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브랜더 홀씨 Sep 26. 2022

7개의 바위와 계절이 만드는
아름다운 이야기

브랜드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바라본 공간이야기 #4 칠암사계


브랜딩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디자이너들마다 중요한 점이 서로 다르겠지만 피스앤플렌티는 스토리를 무척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스토리가 힘이 있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지만 사실은 힘이 있어서라기 보다는 '이야기'는 감동이 있기 때문이에요. 

브랜드에서 '사람'을 빼면 브랜드는 금세 생명을 잃어버리고 맙니다. 누가 만든 물건인지, 왜 시작한 서비스인지, 어떻게 만들게 된 건축물인지 여기에서 말하는 누가, 왜, 어떻게 같은 말들은 결국 사람으로부터 나오는 말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그 이야기들이 결국은 서로의 다름을 만들고 그 안에 숨겨져 있던 이야기를 듣게 되는 순간, 숨은 이야기가 전하는 전율이 사람들로 하여금 브랜드에 흠뻑 빠지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고 믿습니다. 


오늘은 해안가를 따라 띄엄띄엄 점처럼 카페들이 이어진 부산 기장에서 바다를 이야기하지 않는 베이커리 카페 [칠암사계]의 이야기를 통해 브랜딩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볼게요. 



칠암사계는 부산 시내에서 유명한 이흥용 과자점이 지역 건축가와 협업하여 만든 베이커리 갤러리예요. 하지만 오늘은 베이커리 카페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굿즈샵을 중심으로 기록해보고자 합니다. 


칠암(七岩) 마을 앞에는 검은 바위가 있는데, 이를 옻 바위라고 한다. 옻바위가 한자로 칠암(漆岩)인데, 칠(漆) 자가 쓰기 어려워 ‘일곱 칠(七)’ 자로 바뀌었다고도 하고, 마을 앞에 7개의 검은 바위가 있어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칠암 마을 [七岩-]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7개의 돌, 스토리로 완성하는 일관성 있는 디자인 

칠암사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손님을 맞이하는 건 단정한 모습의 아트샵이에요. 때에 따라서는 가장 먼저 반길 수도, 가장 마지막에 나가는 손님을 배웅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들어올 때 들리면 칠암사계의 스토리를 다양한 제품으로 경험할 수 있고 나갈 때 들리면 칠암사계에서의 좋은 경험을 집에 가져가고 싶은 마음에 하나쯤 구매해서 나가는 좋은 동선이 됩니다. 


칠암사계는 '칠암'이라는 키워드를 무척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브랜드예요. 브랜드 굿즈는 당연하거니와 빵(만쥬)과 커피 로스팅까지 모두 일관성 있게 적용되어 있습니다. '검은 바위'이라는 단순한 키워드에서 소재를 넘나들며 형태 / 컬러 / 질감 / 무드까지 사용한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전개라고 생각해요. 또한 온통 검은색이라면 자칫 지루할 수도 있을 부분은 3개월에 한 번씩 바뀌는 '계절'과 함께 하며 지루할 틈 없이 변화무쌍한 얼굴로 손님을 맞이합니다. 




저희가 방문했던 4월에는 칠암의 두 번째 봄이었어요. 그래서 곳곳에 유채색 컬러가 더해져 싱그럽고 생기 넘치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어요.



변화가 적은 곳에는 7개의 바위를, 

변화가 많은 곳에는 계절 이야기를 담은 영리함 

브랜드를 운영하다 보면 거의 변화하지 않는 베이식 시스템 부분이 있고 매번 새롭게 디자인을 적용해야 하는 응용디자인 부분이 있습니다. 칠암 사계는 변화가 적은 베이식 시스템 부분에는 대부분 '7개의 바위'의 콘셉트를 적용하고 다양한 변화가 가능한 베이커리 부분에는 계절의 이야기를 많이 담아냈습니다. 


빠르게 소진되고 SNS에 많이 노출되는 빵 봉투에 담긴 계절 그래픽
시즌마다 달라지는 시그니쳐 빵 디자인


계절의 이야기는 이렇게 건물 외벽의 메인 그래픽으로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었음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저희 같은 디자이너들은 '다음 시즌엔 어떤 포스터가 붙을까?'라며 기대하게 되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기도해요. 실제로 저희 팀 디자이너들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이제 포스터 바뀌었겠네, 가보고 싶다'라는 말을 했답니다.


칠암사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껴보았을 '새로운 계절'을 기대하는 마음을 브랜드에 잘 녹여냈다고 생각해요. 멀어서 자주 올 수는 없겠지만 그곳에 가면 또 새로운 모습으로 저를 기다릴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요즘처럼 브랜드가 넘쳐나는 시대, 한번 왔던 손님을 다시 오게 만드는 건 모든 브랜드의 숙제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칠암사계는 겨울이 가면 봄이 온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는 만큼, 새로운 시즌을 기다리게 만들고 스스로 찾아오게 만들어요. 특히 중정의 정원에 적힌 "밟지 않으면, 내년에도 푸를 거예요"라는 문장이 모두와 다시 만날 다음을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전합니다. 


칠암사계는 피스앤플렌티에서 디자이너들과 지난 4월 브랜드데이로 방문했던 곳이에요. 부산에서 15년 넘게 살았지만 기장에 '칠암'이라는 것이 있는지 몰랐어요. 하지만 우리는 모두 칠암사계를 통해 '칠암마을'을 알게 됐고 그런 의미에서 칠암사계는 정말 의미가 크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을 오게 만들고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그리고 다음 계절을 기대하게 만드는 것, 오랜만에 정말 잘 만든 공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날씨가 조금씩 선선해지는 요즘, 칠암의 두 번째 가을을 만나러 꼭 방문해보시길 바라요!


피플[브랜드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바라본 공간이야기]는 매주 월요일에 연재하고 있습니다. 다음 주 이 시간에는 광안리의 새로운 핫플 [밀락더마켓]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볼게요. 그때 또 만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