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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더 홀씨 Nov 20. 2022

촌스러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필요한 시대


이 디자인, 촌스러운가요? 

디자이너가 사라지면 채용공고도 낼 수 없죠.


한동안 SNS에 그래픽 디자이너를 찾는다는 짤로 유명한 채용공고 이미지가 있었죠? 마치 우리 지금 그래픽 디자이너가 없어서 손으로 대충 썼었니 빨리 와줘라, 라는 유머러스함이 담겨 있는 광고였어요. 디자이너의 측면에서 본다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저렇게 대문짝만하게 들어가는 전광판에 저게 뭐람, 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광고는 온라인을 통해 엄청난 바이럴을 일으키게 됩니다. 디자이너를 정말 채용했는지는 알 수없었지만 말이죠. 


그래서 오늘은 요즘 같은 시대에 '촌스러운 디자인'이라는 것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해요. '어울린 맛과 세련됨이 없이 어수룩한 데가 있다'라는 뜻의 '촌스러움', 디자인이 넘쳐나는 현대사회에서 '촌스러움'은 어떻게 해석될까요?  



세상에 촌스러운 디자인은 없어요. 전략에 맞다면 말이죠.


충주시 포스터



한동안 기관 홍보 담당자들을 심란하게 만들었던 충주시의 디자인은 공공기관 홍보물 디자인 씬에 엄청난 영향을 불러일으켰어요. 저희가 함께 일했던 홍보 담당자님들도 "올해는 B급 감성으로 해주세요'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셨답니다. 하지만 B급 디자인일 경우 '파급력'이 중요한데 이미 충주시가 'B급 공공기관 홍보물'이라는 카테고리를 선점한 이상 그 뒤를 잊는 작업들은 쉽게 바이럴 되지 않았어요. 


디자인만 본다면 디자인을 했다고 말하기도 어려울만큼 급하게 만든 것 같은 이 디자인은 과연 촌스러운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어울린 맛과 세련됨이 없이 어수룩한 것 = 촌스럽다'라는 부분에서는 맞을 수 있지만 이것이 별로인 디자인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오히려 이 디자인을 통해 충추시가 전국적으로 유명해졌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본다면 이 디자인은 목적을 이룬 훌륭한 디자인이라고 볼 수 있어요.  


디자인의 목적성에 대해 대부분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디자인에는 그것말고도 다양한 목적성이 있어요. 사람들의 이목을 주목시키기 위해서, 혹은 기존의 제품이 가진 나쁜 이미지를 탈바꿈하기 위해서, 혹은 정보를 잘 읽히기 위해서 등 다양한 목적성이 있어요. 예를 들어 명함 디자인의 목적이 이름, 전화번호를 잘 보여주기 위함이라면 디자인 적으로 보았을 때 글씨가 작은 것이 세련되 보일 수도 있지만 명함을 받을 고객의 연령층이 높다면 그것만큼 나쁜 디자인이 없겠죠. 



SKT 공식 유튜브


최근 SK텔레콤의 로밍 광고에 김연아 님이 디자이너로 변신해 포스터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모두 집어넣는 장면이 나옵니다. 디자이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겠지만 이렇게 좋은 점이 많다! 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만든 이 포스터의 과정은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이목을 주목시키는 효과가 있었어요. 




이제 사람들은 누가누가 잘그리나, 누가누가 머리카락을 섬세하게 잘 땄는지 같은 부분들을 디테일하게 보지 않아요. 세상은 빠르고 SNS는 불과 1시간 전에 올라온 콘텐츠도 다시 확인할 수 없을만큼 쏟아져나오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스킬보다는 '감정'을 끌어당기는 디자인이 필요해요. 그래서 재미있는지, 멋있는지, 분위기 있는지 등 타겟의 공감포인트를 찾고 그것을 의도하는 디자인을 위해 아이디어를 내고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어요. 


다소 촌스럽게 느껴지는 디자인이라도 표현력에 치중한 평가보다는 디자인이 향하고자 하는 타겟이 누구인지,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디자인을 했는지 잘 살펴보면서 '촌스러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져본다면 콘텐츠 범람 시대에 보다 넓은 디자인적 관점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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