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선배가 되는 법
상사보다 후배가 더 어려우니까
연차가 쌓이면 쌓일수록 어느 분야던 후배들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드디어 피곤했던 막내 탈출이다! 했건만.. 오히려 상사보다도 후배와 좋은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더 어려울 때가 많다. 내가 겪은 온갖 싫었던 일을 똑같이 시키자니 그 시절 싫어했던 선배의 모습을 닮은 것 같아 현타 오고, 그렇다고 그래- 너 혼자 알아서 배워라 하고 두기엔 그것도 아닌 것 같고.
내가 좋아했던 많은 선배들의 모습과, 20대 팀장으로서 후배들과 친해질 수 있었던 몇 가지 팁을 남기고자 한다.
1. 피드백
정말. 중요한. 피드백.
처음에 일을 하게 되면 내가 제대로 일을 수행하고 있는지 모를 때가 많다. 그때 선배가 피드백을 주는 것이 후배 입장에서는 정말 도움이 된다. 후배가 나름 열심히 해온 결과물에 내가 이러쿵저러쿵 얘기를 하는 것이 꼰대 같고 후배가 싫어할 것 같아 말을 아끼게 되는 경우도 많은 듯한데, 그것이 과연 후배 입장에서 중요할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못된 말로 깎아내리며 혼내라는 게 아니다. 어떤 부분은 잘했는지, 어떤 부분은 어떻게 수정하면 좋을지. 피드백을 주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나 잘하고 있는 걸까? 나 이 회사에서 뭐 하고 있는 거지?' 하며 혼돈의 카오스에 빠지고 만다. (이 부분이 해결되지 못하면? 퇴사지 뭐.)
내가 첫 회사에서 신입으로 입사했을 때는 회사가 일 년 중 가장 바쁜 시기였다. 업무에 적응하기도 전에 몰아닥치는 일을 하다 보니 실수를 해서 팀장님한테 상황을 보고했고, 어떻게 해야 할지 여쭤보고 액션을 했다. 풀 죽어서 죄송하단 얘기를 꺼냈을 때 팀장님이 나한테 해줬던 말은 "너 왜 이렇게 일 잘해?"였다.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예? 저 지금 이런 실수도 했는걸요.."라고 말했을 때 그분은 "이런 일은 일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계속 생기는 거야. 해결을 잘하는 게 중요해. 잘하고 있어"라고 해주셨다. 그 말을 듣기 전엔 내가 사고 치는 일 못 하는 애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말을 듣고나서부터 더 자신감 넘치게 일을 할 수 있었고 지금의 나를 만들었던 중요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잔실수였고, 일이 그리 많았는데 그 정도 이슈였으면 용한 신입이었음. 사고인지도 모를 연차인데 사고를 보고하고 해결했으면 최고 아님?)
2. 이거 왜 하는 거예요?
일을 시켰을 때 “이거 왜 하는 거예요?”, “어디에 쓰이는 거예요?”라고 묻는 후배가 있다면 '쟤가 내 말에 토를 다네'라고 괘씸해할 게 아니라 그의 적극성에 칭찬을 해주고 방향성을 제시해주지 못한 본인에 대해 반성을 해야 한다.
업무를 요청할 때는 일을 '왜'해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신입인데 뭘 알겠어, 상사도 아니고 후배한테까지 업무 브리핑을 해줘야 해? or 이 친구는 이 정도까지 궁금해하지 않을 거야.라는 마인드로 "OO씨, 보자기 클래스 리스트업 해주세요"라고 시키는 상사 A와 "OO님, 하반기 기획안을 써야 하는데 우리가 포커스 할 제품이 OO라서 고객 참여 프로그램으로 보자기 클래스를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보자기 클래스를 진행하는데 어떤 업체가 좋을지, 얼마 정도 예산을 잡아야 할지가 중요해서 이 부분을 알아봐 주었으면 좋겠어요."라고 요청하는 상사 B로 예시를 들어보면 단번에 이해할 수 있다.
A의 후배는 네이버나 인스타에 검색했을 때 가장 위에 올라오는 유명한 업체를 골라 리스트업만 할 것이고, B의 후배는 클래스 업체가 우리 브랜드의 제품과 어울리는지, 우리 고객들이 좋아할 스타일인지를 생각할 거고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브랜드와 협업한 클래스 레퍼런스가 있는지를 염두하고 일을 수행할 수 있지 않을까?
연차가 낮을수록 회사에서 요청하는 업무가 왜 필요한지, 내가 하는 일이 어떤 일의 일부분으로 쓰이는지를 아는 것이 업무에 몰입도와 퀄리티를 다르게 만들고 책임감을 준다.
3. 본보기가 되는 것
이 부분은 책이었는지 인스타 피드인지 어디선가 보았던 부분인데, 정말 공감했던 부분이다.
최고의 상사는 내 일을 덜어주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의 사람이라는 것이다. 후배 입장에선 상사의 모습이 내 미래라는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좋은 본보기가 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업무에 찌들어 살고 있는 상사를 보면서 '나도 저렇게 될 텐데...'라고 생각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닐까?
4. 예의와 존중
당연한 말일지 모르지만 중요하다. 나이를 먹을수록 나이가 어린 사람들에게 예의 있게 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선을 넘기가 쉽다. 아무리 나이가 어리더라도 어쨌건 사회생활을 하는 성인이고 함께 일하는 동료이기에 예의를 갖추는 것은 비즈니스 세계에서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상사에게, 동기에게 할 수 없는 언행과 행동이라면 후배한테도 삼가야 한다. 선배로서 업무적 요청이나 피드백을 주는 것과는 다른 개념이다. (*물론 이는 후배도 마찬가지!)
인상 깊었던 상사 중 한 분은 항상 후배들한테도 존칭을 쓰셨다. 가끔씩 친근함의 표현으로 편히 부르시기도 했지만, 특히 승진을 해서 직급이 달라지면 "OO주임님", "OO대리님" 그렇게 부르셨는데 신입이었던 내가 볼 때 그 모습이 멋져 보였다. 말에서부터 존중이 담겨지고, 그 말을 통해 태도가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5. 우리 애
예전 드라마 미생에서 오 과장이 장그래 인턴을 지칭하면서 했던 단어가 “우리 애"였다. 우리 애로 대할 필요가 있다. (애 취급하라는 것은 아님) 사람이 귀한 이 시대에, 나에게 배정된 나의 팀원, 나의 후배라면 진짜. 예뻐해야 한다. 낯선 환경에서 본인도 적응하는데 힘들 텐데, 상사인 나 또한 그에게 든든한 사람이 아니라면 너무 가혹하지 않을까? 요즘 세상에 묵묵히 일 배우겠다고 열심히 하고 있는 후배라면 더더욱. 그 자체만으로라도 기특하고 예쁘지 않나? 선배인 나의 작은 행동과 말이 이 친구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생색은 나중에 내도 충분하다. 다들 알아서 연락이 온다.
"팀장님, 제가 선배가 되어보니 알겠어요.
진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