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로포즈
크리스마스에
프로포즈 하고 싶었다.
그 순간을 까먹지 않고
크리스마스라는
기념일로 항상 기억하고 싶었다.
결혼은 생각하기도 전부터
아니 내 인생의 반려자를 만나기 전부터
남자들은 한 번씩 프로포즈에 대한
고민을 해봤을 것 같다.
현실적으로 생각하는 나마저도
나는 나중에 커서 어떻게 프로포즈를 해야 하나
생각할 정도였으니, 대부분의 남자들은
자신의 결혼을 상상해 볼 때, 프로포즈 항목은
항상 고민하게 만드는 대목으로 생각된다.
요새 인스타, 유튜브 등 SNS의 발달로
수많은 대한민국 로맨티스트들의
프로포즈 영상들이 떠돌고
그 영상들은
나의 프로포즈에 상당한 방해?를 하고 있다.
프로포즈의 정석이라고 올라온
영상은 내가 하고 싶은 프로포즈의 방향과는
전혀 달랐지만 나는 저 프로포즈 보다
더 잘할 수 있을 자신감이 없기에
결국 참조하며 어떤 선물을 사야 하나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다.
어떤 선물이 내 프로포즈의 감정을
담을 수 있을까?
그저 비싼 선물을 처음 준
뿌듯함만이 남을 것 같지만
이때 아니면 언제 선물해줄까 싶기도 하였다.
그렇게 약속의 날짜는 다가오고
은연 중의 물어본 “필요한 거 없냐”는 질문에
여자친구는 눈치를 채고
쓸데없는 거 사지 말고
집 살생각부터 하라고 전해줬다.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냈던 우리는
서로가 너무 편했고
그 편안함과 안정감속에서
사랑을 찾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냈던 우리지만
우리는 만나지 않았다.
내 여자친구는
내가 전역을 하고 내가 취업을 하고
내 상황이 안정되었을 때
나를 만나준 것이 아니다.
내가 내 인생의 가장 불안하고
가장 볼품없을 때
나를 먼저 찾아와 줬다.
머리카락이 한올도 안 남고
항암 치료를 받으며
내가 정말 살아갈 용기가 없을 때
내 손을 잡아주었으며,
지금도 너무 고맙게
그때의 내가 이상하지 않았다고
자기는 힘들지 않았다고 말해준다.
이 고마운 여자친구에게
염치없지만 내 인생에 동반자로
계속 남아 달라는 프로포즈가
사실 입에서 잘 안 떨어졌다.
비싼 선물을 못 사주고
내가 아직 멋진 프로포즈를
준비 못해서가 아닌
내가 다시 아파지면 어쩌지
다시 한번 그 힘든 고통을
짊어지게 하면 어쩌지 하는
불안하고 미안한 생각들이
나의 프로포즈를 멈칫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아픔을 먼저 겪었다 생각하며,
내 힘든 시간을 함께 버텨준
그 고마움과 미안함을 알고
내 남은 인생을 다 줘서라도
그때 느낀 그 고마움을
꼭 전달하며 갚을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기도하며 프로포즈 하고 싶었다.
물론 크리스마스는
특별한 일 없이 지나갔지만
여자친구에게 나의 생각과
그때의 고마움을 전달했으며
그렇게 우리는 힘든 시간을 잊어가며
부부가 되는 과정을 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