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나의 생각을 얘기하고 수많은 근거와 시뮬레이션을 들어 주장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나의 부족이었다. 아직은 이해할 수 없는 나의 부족. 내가 찾는 무언가는 내가 휘두른 칼 끝에 닿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할까 끊임없이 복기해본다. 사수에게 경험을 묻고, 지금의 최선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지만 여전히 미지수로 남은 미래에 대한 나의 주장은 미지의 영역일 수 밖에 없다.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는 것을 알지만, 지금의 대비책을 마련하고 싶었다. 지금 이대로 다가오는 이벤트를 감당하기엔 내가 너무 벅찼다. 아무런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다른 준비도 필요하다고 여겨졌다. 좀 더 움직여야 할 것만 같았고, 다른 방벽을 쌓아야 할 것만 같았다. 그러나 지금은 움직일 때가 아니라고 한다. 따를 수 밖에 없었지만 더 나아갈 용기는 나지 않았다.
나는 얼마만큼의 책임을 질 수 있을까. 사수는 나를 얼마나 받아줄 수 있을까. 더 나설수 있다고 생각했고, 더 나서보겠다고도 했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며, 과하게 움직이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나 또한 이 이상의 움직임은 그 책임을 지기에 버거울 것이라 판단했고, 무서웠다. 그렇지만 지금 가만히 있는 것은 나의 시나리오가 아니다.
마땅한 대안이 없다고 하지만, 분명히 대안은 있을 것만 같았고,
나는 그 대안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했던가. 처음에 이 말은 마치 우리가 바라던 결과를 가져다주는 마법의 주문으로 들렸다. 그러나 막상 내가 이 마음을 가지려 하니 마법은 다른 곳에서 이루어졌다. 내 마음 속에서 끊임없이 포기하지 말고 생각하라고 외치고 있었다. 꺾이지 않는 마음은 스스로 쓰러지지 않기 위한 도구일 뿐, 그 어떤 꿈을 이루어주는 주문이 아니었다.
끊임없이 정리하고 쫓고 변화하고 내 안의 목소리를 듣는 것. 지겹고 우울해지는 날들을 시간에 맡기고 흘려보내는 것. 일상적일수도 혹은 사소하게 지나갈 수 있는 신호들을 놓치지 않는 것. 이를 위해 항상 깨어있고 포기하지 않는 것. 이것이 결과를 위함이 아니라 나 스스로를 위함이라는 것. 이것은 과거에 이 길을 택한 내게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
이해되지 않는 많은 순간들이 내 나이를 쌓아갈 때, 세상을 이해하게 된다고 들었다. 이해할 수 없는 순간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게 된다는 것은 어쩌면,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것 같다. 다만, 그 자리에서 회의주의에 빠지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다른 화살을 만들어 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지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과거의 내가 오늘 여기 있을 줄 예상하지 못했듯이,
오늘의 나도 미래의 나를 예상할 수 없으니,
겸허히 오늘을 지낼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