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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연 Sep 05. 2022

여행 전, 설렘과 쿨함 사이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가게 된 건 2017년 4월이다.

나에게 비행기는 기억도 희미한 초등학교 1학년 때 엄마, 언니와 제주도 여행을 가면서 타봤던 것 그 정도였다. 이른 오전 항공편이라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엄마 손에 이끌려 광주공항에 갔던, 부드러운 캔디와 종이컵에 담긴 물을 건네주던 아시아나항공 승무원분이 기억난다.

 그 이후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공항.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해외여행은커녕 국내여행도 한 번 해본 적이 없다. 학생 때는 내심 해외여행을 한 번도 못 가봤다는 게 부끄러워서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는 미국에 다녀와본 척 거짓말을 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게 뭐가 그렇게 부끄러웠는지 모르겠다.



 여행은 꿈도 꿔보지 않던 내가 여행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건 한 책을 읽고 나서부터이다. 고등학교 1학년 학교 도서실에서 보게 된 여행 에세이 <잠시멈춤, 세계여행>. 당시 여러 가지 일들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던 나는 여행만이 나를 힘든 상황 속에서 탈출하게 할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부모님, 선생님의 반대를 뚫고 학교를 자퇴했다. 하루에 많게는 세 개의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벌었고 친구도 한 번 만나지 않으며 돈을 모았다. 눈만 뜨고 살았던 것 같다. 하루 종일 걷고 뛰며 일하다가도 삼사십분정도 되는 거리를 항상 걸어서 집에 갔다. 오직 여행을 가겠다는 목표만 있었다.



 그렇게 3개월쯤. 통장에는 '이 정도면 여행 갈 수 있겠다.' 싶을 만큼의 돈이 모여있었다. 때마침 항공사 특가가 진행 중이라 일본 오사카행 항공편도 저렴하게 구매했고 숙소도 호스텔로 예약했다. 남은 건 가장 중요한 여권이었다. 해외여행을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나에게 여권이 있을 리 만무했고 만 16세인 나는 혼자서 여권을 만드는 것도 불가능했다. 결론은 엄마께 부탁하는 수밖에 없었다.


 " 엄마 나 여권 만들어줘 "

 " 왜? "

 " 나 오사카 가 "

 " 언제? "

 " 3주 뒤에 "

 " 누구랑? "

 " 혼자 "


 덤덤하게 말씀드렸고 엄마도 덤덤하게 받아들이셨다. 사실은 엄마가 반대하실까 걱정하기도 했다. 혼자서 해외여행을 간다는 건 당시에도 흔치 않은 일이었으며 더군다나 내가 미성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엄마도 나도 혼자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에 있어 크게 거부감이 없는 성격이고 이 전부터 여행을 하고 싶다는 말을 해왔기 때문에 크게 놀라지 않으셨던 것 같다. 그렇게 여권까지 준비를 끝냈다.

 

 

 첫 해외여행.

 다른 사람들은 여행 전에 그렇게 마음이 두근두근 했다고 하는데 나는 꽤 쿨했다. 하지만 나도 조금은 기대하고 하루하루 기다렸던 것 같다. 책과 sns를 보며 맛집을 찾아보고 꼭 사 와야 할 기념품 리스트를 적어보기도 하고 인터넷 면세점에 들어가서 예쁜 가방을 사기도 했다. 여행 중에는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들이 신기했고 이곳에서는 아무도 나를 모른다는 사실이 더 이상 눈치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내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다.

 그렇게  번의 여행을 했다. 그리고 어느  내가 쿨한  아니라 설렌다는 감정을 스스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때는 2018 어느  항공사 특가를 보는   여행지가 눈에 들어왔다. 바로 다낭. 엄마가 가보고 싶다는 얘기를   하셨던 곳이라 곧바로 항공편 2인을 예약했고 엄마는 20 만에 가는 해외여행이었기 때문에 말씀드리면 분명히 좋아하실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반응은 무덤덤했다. 그래? 언제? 알았어. 당시에는 서운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엄마와    기쁘다, 행복하다, 마음에 든다, 좋다 라는 감정을 표현하는  서툴러서 그랬던 거지 내심 좋아하셨던  같다.


 여행에 어떻게 진심으로 쿨할 수가 있을 까.

여행 가는 것쯤은 큰 의미가 없을 만큼 금전,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분들이 아니고서야(물론 그분들도 설렘을 느낄 수도 있지만) 여행이라는 건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곳에 무엇을 기대하며 가던 설렘은 있을 것이다. 아직 나는 설렘을 표현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쿨 한 것도 아니다. 그래서 나는 여행 전을 설렘과 쿨함 사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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