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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 공사 중 경찰이 출동했다

다사다난한 빌라 공사

배관 공사, 선택의 기로에 서다


오래된 빌라를 수리할 때 부딪히게 되는 질문이다. 배관을 교체하면 통상 10년 정도는 무난히 쓴다고 한다. 하지만 20년이 넘은 빌라의 동관이 잘 버텨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배관 공사는 700~800만 원의 비용이 추가되는 공사로, 하면 좋지만 비용 때문에 망설이게 되는 부분 중 하나였다.


인테리어 사장님은 이 집을 보고 조심스럽게 배관공사를 추천했다. 이미 오래된 동관이므로 사는 동안 터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터지면 누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판과 벽지 교체 정도로 버텨보려 했던 생각은 온데간데없고 어느새 하나 둘 고쳐야 할 부분이 늘어나며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안전제일주의인 신랑은 배관공사를 결정했고 우리는 일주일에 한 번씩 브리핑을 위해 퇴근 후 집을 찾아갔다. 작업하실 때 사진을 몇 장 부탁드렸고 주말에 가서 틈틈이 작업 현장을 찍어두었다.


철거를 하고 난 뒤 장판 밑 콘크리트 바닥을 파헤친 바닥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제대로 닫히지 않았던 샤시와 문, 문틀도 모두 제거된 상태였다. 예전에는 바닥에 자갈을 깔았다고 하는데 그야말로 자갈밭이었다.

그 위로 새 엑셀관이 깔렸다. 50평대 이상의 큰 집에서는 엑셀관을 두 개로 연결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집은 하나의 관으로 작업한다고 한다. 보일러를 통한 난방, 온수가 모두 이 엑셀관을 통해 방으로 전달된다.


관은 하나로 연결돼 있으므로 온수와 난방이 먼저 통과하는 관이 더 빨리 따뜻해지고 먼 방일수록 늦게 따뜻해진다. 예전부터 난방을 틀면 시간차가 왜 나는지 궁금했는데 그 이유가 여기 있었다.


좌) 투명한 관은 엑셀관, 왼쪽 땅 속에 묻힌 관은 수도관                   우) 싱크대를 떼어낸 자리

엑셀관 간의 간격이 일정한 게 좋지만 군데군데 일정하지 않은 부분들이 보인다.

화장실 배관도 새롭게 교체했다. 구석기시대 유물 발굴 현장처럼 구획이 나뉜 틈 사이로 배관이 들어가 있다.

화장실 배관 공사

배관과 엑셀관을 깔고 나면 그 위에 콘크리트를 부어 바닥을 편평하게 만드는 미장 작업에 들어간다. 자갈밭만 보다가 고르게 정돈된 콘크리트 바닥만 봐도 변화를 느낀다. 다만 기온이 영하권이라 콘크리트가 잘 마르는 일이 관건이었다.


경찰차와 소방차의 출동  

 

미장  1~2 정도 말리는 기간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인테리어 사장님거실과  곳곳에 양생용 젤을 두셨는데 겨울에 콘크리트 양생용으로 많이 사용된다고 하셨다. 추운  미장을 잘하려면  방법이 최선이란다. 드럼통 자체에는 불이 붙지 않았지만 젤이 타오르면서 불그스름한 형체가 오르락내리락하는  보였다.


‘불난 줄 알고 누가 신고하면 어쩌지?’라고 걱정하며 집을 나섰고 우려는 현실이 됐다. 사장님은 두 시간에 한 번씩 집을 살피며 불씨가 꺼지지 않았는지 확인하던 도중 다른 빌라 주민의 신고를 받았다고 한다. 새벽에 경찰차와 소방차가 출동했고 화재가 아닌 것을 모두에게 확인시킨 후에야 일이 마무리됐다.

     

새삼 사장님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많은 변수와 직면하며 사람, 상황과 부딪혔을 사장님은 모든 일에 해탈한 사람처럼 단단하고 고요해 보였다. 직업이 성격에 영향을 줄 법도 한데 사장님은 날 선 느낌이 아니라 고요하고 인자로웠다.


덤덤하게 웃으며 그 날의 일을 설명해 주는 사장님. 일주일에 한 번 갖는 브리핑 시간에도 일의 진전, 작업 현황을 차근차근 설명해 주시곤 했다.


사장님이 작은 일에도 호들갑을 떠는 사람이라면 이 바닥에서 오래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뜨거운 불 속에서 작품을 만들어내는 장인의 내공이 사장님에게서 느껴졌다.

      

그렇게 집은 조금씩, 한 발자국씩 완성을 향해 더딘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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