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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n Him Mar 17. 2024

결혼에 대하여

1. 프로포즈

크리스마스에

프로포즈 하고 싶었다.


그 순간을 까먹지 않고

크리스마스라는

기념일로 항상 기억하고 싶었다.




결혼은 생각하기도 전부터

아니 내 인생의 반려자를 만나기 전부터

남자들은 한 번씩 프로포즈에 대한

고민을 해봤을 것 같다.

현실적으로 생각하는 나마저도

나는 나중에 커서 어떻게 프로포즈를 해야 하나

생각할 정도였으니, 대부분의 남자들은

자신의 결혼을 상상해 볼 때, 프로포즈 항목은

항상 고민하게 만드는 대목으로 생각된다.


요새 인스타, 유튜브 등 SNS의 발달로

수많은 대한민국 로맨티스트들의

프로포즈 영상들이 떠돌고

그 영상들은

나의 프로포즈에 상당한 방해?를 하고 있다.


프로포즈의 정석이라고 올라온

영상은 내가 하고 싶은 프로포즈의 방향과는

전혀 달랐지만 나는 저 프로포즈 보다

더 잘할 수 있을 자신감이 없기에

결국 참조하며 어떤 선물을 사야 하나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다.


어떤 선물이 내 프로포즈의 감정을

담을 수 있을까?

그저 비싼 선물을 처음 준

뿌듯함만이 남을 것 같지만

이때 아니면 언제 선물해줄까 싶기도 하였다.

그렇게 약속의 날짜는 다가오고

은연 중의 물어본 “필요한 거 없냐”는 질문에

여자친구는 눈치를 채고

쓸데없는 거 사지 말고

집 살생각부터 하라고 전해줬다.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냈던 우리는

서로가 너무 편했고

그 편안함과 안정감속에서

사랑을 찾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냈던 우리지만

우리는 만나지 않았다.


내 여자친구는

내가 전역을 하고 내가 취업을 하고

내 상황이 안정되었을 때

나를 만나준 것이 아니다.


내가 내 인생의 가장 불안하고

가장 볼품없을 때

나를 먼저 찾아와 줬다.


머리카락이 한올도 안 남고

항암 치료를 받으며

내가 정말 살아갈 용기가 없을 때

내 손을 잡아주었으며,

지금도 너무 고맙게

그때의 내가 이상하지 않았다고

자기는 힘들지 않았다고 말해준다.


이 고마운 여자친구에게

염치없지만 내 인생에 동반자로

계속 남아 달라는 프로포즈가

사실 입에서 잘 안 떨어졌다.


비싼 선물을 못 사주고

내가 아직 멋진 프로포즈를

준비 못해서가 아닌


내가 다시 아파지면 어쩌지

다시 한번 그 힘든 고통을

짊어지게 하면 어쩌지 하는

불안하고 미안한 생각들이

나의 프로포즈를 멈칫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아픔을 먼저 겪었다 생각하며,

 내 힘든 시간을 함께 버텨준

그 고마움과 미안함을 알고

내 남은 인생을 다 줘서라도

그때 느낀 그 고마움을

꼭 전달하며 갚을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기도하며 프로포즈 하고 싶었다.




물론 크리스마스는

특별한 일 없이 지나갔지만

여자친구에게 나의 생각과

그때의 고마움을 전달했으며

그렇게 우리는 힘든 시간을 잊어가며

부부가 되는 과정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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