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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뽈뽈퀸 May 04. 2023

나를 두렵게 만드는 게 누군지 나는 정말 몰랐다

혼자 마음속에 간직했을 때보다 말로 내뱉으면서 생각이 정리되는 때가 있다. 그게 말의 힘이자, 말의 기능일 것이다. 에디터 친구 J에게 글에 대한 나의 솔직한 마음을 말하면서, 글을 대하는 나의 자세를 마주하게 되었다.



'두려움'



그렇다. 두려움이었다. 그동안 나는 타인에게 나의 글이 어떻게 평가당할지 두려워하고 있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었다. '나 자신마저도 나의 글을 평가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펜을 잡기까지, 키보드 위에 손을 올리기까지, 첫 문장을 쓰기까지 그토록 오래 걸렸던 게 아니었는가.



초등학교에서 글쓰기로 최우상을 받은 적이 많았다. 고백하건대, 엄마 찬스를 받았던 기억이 아직 생생히 남아있다. 어쨌든 초등학생 이후로는 누군가로부터 나의 글을 평가받은 적이 전무했다. 글과 관련된 학과를 전공한 것도 아닐뿐더러, 글쓰기 학원이라던가 모임 같은 데에도 가본 적이 없으니까. 그만큼 나에게 글에 대한 '피드백'이란 건 참으로 낯설면서도 공포스러워서 본능적으로 피하고 싶었나 보다. 그러다 보니 피드백을 받지 않고자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상황 자체를 피해왔다. 내가 글을 쓰지 않으면 내 글을 읽는 이가 없을 테고, 그러면 당연히 아무도 나의 글을 평가 못 하겠지. 이런, 어리석었던 나.



그렇다면 J는 대체 왜 글을 쓰지 않았던 걸까? 우리의 모든 대화를 여기에 다 옮겨 적을 수는 없지만, 그녀 역시도 나와 비슷한 이유로 글이 잘 써지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아, 이 멋지고 잘난 글쟁이들 같으니라고. 나는 J의 글을, J는 나의 글을 대단하다고 말할 만큼 잘 쓴다고 서로 칭찬해줬다. 동시에 진심으로 아쉬워했고 서로를 안타까워했다. 그간 서서히  쓰는 동력을 잃어버렸던 우리는 서로에게 연료를 들이부어 주었다.



결국 1차 교자집은 애피타이저였고, 2차가 메인디쉬가 되었다. 조금은 쓰기도 했지만, 끝맛은 달달했다. 게다가 영양가마저도 훌륭했던 만찬이었다. 하지만 만찬이 끝나고 나면 어느새 흥은 가라앉고 차분해진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던 중 나는 지난날을 되돌아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도대체 언제부터 피드백을 두려워하게 된 거지?'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을 것이다. 그 원인을 파헤치고 결과를 달라지게 만들면, 연쇄적으로 그게 또 원인이 돼서 또 다른 결과가 만들어지게 된다. 그러므로 나는 무조건 원인을 찾아야 했다. 찬찬히 기억을 되짚어 봤다. 그러자 2년 전, 불편했던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한창 아이유 '에필로그' 노래 가사에 꽂혀서 작사 학원을 다닐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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