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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림 Sep 14. 2022

[아티스트웨이 시즌 2]심청이 1주차

우리들은 자란다 :-)

나의 자란다 천사들과 다시 6주간 아티스트웨이를 시작하기로 했다. 이른바, 심청(心聽, 마음의 소리를 듣는 시간)이 프로젝트!! 나에게 좋은 에너지를 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지만, 쉽게 결정하지 못했던 이유는 지속성 때문이었다. 9월, 대학원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면 또다시 나의 정신은 안드로메다와 블랙홀 어딘가에서 헤매고 있을 것 같은데, 과연 이걸 할 수 있을까. 처음 아티스트웨이를 접했을 때는 별 기대 없이 그냥 했기에, 얻게 된 수확들에 마냥 감사하며 지냈다면, 다시 시작하는 기분은 좀 달랐다. 나에게 좋을 것이라는 확신은 들고, 기왕 한다면 대충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해야 할 중요한 일들과 일상의 워라벨을 유지하면서 꾸준함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물음표였다. 무엇보다 함께하는 일에는 늘 모임의 구성원으로서 내가 최소한 유지해 주어야 할 예의 같은 것이 있을 터이다. 내 고민을 한방에 날려준 것은 역시나 자란다 천사들! 무리하지 말고 그냥 해보자고, 일단 한다고만 하면 책도 보내주고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다독여주었다. 그래서, 용기를 냈고, 내가 하겠다고 말을 꺼낸 그날 언니는 바로 책을 보내주었다!


<아티스트웨이. 마음의 소리를 듣는 시간>, 줄리아 카메론, 비즈니스북스, 2022.


처음 가지고 있던 아티스트웨이는 12주 프로그램이었는데, 이번에 새로받은 책은 6주간 프로그램이고, 무언가 부제 같은 것이 덧붙여져 있었다. 마음의 소리를 듣는 시간? 아티스트웨이를 하는 의도는 같을 테지만, 이번에는 소리라는 단어가 나를 사로잡았다. 잊고 있었던 무언가를 발견한 느낌. 나의 소중한 10대-30대 초반까지 내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던 음악, 소리에 대한 감각과 생각들이 무언가 다시 자극을 받으면서 내가 잊고 있던 나를 새롭게 발견할 것 같은 기대와 설렘을 불러일으키는 단어였다. 내가 늘 해왔던 아침의 습관들에 또 다른 변화를 요청하는 자극을 기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다시, 새로워지고 싶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고소설의 주인공, 심청이처럼.



<아티스트 웨이>, 줄리아 카메론, 경당, 2017.


첫 아티스트웨이가 나에게 남겨준 가장 큰 변화는 아침 글쓰기를 습관화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정말 하지 못하면 하루가 불편하고 찜찜해지는 소중한 일상의 행동 중 하나가 글쓰기가 되었다는 것에 감사하다. 비록, 아무 말 대잔치 일지라도 내 마음, '생각 구름'을 진솔하게 꺼내어 보는 것의 소중함을 알게 해주었다. 그리고 산책(걷기)의 발견! 하지만, 과감히 버렸던 것은 아티스트 데이트였고, 나에게 좋다는 것을 알지만 행동으로 습관화하지 못한 것이 산책(걷기)다. 이번에는 기필코 내 것으로, 내 일상의 하나로 만들어보리라. 그래서 다시 시작하는 이번 심청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미니멀리즘!! 최소화하고 단순화시켜서 내 일상의 기둥 하나로 자리매김해 보는 일이다.


아티스트 데이트를 지속하기 어려웠던 이유 중 하나는 내가 즐거울 수 있는 이벤트들을 무언가 거창하고 특별하게 하려는 것에 있다. 무리였다. 미술관 전시 한 번 가기도 빠듯해진 내가 광주비엔날레나 아트 페어 같은 것에 참여해 보길 꿈꾼다거나, 대관령 음악 축제, 부산영화제 같은 것을 소싯적 생각하며 즐기길 바란다는 것은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생각은 너무나 굳건한 프레임에 갇혀있어서 '그런 것들이 아니면 아티스트 데이트라 할 수 없지, 나는 그런 것들을 좋아했는걸?'이라고 즐거움의 시작을 원천 봉쇄하곤 했다. 이번에 책을 읽으며 다시금 되새기게 되는 말들은 사소함에서 발견하는 특별함의 시도이다.


모닝페이지는 컴퓨터가 아닌 손글씨로 쓴다.
손글씨는 수공예의 삶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중략) 모닝페이지가 추구하는 것은 속도가 아니다.
깊이와 개성을 추구한다.

- 줄리아 캐머런, 《아티스트웨이, 마음의 소리를 듣는 시간》, 비지니스북스, 2022, 26쪽.


'수공예의 삶', '깊이와 개성'이라는 단어가 와닿았다. 15분 단위로 하루의 24시간을 쪼개어 생각하면서 '왜 더 속도감 있게, 효율성 있게 하루를 지내지 못하는가. 왜 나는 더 많은 일들을 멋지게 할 수 없는가.'를 반성하고 나를 가혹하게 채찍질하고 힐난하던 시간들을 후회했다. 그렇게 나를 다루느라 나는 많이 지쳐있었고, 무언가를 하고 싶은 의욕도 잃어가고 있었으므로. 책 속의 이 말들이 나에게 그냥 다시 시작해 보라고, 그저 일어서기만 해도 괜찮다고 무언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만 해도 그런 시작도 괜찮은 거라고 용기를 주는 듯했다. 그리고 느린 움직임 속에서 나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함에 조금 더 귀 기울이고 그걸 진솔하게 포착해 보라고 알려주었다. 느리고 똥 손이어도 나이기에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가는 여정을 다시 시작한다. 그런 시도들의 반복을 그저 지속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나에게 되뇌어 말해준다.


"의식 속을 오가는 '생각 구름'을 기록하기"(27)로 한다! 꾸준하게!! 모닝페이지라는 외국어가 싫어서 나는 아침 글쓰기 또는 새벽 글쓰기라 부른다. 아침저녁으로 읽고 쓰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어느새 내 삶에 자연스레 자리 잡게 된 것 같다. 그것에 대한 성취가 있든 없든, 그런 행위가 나의 삶 자체를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는 확신이 든다. 이 책의 저자는 모닝페이지의 장점을 부각하기 위해 '저녁 글쓰기'에 부정적인 측면을 언급했다. 아침 글쓰기가 '하루의 경로를 결정'하는 반면, 저녁 글쓰기는 하루의 '성공과 실패'를 기록할 뿐이라는 것이다. 일견 맞는 말이다. 어린 시절 일기 쓰기가 싫었던 이유가 자꾸만 나의 하루 나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면서 내가 작아지는 경험을 하고 자학하는 내가 싫어져서였다. 하지만, 지금 나는 달리 생각한다. 자기 발견과 이해를 위해 자신의 의식을 기록해나가면서 짜증 나는 것이든 신나는 것을 떠올리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보는 것에 초점을 맞추면, 어떤 생각이나 의식, 감정도 쓸데없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되듯, 지난 나의 시간들도 그것이 설사 실패나 부정적 행동이라 할지라도, 그 경험이 지닌 가치와 희망(낙관)을 발견할 수 있다고 본다. 모든 것에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음을 이제는 안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계획하라.
(중략) 아티스트 데이트는 아이로 돌아가는 시간이다.
-줄리아 캐머런, 《아티스트웨이, 마음의 소리를 듣는 시간》, 비지니스북스, 2022, 53쪽.


내가 생각하지 않았던, 아이로 되돌아가는 놀이이자, 소소해도 특별한 일탈이 아티스트 데이트였다. 아이들의 엉뚱함, 한 번쯤 아이들에게 부러웠던 엉뚱함에 대해 생각해 보고 그걸 따라 해보기로 했다. "내면의 어린 아티스트"를 위한 놀이들. 이번 주 나의 심청이 데이트는 안 입어본 스타일의 옷들을 사 입고 짧은 패션쇼(?)를 해본 것이다. 평소에 안 하던 짓이며, 쓸데없고 유치하다 생각한 것을 한 번 시도해 본 것이 의외의 기쁨을 주었다.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으면서, 좋았다. 새로운 내 모습을 탐색해 보는 이런 일탈이. 늘 무채색의 단순하고 편한 옷만 입는 나지만, 실크 레오파드 스커트에 트위드 재킷과 다른 옷들도 매칭해보는 재미는 정말 어릴 때 인형놀이나 한창 외모에 관심을 가질 20대를 지나면서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 여겨 점차 하지 않게된 일이었다. 과연, 내가 이걸 입고 외출을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잠시 잠깐 나의 다른 면을 보게 된 즐거움이 놀이가 될 수 있고, 긴장했던 나의 기분을 풀어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마지막 미션은 산책(걷기)이다. 요즘 새로 수영을 배우는 재미에 빠져서 걷기는 더욱 소홀하던 차였다. 익숙하지 않은 시간, 가지 않던 경로를 택해 어제 혼자서 동네 밤마실을 나갔다. 일주일 중 유일하게 해낸 30분의 산책이다. 늘 해뜰 무렵 아침이나 낮 산책을 즐겼다. 예쁘게 핀 꽃을 찾거나 무성하게 뒤덮인 나무의 잎사귀를 올려다보는 것이 좋았다. 그런데 어젯밤 산책은 해가 져서 어둑어둑하고 바람도 제법 선선했다. 눈에 보이는 것이 없으니 자연히 소리와 다른 감각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완연한 가을이 내곁에 와있다. 제법 처연하게 들렸던 매미소리가 귀뚜라미 소리와 풀벌레 소리로 바뀌어 있었고, 떨어진 낙엽들이 바스락거리며 내 발걸음에 응답하고 있었다. 소리에 집중하다 보니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그냥 내가 이 순간 살아있다는 것을 온전히 느끼는 것, 역설적이게도 다른 소리들을 통해 그것을 알게 된다는 점이 신비롭기까지 하다.


새벽5시, 심청이 첫 모임 ;))


시즌 2. 심청이 프로젝트 첫 모임에서 얻은 귀한 피드백은 이런 것이다.


- 아티스트 데이트가 가진 핵심은 '즐거움'에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에겐 식상하고 아무런 느낌 없이 늘 하던 일이 나에게는 낯선 경험이자 짜릿한 쾌감을 주는 인사이트(insight), '통찰'을 안겨주는 것이 될 수 있기에 무엇이든 가능하다.


- 아티스트 데이트를 일상에서 소확행으로 생각하면 이런 것도 가능할 것이다. 머리 빗기, 마스크 팩 붙이기처럼 내가 귀찮아서 혹은 그동안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을 소소하게 시도하고 지속해 보는 즐거움, 그리고 그것을 나의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과 나누면서 얻는 즐거움까지도 확대할 수 있을 것 같다.


- 아티스트데이트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좀 적어봐야겠다. 산책과 글쓰기가 아티스트데이트가 될 수도 있다. 하지 않던 것, 반대로 해보기.. 역주행, 다른 경로, 경로 이탈 같은 사소한 모험... 주어진 것, 안전함에서 벗어나 삐딱선 타보기. 일상의 공간에서 벗어나기, 안주에서 모험으로..


- 마음의 소리를 듣기 위해 나의 다양한 감각을 활용하기.. 책, 《산책을 듣는 시간》에서 장애를 가진 인물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하고 소통하듯, 자기만의 방식으로 표현하고 소통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 만하다. 아티스트데이트를 할 때, 맨발로 걷기처럼 촉각을 느끼고.. 자연을 나의 감각으로 체득하는 일. 나를 더 예민하게 반응하도록 함으로써 자연을, 세상을, 그리고 나를 알아가게 된다.


- 책 《환희의 인간》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나를 비웠더니 세상이 어느새 나에게 와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 경험. 어쩌면 《아티스트웨이》의 길도 오롯이 나의 노력과 시도가 쌓여져 만드는 길이 아니라면 길처럼 보이는 그런 것들도 사실 없는 길이나 마찬가지다.



다음 주 계획은?


무리하고 애쓰지 않으면서.. 작게 하나 더 늘려보는 것. 그러나 나에게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계속하기를 계속하"(46)는 것이다. 멈칫하고 주저하느라 보내는 시간, 방어기제를 조심하기. .


오늘의 사소한 일탈 놀이는 새벽 드라이브과 맥모닝 :))



사족 1. 심청(心聽, 마음의 소리를 듣는)이라는 아이디어의 원천은 형부에게서 나온 것이다. 형부의 인스타라방(?)이름이 심청이인데, 우리 프로젝트와 딱 어울리는 것 같다는 아몬드의 의견에서 이번 시즌 2의 우리 닉네임을 심청일, 심청이, 심청삼으로 가기로 했다. 나는 공교롭게도 '심청이'가 딱 들어맞게 된 셈이니 매우 매우 맘에 든다.(감사한 형부와 아몬드~^^)



사족 2. 첫 아티스트웨이 모임에서 우리는 약속이나 한 듯 인상적인 문구로 "모든 자라는 것들에는 자란다 자란다 속삭여주는 천사가 있다"라는 탈무드의 말을 꼽았다. 그래서 우리는 자란다 천사 1, 자란다 천사 2, 자란다 천사 3이 되었었다. 그런 것을 함께 발견하고 명명(命名) 하는 일이 나에게, 우리에게 성장의 다독임이 되어준다는 것을 체험한 일은 두고두고 참 소중한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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