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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물의사권선생 Jan 17. 2017

E06. 반려견의 슬개골 탈구

달려라! 두부야

겨울철 12월에서 내년 2월까지는 늘 병원이 한가한 편이다. 추운 날씨가 주는 따뜻한 여유가 고맙기도 하고.. 더 나아가 나도 겨울 휴가라는 걸 다녀와볼까라는 생각도 든다. 물론 불가능하다고 금방 깨닫게 되지만, 잠시나마 꿈꿨던 남쪽나라의 따뜻한 겨울이 날 설레게 했다. 주말이 없는 삶. 공휴일이 없는 삶.. 동물병원 처음 오픈한 해에는 추석과 설 당일 딱 2일을 쉬었다. 매일 10시 개점 10시 폐점, 12시간을 근무하였었고.. 지금은 월에 6일 쉬고 10시-7시 근무로 운영하니 정말 편해진 듯하다. 아무튼 나 역시 어쩔 수 없는 동물병원 원장님들의 안타까운 라이프를 살고 있지만, 적응이 되니 소소한 행복이라도 챙기는 삶이 그냥 저럭 만족스럽다.


오늘도 꽤나 쌀쌀한 날씨, 선물 받은 유자차 한 잔 타 먹으려는데 뚜껑이 굳어서 잘 열리지 않았다. 낑낑 "이거 왜 이래" 하며 사투를 벌이고 있는데 '띠리리리리릴~'


진료실로 울리던 벨소리가 유난히도 컸다고 느꼈다. 그리고 수화기 넘어의 격양된 목소리.


"선생님, 두부가 뒷다리를 계속 절어요."

'슬개골 탈구'. 태어난 지 1년도 안 된 암컷 포메라니안 '두부'는 양측 슬개골(무릎뼈)의 내측 탈구가 있었다. 약 먹고 회복될 수준이 처음부터 아녔기에 수술하러 내원하시라 상담드리고 일정 예약을 잡았다. 추운 날씨 탓인지 겨울에는 근골격계 질환이 증가한다.


슬개골은 무릎이 굽히고 펴질 때마다 움직인다. 그럼으로써 쉽게 무릎운동이 되도록 도움을 주며, 무릎관절 구조'Alignment'를 유지시켜준다. Alignment는 허벅지의 큰 근육부터 무릎 부위를 거쳐 정강이뼈까지 이어지는 해부학적인 곧은 선(line)상을 의미한다.


슬개골은 무릎에 있는 씨앗모양의 뼈이다.


슬개골은 대퇴 도르래 고랑(groove)이라는 정해진 공간에서만 움직여야 한다. 그런데 선천적인 원인 또는 외상성 손상, 과체중 등으로 슬개골은 고랑을 벗어나게 된다. 이런 슬개골의 위치 변화, 관절 구조의 mal-alignment '탈구'라 한다.



탈구가 되면 무릎관절이 움직일 때마다 슬개골은 대퇴골의 일부와 마찰된다. 뼈와 뼈가 서로를 짓이기니 심한 관절염과 영구적인 퇴행성 뼈 손상을 유발한다. 성장기에서 더욱 큰 마모성 손상이 유발됨으로 1살 6개월령 전 내원한 반려동물에게는 거의 수술을 권장한다.




몸 안쪽(내측)으로 벗어나면 내측 탈구, 그 반대 측이면 외측 탈구라고 한다. 소형견에서는 거의 대부분인 내측 탈구이며, 대형견에서는 종종 외측 탈구가 있다. 유전적인 되물림이 보이기에 어린 나이의 말티즈, 포메라니안, 푸들, 치와와 등에서 많이 발생한다. 이따금 4kg 이상의 고양이 품종(메이쿤, 레그돌, 노르웨지안 포레스트 등)에서도 내측 탈구가 발생하나 드문 편이다.


슬개골 탈구는 4단계로 나뉘는데, 관절의 손상 정도, 손가락으로 밀었을 때 슬개골이 정상 위치로 되돌아오는가 등을 평가해서 진단한다. 반드시 4단계가 더 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것도 아니며 어느 시기의 탈구도 주의를 소홀히 해선 안된다. 한쪽 무릎의 손상은 반드시 반대쪽 다리에 체중부하를 가중시키고 결국 반대쪽 무릎도 아프게 한다. 또한 슬개골 탈구가 무릎 구조를 구성하는 다른 구조물에 합병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조기치료와 예방이 중요하다. 침대, 소파에 오르는 행동을 못하도록 훈련시키거나 점프 유발 장소인 현관문 앞 등에 푹신푹신한 놀이매트를 두는 것도 좋다. 간식을 주실 때 보호자님 무릎 높이에서 주시면 아이들이 점프를 할 수밖에 없으니, 아이들 간식은 항상 낮은 위치에서 주셔야 한다.


슬개골로 인한 대퇴골 일부의 손상 진행


대개 2단계의 시기에 쩔뚝거림으로 또는 세 발로 걷는 증상으로 내원하는 편이 많다. 촉진으로 탈구 단계를 평가하고, 십자인대 손상 등의 합병증을 확인한다. 또 방사선 촬영으로 대퇴골 도르래 고랑 및 주변의 손상 정도와 슬개골의 크기 및 위치를 확인한다.


치료는 진통, 소염제로 개선될 단계면 우선적으로 먹는 약을 처방하나, 내복약 처치의 개선상이 미약할 것으로 생각되고 탈구의 정도가 심하면 바로 수술을 계획한다. 외국의 경우 반려동물에게 히알루론산이나 펜토산 등의 관절주사를 실시하기도 하나, 실제 논문을 보면 치료 성과가 미약한 편이다.


수의학 전반의 발전으로 수술 방법은 최근 들어 더욱 발전되고 있고 다양하다. 하지만 기본적인 수술법의 핵심은 동일하다. 무릎 운동으로 슬개골이 움직일 때 고랑 안에서 잘 있게 해 주고, alignment를 일직선으로 잘 유지시켜주면 된다. 수술 후 입원 치료 시, 3~5일 정도 연부 포대를 하고 병원에 추가 10일 정도 입원 관리 후 퇴원시킨다. 수술 후에도 적어도 2주간은 진통 소염제의 복용이 필요하다.


수술 후 관리는 아래 정도로 해주시면 된다.

1. 집안 내 관리:  미끄러운 바닥이라면 매트 필수, 점프 장소의 매트 필수.

2. 실외 운동: 산책은 30분 내외로 평지만 해주실 것, 급격한 몸의 회전이 필요한 놀이 등은 자제

3. 식이 관리: 체중 관리 필수


관절 영양제 문의를 많이 하시는 편인데 시중에 유통되는 영양제 성분은 주로 글루코사민이나 콘드로이친이다. 딱 한마디로 정리하면 FDA에서는 이들 성분의 제품을 승인하지 않는다. 효과가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렸기 때문이다. 녹색입 홍합, MSM(Methyl Sulfonyl Methane), 녹용 제품과 같은 천연 영양제가 오히려 더 권장되는 편이다. 관절 예방을 목적으로 장기간 칼슘 영양제를 급여해주시는 경우도 많이 봤는데 대부분 이 때문에 비뇨기 결석 질환이 생긴다. 뚜렷한 목적 없는 영양제 급여는 정말 안 좋다. 이 점 꼭 명심해주시길 바란다.


두부는 수술을 잘 이겨냈다. 엄청 애교도 많고 사랑스러운 녀석이라 당분간 입원실의 사랑을 독차지할 것이다.


앞으로 마음껏 달리자. 달려라 두부야!

달려라! 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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