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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정구 Sep 17. 2024

내이름이박힌책한권

귀경길

나의 연휴는 이제 막바지다. 고향 집에서 보낸 4박 5일.

늘 넘치는 노모의 애틋한 마음 가득한 밥상은 고기반찬으로 넘쳐났고, 언제나처럼 팔순을 훌쩍 넘긴 엄마의 밥상은 세상 어떤 밥보다 따뜻했다.


아직도 하루에 두어 시간 어린이집에 일하러 다닌다는 엄마는 일을 하기 때문에 지금의 삶의 기운을 유지시켜 주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것마저 하라. 마라. 할 수는 없다. 아직까지 일을 시켜준다는 것이 어찌 보면 엄마가 살아온 삶을 증명하는 것 같아... 슬픔반 기쁨 반이었다.

그 돈으로 소고기 반찬. 돼지고기 수육. 곰탕. 전북 죽을 매 끼니  만들어주었고, 다 큰 손자들에게 용돈을 듬뿍 주시는 본인만의 기쁨을 누리시는 것 같아 너무 욕심내지는 마시라는 말만 했다.


추석 연휴가 시작된 어제는 올 3월부터 소위로 군 복무를 시작한 둘째 꼬맹이가 늠름한 모습으로 전날 밤샘근무를 하고 강원도에서 내려와 주었고, 큰 아들은 여자친구가 만들어준 쿠키 Box를 추석선물로 주었다.

어느새 나보다 더 커버린 애들과 함께 저녁도 먹고 소주도 한잔했다.

늘 서러움만 가득하다 느낀 삶에도 한순간이었지만 가족과 함께한 시간이었다. 엄마는 엄마대로 나는 나대로 애들은 애들대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 알 수는 없지만 각자 마지막 불꽃을 태우듯 바라보는 것만으로 좋았다.


또 떠나오고

텅 빈 마음에 그리움이 또 차곡차곡 쌓이겠지만

벌써 아쉬움으로 가득 차 버렸지만

얼굴 한번 봤으니 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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