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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료니 Oct 20. 2019

돌아갈 수 있다면 바꾸고 싶은 일 3가지 -엄마 편-

'엄마'라는 단어.

듣기만 해도 가슴에서 강한 파동이 일어난다. 항상 나를 후회하게 만드는 '엄마'라는 단어. "그때 내가 왜 그랬을까?" 조금만 더 살갑게 대할걸, 조금만 더 웃어줄 걸.




  그냥 맛있다고 할걸

우리 엄마는 가정주부가 아니었다. 밖에선 일을 했고, 집 안에서도 일을 했다. 식구들의 끼니를 항상 책임졌다. 입 짧은 아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항상 맛있는 음식들로 상을 채우려 노력했다. 감자탕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였다. 내 페이보릿 음식이 저녁 상에 올라왔다. 돈 주고 사 먹는 감자탕과는 조금 달랐다. 국물은 흐리멍덩한 색을 띠고 있었고, 고기는 뻑뻑했다. 내가 감자탕을 좋아하는 이유는 진한 고기 맛 국물과 야들야들한 식감의 고기. 그게 내가 감자탕을 좋아하는 이유였는데.. 엄마는 물었다. "아들~ 아들이 좋아하는 감자탕 엄마가 했어~ 맛이 있으려나~?" 그릇에 꽉 차 있던 고기들을 옆으로 밀어내고 수저로 국물을 담았다. "후루룹". 흐리멍덩한 색의 국물은 역시나 밍밍했다. 젓가락을 들어 살점을 집었다. "쩝쩝쩝". 뻑뻑하다. 있는 그대로 말했다. "엄마, 국물은 밍밍하고 고기는 뻑뻑해. 집에서 더운데 이 고생하지 말고 그냥 사 먹자" 엄마는 서운한 마음을 감추려 수저를 들었고, 조금 높은 톤으로 서운함을 감추려 했다. "아휴~ 레시피는 똑같이 따라 했는데 파는 건 확실히 달라~ 그치?"


나는 엄마를 위하는 마음에 솔직하게 말을 했었다. 이 삼복더위에 좁아터진 부엌에서 한참을 끓여낸 밍밍한 감자탕이 내 생각엔 미련한 짓이라고 생각이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힘 빠지는 말이 어디 있을까 싶다. 요리대회 나온 것도 아니고 그저 내 새끼가 좋아하는 음식을 엄마가 했다. 그냥 맛있다고 밥 한 그릇 싹 비우면 되는 것을. 그때의 나로 돌아간다면 너무 맛있다고 한 그릇 더 달라고 말하고 싶다.



 딸 같은 아들이 될걸

"엄마도 딸 하나 있으면 좋겠지?" 이 질문에 대답은 항상 같았다. "아니야~ 엄마는 우리 아들들이 너무 든든해".

살아보니 중년의 여성에게 딸이란 굉장히 힘이 되는 부분인 거 같다. 알게 모르게 우리 엄마는 딸 같은 아들을 원하고 있었다. 그래서 한 번은 같이 쇼핑을 갔다. 나름 같이 쇼핑을 간다는 행위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 정도면 딸 같은 아들이지. "갖고 싶은 거 사. 사줄게". 아들이 사준다고 하는데도 엄마는 쉽게 고르지 못했다. 답답했다. 사준다는데 뭐가 이렇게 오래 걸리는지. 30분이 흘렀다. 슬슬 지루해지고 짜증이 났다. "엄마, 그냥 가지고 싶은 옷 사. 뭐가 그렇게 오래 걸려." 엄마는 미안하다 했다. 그 대답에 더 짜증이 났다. 이럴라고 같이 쇼핑을 왔나? 살짝 회의감이 들었다. 그냥 집에나 있을 걸. 결국 엄마는 옷을 구매하지 못했다. "다음에 사고 싶은 옷이 있으면 말할게~" 답답해 아 답답해. 사준다는데 왜 사질 못 하고 답답하게 구는지. 딸 같은 아들 노릇 좀 해보려 했는데 오히려 무뚝뚝한 아들이 탄로 났다.


우연히 모녀지간으로 보이는 여성 두 분이 팔짱을 끼고 쇼핑을 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제야 깨달았다. "아, 저게 딸이구나.. 내 옷을 고르듯 이것저것 살펴보며 엄마의 입장에서 쇼핑을 같이 즐기고 있었다. 사주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구나.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내가 틀렸다는 거 정도는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때의 나로 돌아간다면 "엄마 그 보단 이 옷이 엄마한테 더 잘 받을 거 같은데? 이 거 한 번 입어봐 내가 봐줄게~"라고 말하고 싶다.



좀 더 상냥하게 알려줄걸

내가 나이를 먹을수록 우리 엄마도 나이가 들어간다. 엄마는 나에게 영원히 존재하는 사람 같았다. 언제나 내 뒤에 서서 나를 지지해주는 든든한 버팀목이랄까? 그러던 엄마가 언젠가부턴 나에게 일상에서 일어난 일들을 말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엄마가 어쩌구 저쩌구.." 그럴 수 있지. 알아. 근데 나도 내 일이 있고, 나도 쉬어야 충전을 하는데.. 한 번은 짜증 섞인 투로 전화를 받았다. 역시나 대수롭지 않은 일상 이야기들. "엄마, 그거 중요해? 나 지금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나중에 전화할게." 뚝. 정신없이 살다 보니 까맣게 잊어버렸다.


유튜브에서 어떤 영상을 봤다. "치매에 걸린 엄마와 딸의 이야기". 펑펑 울었다. 내용은 이러했다. 딸이 어릴 적 별 사소한 것들을 수시로 엄마에게 들려준다. "엄마! 있잖아~ 오늘은 이랬다?", "엄마! 오늘 민수가 나한테 이래 이래서 나 너무 속상했어". 가만 생각해보니 우리 엄마는 싫은 기색 없이 내 이야기들을 항상 경청해줬다. 아니 내 이야기를 말하지 않을 땐 항상 궁금해하셨다. "우리 아들, 오늘은 뭐했어?" 그렇게도 내 이야기들을 궁금해하며 관심을 주었던 우리 엄마. 이제는 자신의 이야기들을 나에게 하시려 하는데 난 궁금해하지 않았다. 아니 들으려 하지도 않았다. 나쁜 놈. 그때의 나로 돌아간다면, 아니 내가 먼저 전화를 걸어야겠다. "엄마, 오늘은 어떤 하루를 보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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