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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더 홀씨 Nov 07. 2022

몰입되는 공간의 매력
피리피리 PILI PILI

브랜드 디자이너가 바라본 공간이야기 #.10 피리피리 

퇴근 30분 전, ‘오늘은 왠지 하이볼이 땡기는 날이네’라고 말을 하자마자 카톡방이 울렸습니다. 핫플에 빠삭한 Y 디자이너님이 빠르게 하이볼 맛집을 보내주었어요. 그중에서 눈에 띄는 공간이 하나 있었습니다. 타이 하이볼을 팔고 옥수수튀김이라는 이색적인 메뉴가 있었고 인테리어가 예사롭지 않아 보였죠. 오늘은 팀원들과 함께 다녀왔던 소위 요즘 말로 ‘태국 그 잡채’였던 공간, 태국 요리점 피리피리(PILI PILI)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피리피리에 도착하자 ‘오-’라는 탄성이 절로 나왔어요. 영문과 태국어가 뒤섞여 적혀있는 간판, 스텐실 방법으로 써 놓은 글자, 특유의 비비드 한 컬러, 플라스틱 의자 등 가게 외관에서부터 이국적임이 물씬 풍겨져 나왔습니다. 



내부에는 더욱 디테일함이 돋보였어요. 다찌 형태의 카운터를 지나면 방의 형태로 된 3-4인을 위한 좌석이 있습니다. 그 공간에는 현지에서 공수해 온 것처럼 보이는 각종 간식과 식재료, 음료 그리고 물건들이 다양하게 전시가 되어 있었어요. 그리고 벽에는 마찬가지로 현지에서 구입해 오신 건지 궁금하게 생긴 특이한 포스터들과 사진들이 걸려있어 한층 더 태국스러운 무드를 담아내고 있었습니다. 



공간에 놓인 물건들을 구경하다 깜짝 놀란 것은 의외로 포크와 젓가락이었어요. 얇은 스테인리스 포크와 나무젓가락이 빈 통조림 캔에 꽂혀있었어요. 현지 느낌을 주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는 포인트였습니다



가끔 일식당에 가면 입구 문을 열자마자 ‘이랏샤이마세’하며 인사를 하는 직원분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완벽한 몰입을 만들어 내는 것은 단순히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그 공간을 경험하는 사람이 느끼는 감각까지도 몰입하게 만드는 디테일함에 있습니다.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포크와 그릇의 감촉, 코끝을 자극하는 향신료의 향, 무드를 만드는 조명까지 사소할 수도 있지만 사람에게 가장 각인되기 쉬운 오감을 자극하며 사람을 그 순간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게 만듭니다. 피리피리에서도 그 부분을 잘 느낄 수 있었어요. 



얼마 전 책에서 ‘제품이나 서비스가 절대적 우위를 점한다고 할 수 없을 때, 공간의 인상은 그 제품이나 서비스의 차별점을 만드는 주요 요인이 된다’는 글을 보았습니다. 피리피리의 경우도 메뉴 자체로만 보면 태국요리 전문점이라면 어디에서나 먹을 수 있는 평범한 메뉴이지만 다른 공간에서 먹었던 팟타이와는 확실히 다르게 기억될 것입니다.

먹고 마시는 4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잠시 태국에 다녀온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었던 피리피리, 부산에서 태국을 경험하고 싶은 분들은 꼭 방문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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