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01
유럽 배낭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언제인가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떠오르는 기억들이 있다.
본격 유럽여행 시작 전 베이징에서 레이오버로 열여섯 시간을 머물렀던 것도 그중 하나이다.
2018년 5월 1일. 나는 유럽한달배낭여행을 위해 인천에서 베이징을 경유해 바르샤바로 갈 예정이었다. 베이징에서 경유하는 시간은 16시간. 내가 이용하는 항공사인 에어차이나 라운지는 만 18세 이상부터 이용할 수 있었기에 항공사 측으로 메일을 보내보았으나 만 17세/혼자였던 나는 이용하지 못한다는 안내를 받았고 그리하여 계획하게 된 것이 베이징 레이오버 당일치기 여행이었다. '천안문만 보고 공항으로 돌아오자'라는 가벼운 생각으로 200위안 환전, 베이징 지하철 노선도 사진을 다운로드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다.
문제는 베이징 공항에 도착한 직후부터 생겨났다. 이전까지는 일본, 제주도만 여행했던 나에게 '경유'라는 것은 처음이었고 어디선가 경유할 때는 무조건 transfer만 보고 가면 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무작정 transfer만 보고 걸었다. 환승게이트 검사대를 지나고 나서야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이곳에서는 외부로 나갈 수 없습니다. 잘 못 들어온 것 같아요"
라는 공항 직원의 말에 머리가 새하얘졌다. 아무리 그래도 열여섯시간동안 라운지도 못 들어가고 공항에서 시간을 축낼 수는 없다는 생각에 곧장 다시 검사대로 달려갔다. 검사대 근처에서 서성이는 직원을 붙잡고 안 되는 영어로 '나 잘못들어왔다!', '나 나가야 한다!', '베이징 여행해야 한다!' 라며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직원은 일단 따라오라며 검사대 옆 작은 통로로 나를 안내했다. 꾀죄죄한 한국인 여자애가 있으면 안 되는 통로에 있는 걸 보고 지나가는 검사대 직원들은 관심을 보였고 '걱정하지마, 문제없을거야'라고 말하며 의자를 가져다주는 등 긴장을 풀어주려고 했다. 그동안 공항을 드나들면서 검색대는 한 번 통과하면 절대 다시 역주행 할수 없다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잘 못 들어온 것을 알고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았지만 내 생각보다 큰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시간이 꽤 지난 뒤에야 검사대 역주행에 성공할 수 있었고 우여곡절 베이징 여행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