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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림 Jan 23. 2021

Prologue

소소하고 커다란 만남

     

나는 책과 예술을 매개로 다양한 사고와 표현활동을 독려하는 강사다. 이 글은 지난 5년간 학생들, 학부모님, 일반 성인, 독서 논술 선생님들과 함께 읽은 책중 일부에 대한 기록이다. 나는 일방적인 지식 전달 목적의 강연을 지양하고, 토의와 표현 중심의 수업을 추구한다. 그래서 이 기록은 함께 읽은 책이다. 함께 듣고 보고 느끼며 함께 하는 사유의 흔적이다. 다양한 사람들과 강의로, 독서모임으로 만나는 시간이 쌓여가면서 그 속에서 함께 나눈 이야기들은 나를 조금씩 성장시켰다.      


만남의 시간은 늘 작은 씨앗과 같았다. 나는 유명 강사가 아닐뿐더러 세상에 책으로 만나는 모임은 생각보다 많았으므로. 사람들과 처음 만나는 시간은 항상 전날부터 마음이 콩닥거렸다. 설레는 마음만큼이나 머릿속도 복잡했다. ‘몇 명과 만나게 될까. 어떤 사람들일까. 가장 좋아하는 책은 어떤 책일까. 내가 고른 첫 책이 괜찮을까…….’ 북적북적 많을 때는 여러 소모임으로 나누어 따로 또 같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 어떤 모임은 4-5명이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코로나 19의 여파로 온라인 화상 모임으로 만남의 장소가 바뀌기까지 작은 책 하나는 언제나 커다란 만남을 선물로 주곤 했다.     


사람들과 소통하는 시간이 귀하다 느낄수록 나는 표현과 기록의 소중함을 힘주어 말했다. 말은 금세 사라지지만, 글은 오래 남으니까 잘 쓰지 못하더라도 꼭 기록으로 남기길 바란다고 권해왔던 것이다. 부끄럽게도 나는 정작 남기지 못할 때가 더 많으면서 매일매일 글쓰기의 중요성을 너무 쉽게 말해버렸다. 어느 날 갑자기, 나는 결심했다. 매일 글을 써보기로. 초등학교 때에도 미루고 미룬 방학 일기는 언제나 방학생활의 끝자락을 힘들게 했었다. 그랬던 내가 매일 글을 쓴다고? 해보니 역시 쉽지 않았다. 어떤 날은 술술 글이 나오다가 어떤 날은 몇 시간을 끙끙거려도 한 줄도 쓰지 못하는 날이 닥쳐왔다.     


일주일에 한 번씩 책으로 만나는 모임들은 그래서 더욱 소중했다. 같은 책을 읽고도 각기 다른 장면에 주목하고, 그와 관련된 감정과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사람들의 경험은 또 다른 배움이고 새로운 세계로의 여행이니까. 사람과 사람 사이에 번져 나가는 감정과 생각, 경험들은 작은 씨앗으로 마음에 심긴 나무들이다. 책 하나를 펼치면, 그 속에서 숲이 보인다. 시간이 지날수록 깊고 울창해지는 이야기와 사유의 숲에서 데미안과 나, 지후가 만나고, 샘과 데이브와 조르바를 만나고, 아큐와 피노키오가 만났다.     

 

이 글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하나는 고전과 그림책의 만남이다. 오랜 시간을 거쳐 우리 곁에 온 고전은 세월의 간극만큼이나 다가가기 어려운 상대다. 알고 보면 진국인데, 첫 만남은 늘 조심스럽고 까탈스러운 존재. 그래서 그림책이 나섰다. 친근한 소재와 이미지로 고전으로 가는 징검다리를 놓아줄 조력자다. 때로는 친절하게 때로는 엉뚱한 발상으로 고전을 읽는 재미를 더해줄 것이다.

다른 하나는 청소년 소설과 그림책이 만난다. 질풍노도의 시기에 공감할 만한 주제들을 비슷한 주제의 그림책과 함께 엮어보았다. 지금, 여기의 고민이 다채로운 이미지와 짧은 글로 어떻게 변주되는지 들여다보면 책과 책 사이 우리를 둘러싼 세상을 보는 또 다른 시선을 만날 수 있다.  

   

부족하지만 글을 쓸 수 있게 도와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특히 느리지만 조금씩 조금씩 성장하기를 끝까지 응원하고 지지해 주는 나의 사랑하는 가족들, 남편과 아이, 부모님, 자매들, 스승님과 도반님들, 강의와 수업으로 만난 나의 또 다른 선생님들.


 (모두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천천히 조금씩 더 자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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