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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빌라 올수리 리모델링 비용은 얼마일까

25년 빌라 인테리어 견적을 받다

경매로 집을 좀 저렴하게 샀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취득세 이외에도 생각보다 들어가는 지출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노후 빌라는 올수리 비용까지 감안해야 한다.


우리가 산 집은 25년 된 빌라였다. 흔히 말하는 빨간 벽돌집은 아니지만 오래된 주택임은 분명했다. 전에 살던 사람은 집을 전혀 관리하지 않았다. 등기부등본에 거주자가 한 집에서 20년을 살았다는 기록을 봤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때는 이 기록이 매우 중요한 정보라는 걸 미처 몰랐다.


전체적으로 리모델링이 필요해 견적을 5곳 정도 요청했다. 이중 2곳은 실제로 집을 보러 오기 전에 떨어져 나갔다. 한 곳은 집 주소를 듣고 스케줄을 조율해 보겠다고 한 뒤 연락이 없었고 한 곳은 갑자기 사장님 인대가 끊어졌다며 집 방문을 취소했다.


리모델링에서 호구되지 않으려면?


리모델링 업체를 고르기 전부터 걱정을 잔뜩 안고 있었다. 불안감을 조성하는 다양한 이야기를 접했기 때문. 순진해 보이면 호구 잡히기 쉽다는 이야기부터 사기당하기 쉽다는 이야기까지. 거금을 들이는 인테리어 사업은 잘 알지 못하면 바가지 쓰기 좋은 업종으로 소문나 있었다.


실제로 ‘평당 얼마’라고 말하는 업체는 의심부터 해봐야 한다. 인테리어는 쓰이는 자재에 따라 가격 차이가 커진다. 예를 들어 도배지는 LG의 2.2T 장판을 했을 때 얼마인가? 와 같이 구체적으로 견적을 받는 것이 좋다. ‘평당 얼마’는 저렴한 자재를 쓰고 비싼 견적을 받을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본인이 잘 모르기 때문에 전문가를 고용하는 것인데 무조건 믿고 맡길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에 대한 감도 오지 않았다. 그러다 인테리어 리모델링 업체에서 견적을 한번 받아보니 어떤 항목이 있는지 대략 알게 되었다.


견적서에는 장판, 도배, 화장실, 싱크대, 쓰레기 처리 비용, 인부(인원 수) 비용 등 다양한 항목이 나온다. 견적 요청한 업체별로 나누는 항목에 조금씩 차이가 나기도 했다. 견적은 아파트/빌라, 평수 등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의 경우, 53.97제곱미터(약 16평) 빌라, 올수리로 견적을 받았다.


견적을 요청한 업체는 크게 3개였다.


1.     개인 인테리어+건설업을 함께하는 업체

2.     집 근처 인테리어 업체

3.     관악구에 있는 인테리어 업체


집 근처 동네 리모델링 업체가 비교적 저렴하다는 말이 있어 동네 업체도 알아보았다. 블로그 댓글과 후기 등을 참고하여 3번을 선정했고 2번은 집 근처를 돌다 우연히 간판을 보고 견적을 받아 보기로 했다. 1번은 지인을 통해 알게 된 곳으로 가정집보다는 건물 위주로 건설을 하시는 분이었다.


결혼식이 3월 초라 가급적 2월에 공사를 끝내고 3월에 입주하길 원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견적 받는 일도 시간이 걸렸다. 인테리어 업체에 연락하면 2~3일 뒤 집을 방문하였고 집을 보고 견적서를 받으려면 또 4~5일의 시간이 소요됐다.


고칠 수 있는 건 고쳐서 사용해보려 했다. 가령 못을 박아 벽이 뚫린 부분은 퍼티로 메꾼다거나 도어락을 교체하는 일 등이 그렇다. 하지만 인테리어 업체들은 다들 전체적으로 수리할 것을 권했다. 노후 빌라인데 관리도 전혀 되지 않아 모든 게 받쳐주지 못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사람과 집의 공통점,
들춰봐야 비로소 보인다


집과 사람은 비슷한 면이 있다. 진짜를 보기 위해서는 속을 들춰봐야 한다는 것, 보이는 것보다 내실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겉으로 멀쩡해 보이는 집도 장판을 들춰보면 달리 보인다. 이 집은 상태가 안 좋다는 점에서 겉과 속이 일치했지만 장판을 들춰보니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창쪽으로 선 너머만큼이 확장된 부분

베란다와 인접한 방 콘크리트 바닥의 일부분에 금이 가 있었다. 이를 통해 베란다를 방으로 확장했다는 사실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물이 센 흔적

콘크리트 바닥에 물이 고인 흔적이 있어 보일러 배관 누수도 의심되었다. 습기로 인한 흔적인지, 보일러 배관 누수가 있는 건지 정확하지 않았다. 누수인지 확인해 보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보일러 배관 누수 확인 방법>

보일러를 틀어 놓는다.

시간을 두고 지속적으로 장판을 들춰본다. 물이 고여 있다면 배관 누수를 의심해 봐야 한다.

보일러가 자꾸 꺼지는 것도 배관 누수 가능성을 뜻한다.

바닥에서 퐁퐁 물방울이 솟아오르는 모양이 보인다면 배관 누수를 뜻한다.

배관 누수 공사가 필요한 집


1~3번 업체 중 배관 공사를 추천한 업체는 2번 단 한 곳이었다. 실제로 배관 공사는 까다로우며 샤시에 버금갈 만큼 꽤나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2번 사장님은 신림의 노후된 집을 많이 경험해 보신 듯했다. 직접 방문하여 집을 봐주실 때 문제점을 요목조목 짚어 주셨다. “돈이 웬수죠”라며 배관 공사를 추천하지만 선택사항이라고 하셨다.


처음에는 도배, 장판만 하고 본인이 모든 걸 손보겠다고 다짐했던 신랑은 도어락을 직접 설치하다 좌절을 맛본 뒤에서야 현실을 받아들였다. 워낙 노후된 집이라 배관 공사를 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다고 했다. 이전에 1번 사장님께 배관 얘기를 꺼내자 난색을 표하며 당황하던 기억이 난다.


“배관까지 하면 집을 부수고 새로 짓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1번 사장님께 배관 포함한 견적을 달라고 요청했으나 견적에 배관 항목은 없었다. 반면 2번 사장님은 배관을 손 봐주신다고 하여 결국 2번 사장님을 선택했다.


난방공사(배관: 바닥을 다 갈아엎고 관을 새로 설치), 전기공사, 단열, 도배, 장판, 욕실(덧방이 아닌 다 때려 부수고 새로 하는 공사), 샤시, 싱크대, 문, 문틀, 신발장, 몰딩, 걸레받이, 전등, 베란다 타일, 쓰레기 처리, 4중 슬라이딩 도어(방 하나가 4중 미닫이 문으로 되어 있는 상태), 방화문(현관문) 등 올수리 견적을 받았다. 경매 시작 전 수리 비용을 1000-2000만원으로 생각했지만 총 3000만원의 견적비가 나왔다.


공사 기간은 3-4주. 말그대로 뼈와 살을 깎는 인고의 시간이 지나야 새 집에 들어갈 수 있다. 보금자리를 만들기 위해, 새 집을 만들기 위한 여정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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