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행의 기록 #4
여행 전, 도쿄에서 갈만한 곳을 이곳저곳 찾아보다 롯폰기 힐즈의 모리미술관에서 열리는 루이즈 부르주아 개인전을 예매했다. 회화부터 조소, 각종 설치 미술, 미디어 아트까지 작가의 전 포트폴리오를 아우르는 듯한 방대한 규모의 전시다. (어쩐지 사진은 거의 다 설치 작품이네;) 내년 1월까지 계속된다고.
언뜻 기괴해 보이기도 하고 어두운 것 같기도 하지만, 자신 내면의 다소 불편할 수도 있을 부분을 담담히 직면하는 작가의 의식 세계를 가감 없이 보여주는 전시가 아닐까 (음?) 싶다.
전시실을 빠져나오니 무언지 알 수 없는 소규모 전시를 또 하고 있었다. 나중에 찾아보니 MAM Project라고 모리미술관이 소개하는 작가들의 전시 시리즈인 것 같다. 현재는 시리아계 프랑스 아티스트인 Bady Dalloul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성냥갑 크기의 작은 상자 안에 작업한 세밀한 드로잉 작품들이 인상적이었다.
미술관 출구 맞은편에 도쿄 시티뷰 전망대가 있어 혹시나 하고 물어봤는데 역시 미술관 티켓과는 별도였다. 날도 흐리고 굳이 꼭 가고 싶지도 않아서 밥이나 먹으러 감.
같은 층(52층)에 있는 식당에서 돈가스 카레 주문.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어렸을 때 아빠랑 남산타워 회전 레스토랑에서 돈가스 먹던 생각도 나고 괜찮았다.
아자부다이 힐즈로 이동하여 쇼핑몰 구경, 역시 돈 쓰려고 작정한 거 아니면 와도 할 게 없구나 하면서 지하에 있는 마켓으로 갔더니 Mr. CHEESECAKE라는 치즈케이크 가게가 있다. 사실 전날 잠깐 지나가면서 클래식과 딸기맛을 포장해 갔는데, 옆에 있던 녹차맛도 먹어보고 싶어서 이틀 연속 방문했다.
보이는 그대로 꾸덕하면서도 부드럽고 진한 맛. 찾아보니 여기도 유명한 곳인가 보다. 한국에서도 팝업스토어로 들어왔었다나.
오늘도 미리 예약한 시부야 스카이 전망대로 향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금요일부터 맑아진다고 해서 오늘 예약한 건데 웬걸 일기예보가 정반대. ㅠ 이 날만 비 오고 계속 맑았다.
비 와서 옥상도 폐쇄. 사진은 다 무슨 재난 영화 오프닝처럼 찍혔네.
기념품 가게에서 우연히 만난 스누피와 윤기 흐르는 텐동 한 그릇만이 날 위로해 주었네. ㅠ
신용카드 제휴 서비스로 1시간 무료 이용이 가능한 츠타야 셰어라운지로 이동. 그 유명한 시부야 스크램블 앞 스타벅스 바로 위층이다.
내 눈에는 그저 횡단보도인데 뭐가 그리 신기한지 동서양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바글바글 시끌벅적 시부야 스크램블 보려고 몰려드는 스벅을 지나, 한 층만 올라오면 거의 독서실 분위기의 고요한 츠타야 셰어라운지가 있다. 현지인들은 다 여기 숨어든 것 같다.
생각보다 더 동굴처럼 안락하고 스타벅스 커피와 다양한 음료수, 간식거리는 물론 냉동식품까지 각종 먹을거리도 풍족하게 갖추고 있다. 밥을 먹고 가면 안 되는 곳이었어... ㅠ
1시간에 1,600엔이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언젠가 또 도쿄에 올 일이 있으면 기억하기로 한다.
어쩐지 기가 빨리는 시부야 거리를 가로질러 타워레코드에 도착했다. 케이팝 층에도 아는 가수가 없...
바이닐 층으로 가니 외국인 내국인 할 것 없이 다양한 장르의 바이닐 늪에 빠져 열심히 디깅 중. 한쪽에서는 카세트테이프도 팔고 있다. 빈티지 감성의 가치가 더 해서 그런지 시디보다 비싼 테이프도 많다.
친절하게 카세트 플레이어도 뒤에서 판매 중. 역시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분명 뒤져보면 집구석에 하나쯤 있을 텐데... (후에 서랍 구석에 처박혀있던 워크맨을 찾았으나 너무 낡아서 아남 카세트로 새로 장만했다.)
소심하게 중고 테이프만 하나 구매. 노오랗게 탈색한 직원 청년이 친절하다.
위층도 구경하려고 했는데 정신이 쏙 빠졌는지 하얗게 잊어버리고 바로 나와버렸네.
하라주쿠에 왔으니 스누피 타운에 들러줘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 무턱대고 에어팟 케이스 샀다가 호환이 안 되는 사이즈라 전철 타고 가다 중간에 돌아가서 취소하고 면세 금액 맞춘다고 텀블러로 재구매하고 여차저차 삽질의 향연을 펼쳤다. 어쨌든 만족스러운 쇼핑 완료.
둘째 날은 후글렌 아사쿠사, 오늘은 후글렌 시부야. 2층까지 있는 널찍한 아사쿠사와는 다르게 시부야는 뭔가 더 북적이는 펍 같은 분위기다. 아마도 시부야가 먼저 있었고 나중에 아사쿠사로 확장한 듯.
상콤한 산미의 아이스커피로 목을 축였다. 그러고 보니 시부야에서는 컵노트를 받지 못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