾸준히 취재해 온 나에게도 꽤나 흥미로운 내용들이 담겨 있었다. 이 책에는 인간들의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자연스러운 현상(대표적으로 우울한 감정 등)이 병적인 영역으로 고착화되고 점차 체계화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니까 인간이 자연스럽게 가지는 모든 감정적 산물들을 자꾸 ‘질병화’ 시키는 점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유명 제약회사와 의사나 약사 등이 결합하여 온갖 질병을 만들어 내고 또 이러한 질병이 있다는 점을 환자들에게 알려, 그로 인해 약을 먹게끔 만들어 수익을 얻는다는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이러한 약물을 오남용 하는 문제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ADHD 약물인 ‘메틸페니데이트’는 ‘기분을 좋아지게 하는 약’으로 알려지며, 젊은 미국인들에게 불법으로 유통되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내가 아는 지인들 중 강남에 거주하는 학부모 중에는 아이가 혹시 집중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아 병원에 아이를 데려가기도 한다. 그러다 다양한 약을 처방받는다. 실제 한 통계를 보면 강남 등 주요 도심에 사는 아이들이 농어촌이나 지방에 사는 아이들에 비해, 돈이 많은 집 아이들이 상대적으로 저소득층 아이들에 비해 ADHD 질병을 앓는 확률이 높다고 한다. 그러니까 소위 말해 강남에 거주하는 ‘극성 엄마’들에 의해 ADHD 판명을 받는 자녀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명 ‘집중력이 좋아지는 약’ ‘머리가 똑똑해지는 약’으로 불리는 이러한 ADHD 약물들이 오남용 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전문의들은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적극 부정하고 있다. 일단 ADHD 질환은 정의도 모호하고, 이를 위한 검사도 굉장히 복잡하다. 그렇다 보니 이 질환을 판명하기는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이들 의사들도 인정한다. 보통 엄마들이 알고 있는 ADHD의 가장 큰 특성 중 하나는 ‘산만하다’것의 기준이 어디까지냐에 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주의력결핍이나 과잉행동의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것이 과연 질환으로 분류될 수 있을까에 의문이 들었다. 물론 전문의들 역시 산만하다고 해서 모두 ADHD가 아니라고 말했다. 가정 및 학교에서 아이의 문제 행동과 그 결과에 대한 주변 어른들의 정보와 전문의 검진을 통합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는 점을 당부했다. 그다지 활동적이지 않고 조용한 활동을 보이는 ADHD도 있다. 주의력결핍형 ADHD인데, 이 형태의 아이들은 과활동성 ADHD에 비해 활동성이 두드러지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방해하는 정도가 덜하기 때문에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형태의 ADHD 아이는 부주의해 실수가 잦고 주의력이 부족해 공부나 집중력이 필요한 작업을 할 때 쉽게 포기하거나 산만해지고, 학습장애 및 사회적 관계 형성의 어려움을 야기할 수 있다. 조용한 ADHD의 경우 쉽게 눈에 띄지 않아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아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더불어 ADHD 증상은 뇌의 신경전달물질(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등) 기능 저하 때문에 발생하는 질환인 만큼 의심 증상이 발견될 경우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 ADHD는 반드시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라는 의사들


하지만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내가 만난 의사들은 ADHD는 치료해야 할 ‘질병’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일부에서 잘못된 정보를 언론에 공개해 진짜 치료를 받아야 할 사람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성인까지 고통을 받는다는 것이다. 최근 조사 결과 ADHD 유병률은 최근 3년 사이 23% 증가했으며, 이는 한 학급당 2~3명에 해당하는 수치다. 소아 ADHD의 경우 치료시기를 놓칠 경우 청소년 ADHD로 이어질 확률이 70% 이상, 성인 ADHD로 이어지는 비율은 50~60% 이상인 만큼 부모와 교사의 지속적인 주의와 관심이 요청된다는 것이다. 


정신과 의사들은 이 중에서도 정밀 검사를 통해 ADHD로 판명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ADHD가 본인이나 가족들에게 상당한 고통을 주는 질환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ADHD를 앓는 아이들 중에는 이상행동은 개인적 고통(나는 못생겨서 괴롭다) 부적응(못생겨서 밖에도 못 나가고 사람도 못 만나요) 비합리성(와이프가 옆집 남자와 30년째 바람을 피운다) 예측 불가능(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한번 폭발하면 누구 한 명은 입원을 한다) 비인습성(시각장애인 발 걸어 넘어뜨리는 거 재미있잖아) 등의 특징을 갖는다고 한다. 아니면 천재성을 가진 사람들 중에도 한 가지에 집중을 하고 싶은데 ADHD라는 질환을 앓고 있어, 본인이 집중하고 싶은 분야에 오래 집중을 하지 못해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많다. 이러한 사람들에게는 치료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ADHD는 질환일까 아닐까. 


한마디로 ‘질환’이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어릴 적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성인이 돼서도 분노조절장애 등으로 인해 각종 사회범죄 등이 일어나는 것을 볼 때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취재를 통해 느낀 것은, 세상에는 참으로 많은 질병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육안으로 알 수 없는 ‘정신적’ 고통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식이 아직 선진국에 못 미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ADHD 외에도 우울증이나 조울증 그 외 다양한 정신적 질환으로 인해 사람들이 고통을 받지만 정신건강의학과에 가서 진료를 받는 것이 ‘문제 있는 사람’으로 낙인이 찍힐까 두려워 치료를 포기한다. 하지만 본인이 이러한 정신적 문제로 인해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상당한 고통을 받을 수준에 이른다면 반드시 어떠한 방식으로든 간에(의료적인 도움이나 심리상담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는 것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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