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3년 만에, 그것도 사진 2장만 온 카톡을 받고도 일주일을 고민하다 끝내 당일치기 지방여행을 결정하는 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결국은 누군가의 호의와 의지에 의해서만 가능한 일이라는 걸 누구보다 나 자신이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아마도 나는 내일부터 다시 시작될 일상을 피로를 얹은 채 남은 4일을 버텨내야만 하겠지만, 그럼에도 후회는 없다. 알아주지 않는다 해도, 그저 자기만족에 불과할지라도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꼭 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고, 그것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으며 앞으로의 삶을 가능하게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한 어떤 신념체계와 믿음을 흔드는 일들이 나를 괴롭히고, 인간에 대한 존중 내지 동업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마저 없는 이들에게 시달리는 요즘 신봉하던 가치의 의미는 점점 더 ‘정해지고 곧아진다.‘ 나는 그 누구보다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고, 그 알량하고 얄퍅한 자존심 때문에 “한 번 흐른 강물엔 절대로 다시는 발을 담그지 않으려 “ 전력을 다해 산다. 수많은 후회의 무덤 속에서 평생을 고통받고 비통해할지라도.
그렇기에 모든 책임과 의무로부터 도망 나온 지금, 난 사소한 이 인생의 소음들을 나의 삶에서 제하려 한다. 나를 흔들고 나약하게 만들 쓸데없는 소음이, 나를 무너뜨리려 하는 것을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 인생의 가장 힘든 시기를 건너는 지금의 나는, 크기에 관계없이 삶을 피폐하게 하는 이 소음을 참아 줄 인내심이 없다.
기차는 밤을 달린다. 커피를 정오를 넘겨서까지 마셨는데도 피곤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