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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더 홀씨 Sep 21. 2022

디자이너와는
도무지 말이 통하질 않아요.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은 디자이너와 소통하는 방법 

"디자이너랑은 도저히 일을 못하겠어. 내가 어떻게 설명해야 찰떡같이 만들어줄까?"


어스름한 저녁, 직장인들이 가득한 회사 근처 작은 맥주집에서 연거푸 맥주를 마시던 기획자 친구가 대뜸 내뱉은 첫마디에 디자이너로 일하는 저는 웃음이 났습니다. 디자이너와 일하는 많은 기획자들이 디자이너와 일하는 것은 외계인과 일하는 것과 같다며 저를 앉혀놓고 자주 하소연을 했거든요. 


"내 머릿속에 있는걸 진짜 텔레파시로 쏴서 보내주고 싶다니까"


친구는 양쪽 검지 손가락을 들어 관자놀이를 누르며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습니다. 내 생각을 내 손으로 표현하기도 어려운데 내 생각을 타인이 내 맘처럼 만들게 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죠. 오늘은 외계인도 외국인도 아닌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어떻게 일하면 시원하게 소통할 수 있는지 한번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1. 디자이너의 두 가지 유형 이해하기  

우선 디자이너와 소통하려면 그 디자이너의 유형을 먼저 이해하면 좋아요. 디자인은 크게 기획과 비주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따라서 디자이너들도 기획형 디자이너와 비주얼형 디자이너로 나눌 수 있죠. 기획형이라고 해서 비주얼이 별로거나 비주얼형이라고 해서 기획력이 부족한 건 절대 아니에요. 다만 어느 쪽에 더 중심을 두고 판단하는 디자이너인가에 따라 과정과 결과물이 달라질 뿐입니다. 


기획형 디자이너
프로젝트의 동기, 목적, 전략, 타깃 등 프로젝트의 기획이 논리적으로 전개되어야 작업이 착착 진행되는 유형. 그렇기 때문에 당장의 트렌드를 반영하는 디자인보다는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꾸준히 발전시켜 나가는 프로젝트에 적합합니다. 단발성으로 끝나는 작업보다는 호흡이 긴 브랜드 개발, 브랜드를 유지하고 성장시키는 인하우스 업무에 적합해요. 
비주얼형 디자이너
현재의 트렌드를 반영한 감각적인 비주얼을 잘 만드는 디자이너를 말합니다. 드라마나 잡지에서 본 힙한 느낌의 디자이너들은 아마도 비주얼형 디자이너일 거예요. 트렌드를 읽는 예민한 감각으로 디자인 작업뿐만 아니라 자신의 패션, 사는 공간, 라이프스타일까지 디자인하며 누가 봐도 <디자이너>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이러한 디자이너들은 설명보다는 시선을 압도하는 예술작품 같은 디자인을 잘 만들어냅니다. 


이렇게 디자이너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고 디자이너를 선택함에 있어 포트폴리오만 보고 선택할 것이 아니라 어떤 성향에 가까운지 파악하고 함께 일해야 원활한 소통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기획형 디자이너에게 '지금 유행하는 것이 00 스타일이니 이렇게 갑시다'라고 한다면 논리적이지 못한 그 제안을 도무지 받아들이기가 어려울 것이고요, 비주얼형 디자이너에게 '우리는 인하우스니까 절대 튀는 디자인을 해서는 안됩니다'라고 제한을 둔다면 그 디자이너는 금세 프로젝트에 지루함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진행할 프로젝트의 성격을 잘 파악하고 함께 일할 파트너 디자이너를 찾는다면 프로젝트에서 경험할 소통의 어려움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어요. 


2. 수동형 디자이너는 그냥 피하세요.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종종 '해달라는 대로만 해주는 디자이너'를 만날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미지 크기를 줄여달라고 요청했을 때 그 요청으로 인하여 변화되는 디자인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 없이 그저 크기를 줄여달라는 지령만 수행하는 수동적인 태도를 가진 디자이너죠. 이런 디자이너와 함께 일하는 경우에는 주도적으로 프로젝트를 이끌어가지 않기 때문에 지면의 크기에 따른 사진 위치, 텍스트 위치, 로고 위치까지 모두 지정해주어야 프로젝트가 마무리될 가능성이 큽니다. 생각은 내가 하고 대신 손을 움직여줄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라면 이런 수동형 디자이너와는 프로젝트를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3. 텍스트가 아닌 이미지로 소통하기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텍스트로 커뮤니케이션을 합니다. 카카오톡이나 라인 같은 메신저로 소통하기도 하고 업무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노션이나 슬렉을 사용하기도 하죠. 이런 텍스트 기반의 커뮤니케이션들은 의견을 나누는 데에는 효과적이지만 같은 이미지를 연상하게 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유유히 바다를 떠다니는 배'를 사이트 메인에 넣는다고 가정해볼게요.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배의 종류도, 뷰도, 바다도 다른 세 장의 사진


바다나 배 같은 단어들은 보편적으로 알고 있는 단어기 때문에 상대방이 찰떡처럼 알아들었을 것이라 생각해도 막상 이미지를 함께 모아 보면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때가 많아요. 그렇기 때문에 '보라카이 하늘 45도 각도에서 사선으로 내려다보면서 2인승 돛이 두 개인 흰색 보트가 물결자국을 내면서 나아가는 사진'이라고 설명해줄 것이 아니라면 딱 맞는 사진이 아니어도 구글 이미지 검색에서 이런 느낌입니다,라고 보여주는 것이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입니다. 


오늘은 소통이 어려운 디자이너와 소통하는 방법을 간단하게 알려드렸어요. 물론 이밖에도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너무나 많은 일이 발생하기 때문에 오늘의 이야기가 정답은 아니지만 그래도 '디자이너'라는 일을 하는 사람들의 성향을 어느 정도 파악한다면 더욱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만들 수 있습니다. 


다음 주에는 [이 일은 어떤 디자이너에게 의뢰해야 할까?]라는 주제로 프로젝트 주제, 성격에 따라 어떤 분야의 디자이너에게 의뢰해야 가장 효과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 알려드릴께요. 이 밖에도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언제든지 댓글로 소통해요 :) 




이미지출처 : unsplash / willian-justen-de-vasconcellos / ilse orsel / andrew ne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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