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그니타리아트
작가들이 나이듦에 관심을 기울인 건 한두 해가 아니다. 조금씩 방향을 틀며, 조금씩 무게중심을 옮기며, 꾸준히 자신만의 해석으로 이 신비한 변화에 대해 이야기해왔다.
한때의 추세는 시간을 통한 해석이었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사물이 노후되고, 얼굴에 주름이 생기고, 자연이 변하는 모습을 축약해 보여주는 일러스트가 많았다. 같은 소재를 두고 작가들은 나름의 해석을 갖기 위해 분투하고 또 성공적으로 해냈다.
여기에 조금 시선을 튼 그림책이 있어 눈길이 갔다. <SPACER>는 노화에 걷는 행위를 결합시켰다. 우리는 매일 걷는다. 회사를 가든 학교엘 가든 친구를 만나러 가든, 우리 인생은 걷는 것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 그림책은 그러한 일련의 걷는 행위를 하는 중에 주인공이 태어나고 성장하고 늙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는 동안 주인공 외 주변 인물들도 계속 태어나고 사라지며 누군가는 연애를 하고 누군가는 다치고 누군가는 헤어진다.
주인공은 걸으며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독자는 페이지를 넘기며 앞으로 나아간다. 책 속의 시간과 우리의 시간이 함께 흐른다. 시간의 흐름을 걷는 행위를 통해 실체화 한 시도가 작가의 놀라운 포착이다.
모든 것들은 걷는다.
손가락은 키보드 위를 걷고, 다리는 보도 위를 걷고, 초침은 시계 위를 걷고, 모든 자연은 시간 위를 걷는다. 이 책에는 글이 없다. 오로지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그림책이 그림 외에 무슨 수단이 더 필요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