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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손락천 Jul 05. 2023

대작(對酌)의 序

한 걸음 뒤

흐드러진 웃음에 피었지만

또 때로는 삭힌 눈물에도 피었더라

사람이 사람에게서 핀다는 건

바람이 불고 구름이 일고 비가 내리는 일처럼

어찌하여 피게 되었는지를 알 수가 없고

깊어서 피었지만

또 깊어서 지는 것처럼

우리는

내가 나를 알지 못하고

네가 너를 알지 못하고

또 내가 너를 알지 못하고

네가 나를 알지 못하는 사이에

나는 나로서 너는 너로서

우리라는 이름으로 피고 지는 거더라

여기

목로 앞 마주함이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른 채 익는 것처럼

슬그미 부딪힌 잔이

술인지 마음인지 모른 채 취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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