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물의사권선생 May 22. 2017

E10. 또 귓병! (외이도염)

반려동물의 외이도염 관리

나: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오셨네요."

A : "네.. 요즘 흰둥이가 귀를 많이 긁네요."


차트를 확인하니, 거의 2년 전에 방문하셨던 흰둥이 보호자님이 오셨다. 3살 중성화 남자 말티즈.. 털이 잘 안 빠지는 5대 품종(요키. 시츄. 말티. 푸들. 비숑) 그리고 귀가 긴 코카 스파니엘 등은 귓병이 호발 하는 품종이다. 이들 품종은 귀 안쪽에 털이 많거나, 귀가 늘 덮여 있다. 환경적으로 습기가 많아지고 체열이 높아지면 귓병에 취약하게 되는 편이다.
아무튼 2년 전에 동일한 증상으로 내복약 먹고, 귀 청소 잘해서 완치된 줄 알았건만 다시 오셨다. 보호자님께서는 요새 들어 간식을 많이 줘서 그런지 귀를 많이 긁는다고 하셨다.

살짝 보니 한쪽 귀가 퉁퉁 부어 있었다. 꾸릿꾸릿한 냄새도 나고 귓바퀴에는 누런 귀지도 간간히 보였다. 그러고 보니 오늘 내원한 동물 중에 절반이 귓병(외이도염) 환자다.


반려동물의 귓병은 접종과 구충, 다음으로 많이 내원하는 질병이다. 정상적인 강아지의 귀 모형은 아래 사진과 같다. 왼쪽은 해부학적인 구조이고, 오른쪽은 검이경(귀 내부를 살펴보는 기구) 사진이다. 깔끔해야 정상이다.



해부적인 외이도('바깥', '귀', '길'를 한자로 읽는 말) 구조는 'ㄴ' 구조로 꺾여있다. 사람과 다르게 외이가 'ㄴ'자의 수직 부분, 수평 부분으로 나뉘기 때문에 막상 귀의 염증이 생기면 잘 낫지 않는다. '외이'라는 명칭을 어려워하시는 보호자 분들이 많으신데, 고막을 기준으로 바깥을 '외이', 고막 쪽을 '중이', 더 안쪽의 귀의 신경 부분을 '내이'라고 일컫는다. 외이도염이라고 하면 외이를 형성하고 있는 길모양 구조물에 전반적인 염증을 생겼음을 의미한다. 대부분 동물병원에 내원하는 귓병환자 동물은 외이도염 환자이다. 중이염과 내이염 환자는 극히 드물다.


검이경 상으로 외이도를 확인했을 때는 보통 수직 외이도만을 확인할 수 있다. 외이도를 형성하는 내부 피부의 붉은 기운이 적고, 염증성 이물질이 없이 깨끗하며 외이도 표면에 털이 없는 것이 좋다.

 

흰둥이의 귀를 좀 보려고 만지작했더니 바로 앙칼지게 내 손을 문다. 귀가 아픈 지 신경이 더 날카롭다. 물린 손을 보니 넷째 손가락에서 피가 났다. 오늘도 훈장 하나 다는구나 하며, 이럴 때 쓰는 반창고 하나 붙이고 흰둥이를 처치실로 옮겼다. 보호자 분이 안 계시는 공간에서 보통 개들이 더 온순해진다. 검이경으로 우선 내부 상태를 확인했다.



왼쪽 사진처럼 흰둥이의 외이도 상태는 안 좋았다. 염증으로 인해 외이도의 피부가 발그레 부어 있었다. 내부의 털에는 각종 오염물질이 묻어 있었다. 오른쪽 검이경 사진은 귀진드기가 있는 외이도의 사진이다. 주로 분양받고 얼마 지나지 않은 어린 반려동물의 귀 상태가 저런 편이다. 대부분의 증상은 귀를 많이 긁는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귀 전반을 차분히 살폈다. 일반적인 외이도염 증상처럼 귀 입구가 매우 붉고, 고름과 피딱지 같은 것들이 귀에서 나오고 있었다. 귓바퀴는 말할 것도 없이 퉁퉁 부어 있고, 만성적인 외이도염을 앓는 아이들처럼 귓바퀴 피부가 코끼리 피부처럼 변해있었다.


증상이 심해지면 하루 종일 선풍기 돌리듯 얼굴을 좌우로 흔들어 대기도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염증이 심화되면 귀 내부가 돌처럼 굳는다. 더 악화되면 고막 안 쪽의 중이 및 내이가 손상되어 청각의 소실은 물론, 얼굴이 마비되거나 균형감각을 잃고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도는 선회 운동 증상을 보일 수 있다.  

  

외이도염, 중이염, 내이염의 질병 모델,  GPI Anatomicals(R)


알레르기 피부염이 있는 아이들도 외이도염이 알레르기 피부병의 일환으로 흔히 생긴다. 하지만 대부분의 비알러지성 외이도염의 원인은 기생충 (Otodectes cynotis; ear mite, 간혹 Demodex canis 등)이나 귀 안으로 물이 들어가서 증식된 곰팡이(Malassezia 등) 또는 세균(Staphylococcus spp., Pseudomonas spp. 등)이다. 따라서, 병원에서 주로 하는 검사는 검이경을 통한 귀진드기 확인과 현미경 검사를 통한 곰팡이균 및 세균의 확인이다.


치료는 막상 단순하다. 저자극으로 한 번에 조금씩 귀를 수회 닦아 주시는 것을 반복하면 된다. 보호자님 중에서는 어디서 구하셨는지, 병원용 포셋으로 솜이나 거즈를 감아 귀를 박박 닦아주시는 분이 계신다. 당연히 최악의 상황을 경험하시게 된다. 자극이 너무 심하니 과유불급 상황이 되는 것이다. 상태에 따라 항균, 항곰팡이, 소염제의 복합제나 양, 한방의 내복약을 처방한다.



보통 처음 귀 청소를 할 때는 귀 세정제로만 하라고 설명드린다. 귀 세정제를 귀 안에 3~4 방울 흘려 넣으시고 외이도를 마사지해주시면 끝이다. 이 얼마나 간단한가.

마치 우물물을 퍼올릴 때 마중물을 조금 붓고 펌프질을 하는 원리다. 적은 양의 세정액이 외이도 'ㄴ' 자 구조의 안쪽까지 들어가고, 마사지가 펌프 역할을 하면서 내부의 많은 오염물질이 외부로 나오는 게 된다. 단순히 세정액을 넣고 마사지를 하면 된다. 걱정하실 필요도 없다. 반려동물은 자연스럽게 머리를 회전해서 스스로 세정액을 털어낸다. 세정액은 총 3회로 나눠서 1회 당 5방울씩 넣어주시고 10회 외이도를 마사지 해주시면 된다. 


조금 더 적극적인 경우는 아래 사진과 같이 귀 안의 털을 제거하고 3~4 차례 부드러운 솜에 귀 세정제 액을 충분히 적셔서 작은 원기둥 형태로 말아 귀안에 넣고 마사지를 해준다. 마지막 솜에 묻어 나오는 오염물질이 거의 없다면 깨끗하게 세정이 된 것으로 여기면 된다. 단, 자극을 적게 하면서 닦는 것이 제일 중요하고 욕심을 비우고 살살 여러 번 닦아주시는 게 좋다. 모든 게 보호자님의 인내심에 달려있다고 할까나.


이미 외이도의 염증이 있어서 외이도가 좁아져있다면 솜을 사용하지 마시고, 세정액만 넣어주시길 바란다.

한 세트에 여러차례로 나눠서 귀청소를 해주시는 것을 권장드린다. 이렇게 1주일에 2세트만~!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외이도염의 원인 중에 면봉의 잘못된 사용이 큰 비율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면봉으로 깨끗이 파야 속이 시원하시단 분께는 아래의 면봉처럼 특수한 면봉만을 사용할 것을 권장드린다. 아니면 100% 외이도 내부의 피부가 면봉에 헐게 되어 염증이 가중된다.


외이도 청소용 전용 면봉은 한쪽을 꺾으면 반대쪽으로 세정액이 스며들어 자극 없이 귀 청소가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가격이 비싸 추천드리지 않으며, 국내에서 구하기도 힘들다. 필자가 관련 면봉을 사용해본 결과 효능이 좋으나, 역시 동물이 귀 청소를 할 때 움직이면 쉽게 외이도 피부를 헐어버리는 부작용이 있었다. 따라서 처치 1순위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귀 염증은 장기간 동안 인내심을 갖고 치료를 해야 하는 질병이다. 아무리 빨리 치료를 할 욕심에 내복약, 스테로이드 외용제 연고를 잔뜩 써도 꾸준하지 않으면 다시 재발한다. 결론적으로 외이도염은 완치가 까다롭다. 굉장한 노력과 정성이 필요하며 결국 평생 관리가 필요하다. 심한 경우 두 번 다시는 이 아이에겐 간식을 주지 마시라고 처방드리는 경우도 있다. 간식들이 보통 기름지기 때문이다. 외이도 내부 피부의 모공에서 분비되는 유분(기름기?) 량이 간식 성분에 영향을 받는다. 왜 피자나 치킨 먹으면 얼굴에 기름 낀다고 느껴지는 것과 같은 거다.

유분량이 많으면 귀지(ear wax)가 과량 생성되고 곰팡이와 세균의 좋은 안식처가 되니 염증은 자연히 온다. 그러니 안타깝지만 귓병 있는 반려동물은 간식과 거리를 두게끔 하셔야 한다. 단, 귀지는 대부분 자연스레 생성, 배출되니 꼭 귀지가 많다고 심하게 박박 청소하는 것은 금물!!이다. 차라리 요새 뭘 먹었나 찬찬히 생각해보시는 편이 낫다.


우리 병원 자체에서도 외이도염 치료 하나를 위해 작성한 프로토콜이 단계별로 3가지이다. 그러니 일반 보호자분께서 느끼시는 막연함은 오죽할까.


외이도염의 예방을 위해서 1 주에 2 회는 저자극적인 귀 세정을 해주시고, 목욕 후 귀를 잘 말려주시길 권장드린다. 외이도염이 있는 아이들은 귀의 체온을 낮추기 위해서 귀 쪽 미용을 털이 거의 없도록 하시길 권장드린다. 무엇보다도 반려동물이 귀를 좀 많이 긁기 시작하고 꿉꿉한 냄새가 나면 바로 병원에 내원해주시길 당부드린다.


세정액만을 사용하던가, 세정액이 듬뿍 묻은 얇은 솜기둥을 넣고 살살 마사지!! 저자극이 포인트다.
매거진의 이전글 E09. 반려동물의 예방접종과 구충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