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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담 앨린 Jul 20. 2017

그래서 결국, MCN은 잘 될까요?

퇴사 후 내가 가장 많이 받은 질문

최근 성인이 된 이래 가장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며 그간 바쁘다는 핑계로 못 뵈었던 분들을 만나 밀린 이야기들을 나누는 가운데 아이러니하게도 업계를 떠난 내가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그래서 결국, MCN은 잘 될까요? 어떻게 생각하세요?"이다. 사실 내게 이 질문은 꽤 미래지향적인 내용에 대한 질문임과 동시에 과거형(?) 질문으로 들린다. '전망'에 대해 묻고있지만, 여전히 그 대상인 'MCN'의 형태와 구조는 초기 모델에 머물러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기 때문이다. MCN은 변하고 있다. 심지어 MCN이라는 단어 자체의 쓰임도 변하고 있다.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알아야 산업의 전망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의견들이 등장할 것이고, 한 사람의 경험과 견해에 무게가 실릴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견해를 통해 이 산업의 청사진이 그려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업계에서 한 발 떨어져 개인적인 휴식기를 보내고 있는 내가, 지금 이 순간에도 실무의 최전선에서 산업을 키우고 계신 분들에 대해, 그리고 그 산업의 전망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은 부담스럽고 죄송한 일이라 어떠한 답변도 조심스럽고 난감한 게 사실이다. 다만, 성공을 채근하고 있는 환경이 얼마나 가혹한지 잘 알기에 업의 시작부터 최근까지 약 5년 간 이 일을 하며 느낀 바를 몇 가지 공유하고자 한다.


MCN은 변하고 있고, 변해야 한다.

어떻게?

그닥 새롭지 않은 키워드이나 변화의 중심은 결국 '콘텐츠'다. 그 매체가 TV이든 유튜브나 페이스북 같은 디지털이든, 시청자를 유입시키는 힘은 콘텐츠에서 나온다. 이 시대의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콘텐츠의 문법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존재가 '크리에이터'들이며, 그들이 영향력을 인정받고 이 시장을 리드하고 있는 이유도 콘텐츠에 있다. 아무리 100만 구독자를 보유한 채널이라도, 아무리 지상파라도, 콘텐츠가 좋지 않다면 조회수나 시청률이 곤두박질치는 건 시간문제다. 그러나 MCN에는 너무나 당연한 이 명제가 적용되기 쉽지 않은 지점들이 있다. 가장 코어라고 할 수 있는 콘텐츠의 영역이 크리에이터들의 몫이라는 점이다. 그렇기에 좋은 크리에이터와 함께 일하는 것이 MCN의 가장 큰 자산이지만, 만약 그 단계에만 머무른다면 성공적으로 롱런할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뿐만 아니라 모든 비즈니스가 코어인 콘텐츠를 중심으로 고도화되기때문에 더욱더 Content driven company로 진화해 나가야만 한다.


그렇다면,

MCN에게 크리에이터란?

국내 MCN이 그러하듯 전세계적으로도 MCN은 밀레니얼 시청자를 열광시키는 '크리에이터'들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Channel Aggregator로 시작되었다. MCN이 등장해 디지털에서 하나의 채널이 커버할 수 없는 Scale을 만들면서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을 촉발시켰다. 그러나 국내를 비롯해 전세계적으로 많은 MCN들은 크리에이터와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탑티어 크리에이터들과의 관계에서 더욱 그렇다. 그 본질에는 크리에이터만큼 또는 그 이상, 콘텐츠에 대한 이해나 역량, 인사이트가 부족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일하는 역할에는 반드시 콘텐츠 기획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서로 리스펙하며 크리에이터의 콘텐츠를 디렉팅할 수 있는 레벨에 도달한다면, 장담컨데 MCN과 크리에이터가 윈윈하는 롱런의 파트너십을 가져갈 수 있다. MCN이 좋은 채널을 보유하는 2-3년의 시간은 크리에이터의 성장을 통한 MCN의 성장을 위함일 뿐 아니라, MCN이 해당 크리에이터가 보유한 시청자를 이해하고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문법을 배우는 시간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상호의 시너지를 통해 좋은 콘텐츠를 함께 만들 수 있다면 더 좋다.


MCN 위기설에 대한

우리의 대답

올 초 글로벌 최대의 MCN이라 불리는 Maker Studios는 약 55,000명의 크리에이터와의 파트너십을 해지하기에 이르렀다. 해를 거듭하면서 단순히 좋은 채널을 보유하는 것만으로는 디지털 시장에서 충분한 가치를 증명하기 어렵게 됐고, 몇 년 전부터 북미를 중심으로 많은 MCN들은 자체적인 콘텐츠를 제작하고 그를 기반으로 자체 채널을 확대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들은 MCN으로 불리기보다 콘텐츠 회사로, 미디어 회사로 포지셔닝을 옮겨가고자 애쓰고 있다.(사실상 이제 북미에서는 MCN이라는 용어가 거의 쓰이지 않는다.) 단지 앞선 시장이 움직이기 때문 만이 아니라, 업의 본질을 더욱 단단히 하기 위해서 크리에이터의 시청자를 간접 경험하는 단계를 넘어 자체적으로 좋은 콘텐츠를 통해 충성도 높은 시청자를 만나는 양질의 경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효율적 자원 투자와 다양한 시행착오의 반복은 필수다. 만약 이러한 노력을 게을리한다면 작지만 충성도 높은 시청자들을 쌓아가고 있는 크리에이터들에게, 작지만 강한 콘텐츠 회사들에게, 디지털 DNA를 이식한 기존의 콘텐츠 강자들에게 깃발을 빼앗기게 될 것이다.


다시 질문,

"그래서 결국 MCN은 잘 될까?"

지금은 MCN의 성패에 대해 논할 시기가 아니라 MCN에게 콘텐츠에 대한 내공을 기르고 진짜 시청자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 때다. 그래서 스스로 '우리는 디지털 시청자를 이해하고 그들의 시간을 점유하는 콘텐츠  미디어 회사다'라고 말할 수 있을 때 비로소 MCN의 청사진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많은 노력과 끈기가 필요한 일이기에 어쩌면 빠른 성공을 채근당하고 있는 MCN에게는 지금이 효율적 자원의 투자를 통해 빠르게 습득하고 빠르게 적용하며 내 브랜드를, 내 시청자를 만들어 가야하는 마지막 출발점일지 모르겠다. 빨리 달려가 결승선을 통과해야 한다는 채찍질보다, 이 긴 레이스를 완주할 수 있는 체력과 양식이 주어지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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