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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미현 Aug 06. 2020

당신의 마음은 안녕한가요?

야생의 위로를 함께 읽고

산책길 동식물에게서 찾은 자연의 항우울제

에마 미첼, 신소희 옮김

심심


우울증이 마음을 얼어붙게 하는 날, 

거실을 나서지 않고도 봄날을 살짝 엿보게 하는 책     

책 표지에 있는 문구를 옮기는 걸로 시작한다. 우리들 마음에 우울감이 깃들고 있다. 세상이 장마철 구름 아래 있는 듯이 사방이 눅눅하고 흐리다. 요즘처럼 기나긴 장마가 이어지면 감정도 잠수를 타게 된다. 이럴 때 밖으로 나가기 애매할 때도 읽으면 좋은 책을 함께 읽어봤다.

사실 살면서 기분의 기복 변화가 심했던 1인이 바로 나다. 이 책을 그때 만났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감정이 불안하던 시절이 길었다. 그 시절을 관통하는 건 나 역시도 걷거나 산에 오르거나 산책을 하며 위로받고 버티곤 했었다.

이런 책이 있었다면 스쳐 지나가는 작은 것들에 더 관심을 쏟고, 더 자세히 관찰했을 텐데 너무 늦게 만났다.      

당신, 왜 이제 나타난 것입니까? 


영국의 동식물과 광물, 지질학을 연구하는 학자, 디자이너이자 창작자이고, 일러스트레이터이기도 한 에마 미첼, 25년간 앓아온 우울증과 11월에서 3월 사이에 햇빛이 약해지면 겨울 우울증, 계절성 정서장애에 취약한 편이라, 이 책은 10월부터 시작이 된다.  그녀가 계절성 정서장애를 앓게 되고 어떻게든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가서 위로를 받으려고 애쓰는 과정들이 과정들이 차분한 시선과 유니크한 감각으로 잘 표현되어 있다. 야생의 동식물에 대한 애착과 날씨의 변화에 반응하는 어쩔 수 없이 무기력해지는 감정까지... 한 권에 담긴 책. 간접체험을 하기에 매력적인 ‘야생의 위로’ 우리들은 또 책에서 어떤 것을 느끼고 모였을까. 야생보다는 도시를 사랑하는 이들이 주말 오후 커플들이 모여드는 합정역 인근 카페에서 만났다. 제시간에 가려했지만 오늘도 헐레벌떡^^


저 선인장은 정말 선인장이었을까?


1. 마음에 든 사진이나 삽화, 실제로 보고 싶은 생물은? 

  가장 좋았던 단락을 읽어주세요.


무당벌레를 그려봤습니다. (제가요.^^;;) 원래 책에는 사진이 있어요.

영 | 90p에 나오는 무당벌레 좀 귀엽다. 검은 수레국화 이삭 안에서 다섯 마리가 잠들어서 겨울잠을 잔다. 

정 | 251p 타래난초라고 어떤 모습일까 글로 설명이 되어있어도 답답했는데 다음 페이지에 사진으로 볼 수 있어 좋았다.

은 | 6월 챕터에 나온 190p 손바닥난초는 영국에서 가장 흔히 보이는 난초 중 하나인데 좋았다.

진 | 87p 짖는 사슴~~~ 

달 | 109p 키가 나만한 아티초크 덤블 사진 좋았다. 


윤은 직접 새를 그려오기도 했다.   본인이 좋아하는 새라고 하고, (이런 새 박사 같으니라고.) 아래 아이는

울새라고 하는데, 파란색의 알이 특징이라고 한다. 윤은 자연으로부터 위로를 받고 있었나보다. 이렇게 좋아하는 새가 있다니.( 난. 새는 그닥 관심이 없었는데. 올빼미 정도? 이건 해리포터의 영향이 아닌가!)

   

윤이 직접 그려온 울새. 너무 귀여운 아이^^

* 모두가 낭랑한 목소리로 좋았던 부분을 낭독하였지만, 주말 오후, 카페 안은 사방에 사람들이 많아서 회원님들의 목소리가 묻혀버렸다. 나의 청력을 탓할 것인가, 아무리 귀를 기울여도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이해요망)

2. 책을 통해 새롭게 안 사실, 책을 읽고 느낀 점 등


정 | 인간이 수렵채집 생활을 했던 것 때문에 우리들이 수집, 채집하는 걸 즐기거나 좋아하는 게  아닌가 싶다. 

윤 | 학교 다닐 때 우표수집도 많이 했다.     


* 각자 수집에 대한 이야기들을 했다. 어쩌면 우리의 DNA에 [수집 채집] 부분이 남아있어서인가! 사실 난 열심히 뭔가를 모아본 적이 없는데, 그렇게 생각하고 집에 와보니, 우표, 화폐, 스티커, 문구, 잡동사니들이 많이 있었다. 그래 나도 모은다. 모아! 

에마 미첼은 산책을 나갔다 돌아올 때마다 가져오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온다고 한다. 그래서 사진을 찍거나 머릿속에 기억을 해서 돌아와 그림으로 남기는 것이다.     


영| 불광천에서 일상의 분주함에 계절의 태연함을 느끼고, 자연의 무심함 때문에 위안을 얻는다. 시골집에 여름 예의 없이 울어대는 개구리 소리, 새소리 들리면 감정이 가라앉을 때 위로가 된다. 코로나에도 흔들림 없이 우는구나 싶다.


거친 화분들 사이에 책들

옥 | 올빼미 소리가 들리는 것

정 | 창덕궁 집에서 살 때 올빼미 소리가 들리곤 했다. 

진 | 채집하는 행위가 꼭 나와 같았다. 모으기 잘하고 보는 것을 좋아한다.

포 | 이사한 집안에서 새소리가 들린다. 

윤 | 40p 나뭇가지들은 식물성 구슬을 잔뜩 꿴 화려한 목걸이처럼 보인다. 아름다운 광경이다. 

달 | 52p 나는 색채를 탐닉한다. 겨울이 다가올수록 가능한 한 자주 숲과 산울타리에서 밝은 색을 접하고 싶어 진다. 이런 부분처럼 나도 색채에 집착하는 편이고, 평소에도 반응하고 남기고 기억하고 싶어서 사진을 찍는다.

옥 | 셰익스피어 같은 자기가 아는 것들이 튀어나오는 것들이 좋았다. 자갈 드레스를 입고, 이런 부분 등 생각지 못한 발상을 하고, 발견하게 되는 책이다.

윤 | 겨울이 되면 기분이 떨어지는데 그것이 계절성 기분장애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영 | 북유럽 관련 전문번역가 영은 북유럽에서는 계절성 정서장애가 많아, 조명이 발달했다.

진 | 영국에서는 겨울에 비타민 D를 정부에서 지급한다. 

옥 | 봄이 오면 좋아지는 줄 알았는데, 2,3월에 심해지고, 여름이 되어서야 좋아진다는 것

은 | 추워서 이가 떨리는 정도도 좋다.

정 | 고속도로 인근의 공터가 생물다양성의 보고라니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다.

옥 | 나비의 여행, 철새, 연어가 유명한데 여기서는 나비의 여행이 나왔고, 놀라웠다.  

   

* 다들 한결같이 매미소리가 들려올 것에 미리 겁먹고 싫다고들 했는데 매미소리가 점점 커지는 것은 도시의 소음 때문에 크게 점점 더 커진다고 했다. 난 매미의 소리가 시작되면 그들의 7년 땅속에 있던 시간을 떠올린다. 애틋하게 생각되다가도 그 소리가 들리면 그만그만을 외치게 된다.

표지도 내지도 참 예쁘다

3. 어린 시절, 혹은 어른이 되어 뇌신경을 자극한 생물, 특정한 자연 광경을 사진으로 찍거나 그림으로 그려두고 싶었던 강렬한 경험담이 있나요?     


진 | 매미가 허물을 벗는 광경, 집에서 보내주는 꽃봉오리 사진 등, ‘개화’를 빌미로 집에 내려오라고 하신다.

은 | 본가에서도 자꾸 식물 사진으로 오라고 한다. 반려식물을 키우고 있는데, 든든하다.  어렸을 적 키가 큰 해바라기를 보고 좋아하기 시작했다.     


*다들 부모님들이 자녀들과 소통하는 방식이란 비슷하다 싶었다. 독립해서 살고 있는 자녀들을 부모님들이 본가로 오게 하는 낚시질의 떡밥이 둘로 나뉘었다. 꽃봉오리파와 생닭파로. “꽃 필텐데 구경하러 올래?” 라며 사진을 보내주시는 부보님들과 또 한쪽은 “닭 사놨는데 먹으러 올래? ”이렇게.

사실 같이 살고 있는 내 경우를 잠시 말해보면 나도 멀쩡히 눈이 있어 보면 아는데, 자꾸 꽃이 필 거라고 하루에 한 번씩 이야기를 하신다. 때로는 이미 펴있는 것도 자랑하신다. 뭐 그렇단 말이다. (나도 가끔 개화의 사진을 받아보고 싶다. 닭 먹으러 오라고 하는 톡도 받아보고 싶다)

 

윤 | 식물에 물을 주면 반응이 오면 좋겠다. 다육이는 잘 자라지 않아서 

정 | 공포의 기억인데, 김영하의 책을 읽고 낭만적 일거라고 상상하고 앙코르와트에 여행을 갔다, 부처님 발이 조각되어 있는 뒤뜰, 식물들이 건축물을 부수는 그로테스크함에 너무 놀랐다. 무리와 떨어져 혼자 그곳에 있었는데 똥이 마려웠을 만큼 무서웠다, 다행히 사람들이 뒤뜰로 와주었다.      


* 그러자 옥이 앙코르와트가 툼레이더의 촬영지였다고, 개인적으로 앙코르와트를 못 가본 게 계속 마음에 남는다. 그때 같이 따라나섰어야 했는데, (여러분! 하고 싶으면 망설이지 말고 실행에 옮기세요! 리뷰와 상관없는 이런 추임새라니 )     

      

옥 | 오래전 사과를 반으로 갈랐을 때 별 모양이 나왔는데 그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있다. 

윤 | 바닷가 낮은 물에서 넘어지면서 무릎 높이밖에 안 되었는데도 공포를 느꼈었다.

정 | 태극무늬가 그려져 있는 나방? 나비를 잡았던 적이 있다. 

영 | 영국에 공부하러 갔을 때 교수님의 집에서 창밖으로 보였던 여우가 생각난다. 저녁에 여우가 내려와 집 근처를 어슬렁거렸다.

진 | 동생이 캐나다에 있을 때 사슴이 마트에도 등장했었다고 한다.     


4. 스스로 우울증인가 의심될 때의 감정 수위는? 

비나 눈, 바람이나 태풍 따위에 영향을 받는지? 싫어하는 날씨와 좋아하는 날씨는? 스스로를 위해 짬이 날 때 해두는 습관이나 아껴둔 산책 코스는?     


옥 | 최근에 퇴근 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상태가 우울증 초기였구나 싶었다.

은 | 식물에게 위안을 받고, 숲길을 걸으며 위안을 받고, 매일 자전거 타기를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감정을 조절해준다.

영 | 바닥으로 가라앉을 때, 감정이 지속되면  하루 중도의 우울감은 산책할 곳이 있으면 걸으면서 위로를 받는다. 우울증 해소에 좋다.

윤 | 뉴욕 시민들의 폭력성을 해결하기 위해 센트럴파크를 조성했다. 우울했던 시절이 있는데,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겠다 싶고, 삶과 죽음의 경계가 흐려지고,...

진 | 부산 태종대를 한참 서성이다 떨어질 수도 있겠다 싶은 순간이 있었다. 물을 바라보면서

달 | 평소에 항상 괜찮다. 집에 있으면 침대에서 꼼짝도 안 하고 싶어 진다. 10년 전 지하철 탈 때 호흡이 안되곤 했는데 그게 공황장애였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고, 집에서는 좀  가라앉는다. 

윤 | 죽음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한다. 수면제를 모았던 적도 있고, 스위스의 안락사도 알아보곤 했다. 컨트롤을 하기 위해 잠을 자고, 스스로의 방법을 찾으며 우울감을 잊으려 한다. 비누 만들기, 플랜비, 독서모임 등을 통해서 극복이 되는 거 같다.     

영 | 우리들은 모두 위험한 순간을 이겨내면서 살고 있다. 스스로 완전히 해결되지 않는다. 만성 고질병이 아닌가 싶다.

달 |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에서 나타난다. 

윤 | 몸이 좋아지면 멘탈이 좋아진다

정 | 나이 들면서 스트레스받으면 자주 체했는데 이제는 피부로 올라온다.      

* 속 깊은 이야기들이 나왔는데, 주변의 소음으로 아무리 고개를 들이밀고 소머즈처럼 귀를 기울여도 잘 들리지 않았다. 윤의 지나온 이야기를 담담하고 빠르게 해서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모두가 한 번쯤은 우울의 터널을 지나오기도 하고, 그때는 그게 우울인지 몰랐지만, 지나고 났더니 괜찮아질 수도 있고, 다양한 이들처럼 아마 ‘우울감’ 도 다양한 모습으로 찾아오는 게 아닐까? 

나만의 산책길?

정 | 그냥 상점이 있는 골목길, 카페 등 가게들이 망했거나 새로 생겨나는 변화를 보는 게 좋고, 덕수궁 정동 서울시립미술관 등 거니는 것, 합정 동네 산책, 평지 걷기, 주변 아파트 단지 길을 걷는다

은 | 자전거 타고 한강을 달린다. 특히 금요일 새벽 1시에 한강 야경이 정말 좋다. 상수역 나만의 벚꽃길이 있다.     

* 가장 액티브한 활동을 하는 은은 대중교통보다는 따릉이로 이동하는 편이라 걷기보다는 자전거 타기로 위로를 받는 편이다. 부럽다 규~(자전거 잘 못 탐.)     


영 | 망원동 안 가본 거리, 작은 가게들, 카페 등 평일 골목 산책, 불광천 다리 위에서 오리들 구경하는 것도 좋다. 마포구청에서 증산역까지 걷기도 하다.

윤 | 집 앞 중랑천에 비가 오면 범람 위기인데 수위가 넘치기 일보직전의 찰랑찰랑한 물을 구경한다. 농구골대의 바스켓 림만 있는 것도 본 적 있다.

진 | 사는 곳이 혜화동이라 드라마 촬영지로도 많이 나오는 낙산공원, 성곽에 올라가면 맥주 한 캔 마시며 바라보는 야경이 끝내준다. 

윤 | 도산공원도 좋다. 

달 | 공원이 곁에 있는데도 공원 산책은 잘 안 하는 편이고, 고양이 산책이랄까, 고양이가 출몰하는 지역에서 고양이를 보기 위해 산책한다. 

포 | 차도 위주의 길은 산책하기에 안 좋다. 안산 자락길을 예전에 걸었을 때 좋았다.

현 | 이사 간 집 주변에 무장애 자락길이 있는데 산책하기 좋고, 요즘엔 아파트 내를 산책한다. 예전 집에는 초안산이라고 야트막한 산이 있어 산, 공원, 자주 다녔다.

작은 산책길

5. 국내에서 SNS 활동을 통해 확산해 봤으면 하는 자연 프로젝트가 있는지?     

영 | 앱으로 자기의 산책코스 만들어 공유하기 있으면 좋겠다.

진 | 독버섯 같은 야생에서 만날 수 있는 독버섯 같은 것의 정보를 공유하면 좋겠다.

옥 | 과학 프로젝트처럼, 야생의 식물이나 장소를 찍어서 알려줄 수 있으면 좋을 듯하다.

누군가 좀 만들어서 대박을 치게 되면 땅을 치고 후회하겠죠? ㅋㅋㅋ


생각의 한 마디

* 좋은 아이디어들이 나왔으나 역시 집중력 한계치를 넘어서 제대로 받아 적을 수 없었다. (이럴 거면 리뷰 쓰겠다고 하지 말고 때려치웟)

위로가 되는 책을 한 권 읽었는데, 9배 그 이상의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사람의 에너지도 자연에 못지않게 굉장한 법。 약간의 우울감이 찾아오면 밖으로 나가자. 

이 비가 그치면 우리들은 태양 아래 숲이나 바다를 찾아가겠지. 여의치 않으면 빌딩 숲 사이, 산책길도 괜찮다. 한강의 산책도 좋겠다. 같이 나갈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으나 인생 혼자 왔다 혼자 가는 거니까 혼자도 좋겠다.     


당신이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위로가 될 것들은 아주 가까이에 있으니까. 

밖에서 만났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와 당신의 위로로 우리 안녕합시다!     


커피폴리

서울 마포구 양화로

2020년 7월 25일 토요일 오후 3시

발제자 | 옥

참석인원 | 윤, 정, 포, 현, 옥, 영, 진, 달, 은

정리자 | 현


우리 섬북동은 한 달간 방학합니다. 우와 ~ 방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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