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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윤형 Aug 18. 2015

획기적 암 치료제가 등장했다?

세계 암종양학회가 주목한 '면역항암제' 취재 후기(장윤형 기자)




가족 중에 암으로 아파 본 분들, 그리고 본인이 암으로 고통을 받아 본 분들이라면 누구나 ‘암이’ 얼마나 무섭고 고통을 주는 질병인지를 알 것입니다. 암이 완치된 줄 알았는데, 재발되거나 전이가 된다면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암이 재발되면 그만큼 치료가 더디고 어렵기 때문일 것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암으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의학기술의 놀라운 발전으로 과거처럼 ‘암은 곧 죽음’이라는 인식이 점차 바뀌고 있으며 암이 ‘정복 가능한’ 질병이 되었다는 것은 희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난 2년여 기간 동안 암 관련해 집중 취재를 진행하면서 항암제와 관련해 수없이 많은 정보를 모았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항암제 중에서도 최근 의료계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면역항암제'에 대한 취재 후기를 말씀드릴까 합니다.





항암제는 환자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입니다. 


예를 들어 위암의 경우 우선 의료진이 위 부위에 있는 종양을 절제하는 수술을 진행합니다. 이후에도 암이 재발되거나 재발될 우려가 있을 시에는 항암제를 투여하여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작업이 진행됩니다. 그런데 항암제의 경우 과거에는 종양 뿐만이 아니라 정상세포까지 사멸시키기 때문에 암환자에게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했습니다. 보통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인물이 암환자가 되면 머리와 손톱이 빠지고, 구토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 이유는 모두 항암제 독성으로 인한 부작용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1세대 항암제’라고 불리는 항암제들입니다. 


하지만 획기적인 변화가 생긴 것은 바로 2세대 '표적 항암제'가  등장하면서부터입니다. 표적 항암제는 특정 암세포 유전자 변이를 타깃으로 하여 암을 제거하기 때문에 정상세포는 공격하지 않습니다. 더불어 일부 암(백혈병 등의 혈액암, 유방암 등)에서는 완치에 가까운 효과를 가졌기 때문에 오늘 날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다만 이 약물은 내성 위험이 높고, 특정 유전자 변이에만 작용하기 때문에 표적항암제를 투여할 수 있는 환자게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말이 좀 길어졌습니다^^:;;;;;;;;; 그렇지만 암에 관심을 갖고 있는 분들이라면 반드시 알아둬야 할 정보라고 생각해서 설명을 드렸습니다. 







사실 제가 본격적으로 알려 드리려고 하는 항암제는 바로 '면역항암제'입니다. 


이름만 들으면 "무슨 한약 같은 것인가?" "면역과 관련된 약이라고?"라며 생소해 하실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생소했는데요. 이번에 싱가포르에 있는 종양학회에 취재차 다녀오면서 따끈따끈한 정보를 많이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아직 생소한 면역항암제는 유럽이나 미국, 호주를 비롯해 대만이나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는 획기적인 치료제로 인식되며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제가 취재차 만난 한 호주 의사는 이 약물에 대해 "마법(Magic)과도 같은 약물"이라며 임상환자 사례를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그럴까요? 과연 믿을 수 있는 약물일까요. 


호주의 종양전문의가 면역항암제의 효능과 안전성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우선 면역항암제가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면역항암제는 체내 면역세포를 활용하여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치료제입니다. 면역항암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면역체계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돼야 하는데요.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외부로부터 유입된 바이러스나, 새로운 물질을 공격하게 되는데, 이를 '면역반응'이라고 합니다. 기존에 없었던 바이러스, 종양세포와 같이 면역반응을 유발하는 물질을 항원이라고 하며, 면역체계는 이 항원이 암세포를 비정상 세포로 인식해 파괴하는 역할을 합니다. 면역항암제를 이용한 항암요법은 면역체계에 합성 면역 단백질과 같은 요소를 추가해, 면역체계를 자극해 종양 세포를 공격하는 치료법입니다. 조금 어렵죠? 


어쨌든 이러한 ‘면역’의 이용한 항암제가 학계에서 주목을 받는 이유가 바로 ‘효능’과 ‘안전성’이겠죠. 암 치료제는 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효능도 중요하지만, 그에 따르는 부작용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관건이니까요. 


놀라웠던 것은 한 폐암 환자의 사례였습니다. 요즘은 치료를 위해 외국을 찾는 돈 많은 중동 분들이 많으시죠? 싱가포르에서 만난 한 의사는 놀라운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80대 중동 국적의 싱가포르에 치료를 받기 위해 찾았다고 합니다. 이 환자는 암이 말기에 가까웠기 때문에 병상에만 누워서 아무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못했습니다. 기존 항암제로도 더 이상 효과를 보이지 않자, 임상 진행 중인 '면역항암제'를 투여했습니다. 그랬더니 치료한지 약 한 달이 지나서 급격하게 호전이 돼서, 현재까지 건강하게 밥을 먹고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구토나 백혈구 수치도 정상이었기에 해당 의사는 "획기적 효능을 보인 약물"이라고 호평했습니다.


저도 해당 환자 사례를 학회를 통해 접했고, 사진으로 확인했는데요. 정말 마법과도 같은 약이었습니다. 제가 만난 의사들은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유형의 약물이라는 점을 공통적으로 인정했습니다.


다만 아직은 후기 임상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안전성'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기존에 나와있던 표적항암제가 워낙 좋은 효능을 가진 약물임에도 환자의 생존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지 못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면역항암제 역시 처음에는 죽음의 위기에 처한 말기암 환자에게 놀라운 효능을 보인다고 해도, 약효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여부도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더불어 최근 제약업계에서는 면역항암제를 3세대 치료제라고 호평하는데, 2세대로 불리는 표적항암제를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료계 의견이 분분합니다. 


제약회사에서는 늘 새로운 약물이 나오면 보다 많은 환자들에게 쓰이길 원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할  수밖에 없는데요. 아무리 좋은 약물이라고 해도 결국 '돈'과 관계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면역항암제는 한 번 주사를 맞는데 약 1000여 만원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주기적으로 면역항암제를 투여받는다면 수천만원에서 억(?)소리 나는 치료비가 들어간다는 것은 환자에게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겠죠. 무엇보다 아직 우리나라 정부에서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는 약물이기 때문에 비용은 여전히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더불어 면역항암제는 우리 몸에 있는 면역체계를 이용한 약물이기 때문에 자가면역 질환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제가 만난 의사들은 "자가면역 질환 발생 등의 위험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답변만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아직 많은 환자들에게 쓰인 약물이 아니므로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이번 학회를 통해 최근 의학계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면역항암제'에 대해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분명한 것은 이 약물이 획기적 치료제라는 것은 이미 선진국에서 인정을 받고 있으며, 환자들에게 널리 쓰일만한 약물이라는 것입니다. 다만 아직까지 우리나라 암환자들에게 널리 쓰이기 위해서는 꽤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당장 좋은 치료제를 사용하고 싶어도 쓸 수 없는 환자들도 많습니다. 이들을 위해서라도 우리나라 정부에서 좋은 치료제라면 빠르게 보험급여를 적용해 주고, 환자들에게 좀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쓰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생명은 소중하니까요. 


제가 본 영화 중 조지 밀러 감독이 만든 영화 ‘로렌조 오일’이 있습니다. 이 영화 속 등장하는 오돈 부부는 자식인 로렌조가 ALD(부신 대뇌백질 위축증)이라는 희귀질환에 걸리자, 치료제를 찾아 고군분투합니다. 하지만 치료제는 없었습니다. 이에 자식을 살리고자 지극정성을 펼친 끝에 로렌조 오일이라는 치료제를 발견하고 자식을 살리는 내용입니다. 이 영화는 실화입니다. 치료제가 없어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 보내는 것만큼 더 가슴 아픈 일이 있을까요? 오늘 날 새로운 치료제들이 등장하는 것도 아직  '정복해야 할' 수많은 암이나 희귀질환이 많기 때문일 것입니다. 마법의 약이라 불리는 면역항암제. 앞으로 그 이후 어떤 치료제들이 등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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