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책을 낸 걸 정말 축하해.
이 책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수고를 했는지 알기에 더더욱 멋지고 대견해.
이제부터 너는 출간 작가이고, 원고 청탁이나 강연 요청도 받게 되겠지. 너는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작은 도서관에 초대를 받거나 간이역에 내려서 한참 걸어 들어가야 하는 작은 학교에 갈 수도 있을 걸? 어쩌면 몇몇 독자들은 너에게 편지를 보내거나 상담을 요청할지도 몰라.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멋진 일이니! 그만큼 네가 지금껏 배우고 느낀 것들을,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하기 위해 용기를 내었기 때문이지.
정말정말 축하해.
그러나 한편으로는 네가 오래오래 책을 쓰면서 생각했던 것만큼 책이 팔리지 않을 수도 있어.
대부분의 작가들은 2쇄를 찍기 어렵고, 한두 달 팔리다가 잠잠해지기 마련이거든.
한두 번씩 메일함으로 날아들던 원고 청탁 메일도 뜸해지고, 금세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나날들이 다시 이어질 거야. 이런 말, 첫 책을 낸 너에게 실례가 될까?
그랬다면 미안. 하지만 나는 너를 축하하고 응원하는 만큼 그다음을 생각해주길 바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날이 이어진다면, 너는 어떻겠니? 허무해질까. 아니면 지치게 될까. 아, 세상은 그리 만만한 게 아니구나, 싶을까?
나는 네가 바로 그때, 정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음 이야기를 써나갔으면 해.
다음 장, 다음 페이지, 또 다음 이야기...
결국 작가는 책을 내고, 팔리는 것과 상관없이 이야기를 쓰는 자체, 그 순간의 특별한 무엇에서 의미를 찾는 사람들이 아닐까.
이렇게 쓴 글이, 짧은 단편일지라도 누군가에게 기쁨을 주고 위로를 준다면, 그걸로 된 게 아닐까?
책이 안 팔리면 조바심이 날 수도 있고, 실망할 수도 있겠지. 그러나 뒤집어서 생각하면 네가 누군가의 마음에 심은 작은 감동은, 뿌리를 내리고 무럭무럭 자라나 어느 순간 네 머리 위에 드리워진 콩나무가 되어줄 거야.
두 번째 책, 세 번째도 안 팔린다면? 그럼 네 번째 책을 쓰면 되지. 네 번째도 안 팔리면? 다섯 번째를 쓰면 되지. 어떤 이는 그 사이 대박이 나기도 하고, 어떤 이는 글쓰기를 포기하고, 어떤 이는 책을 바탕으로 강사나 멘토로 활동하기도 해.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그리고 분명한 건, 그 사이 너는 계속 성장하고, 너의 세계는, 너의 가지는 점점 더 커져갈 거라는 거.
어느 틈에 네 그늘 아래서 쉬는 사람이 점점 늘어날 거라는 거. 점점 자란 콩나무가 너를 또 다른 세계로 이끌어줄 거라는 거.
나는 이제 싹을 틔운 네가, 거대한 나무가, 숲이 되길 바라. 팔리든 안 팔리든, 계속 쓰고 또 쓰기를. 잘 쓰든 못 쓰든, 누가 알아주든 말든, 그럼에도 계속 써나가기를.
네가 쓰는 글들이 그러면서 더더욱 찬란해지기를.
더 많은 사람의 마음에 반딧불로 스며들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기도해.
그럴 수만 있다면, 정말 그럴 수만 있다면 다른 게 다 무슨 소용일까?
정말 다시 한번 축하해. 그리고 응원해.
- 그럼에도 열두 번째 종이책을 쓰고 있는 무명작가&바다거북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