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인 리 Feb 02. 2022

테슬라에 대한 생각

남들이 다해서 나도 좀 관심을 가져봤는데 

2년 전쯤, 모두가 테슬라 이야기를 한창 미친 듯이 쏟아낼 때 테슬라 주식 몇 주를 샀었다. 테슬라라는 회사에 대해서 잘 알아서가 아니라, FOMO 속에서 내 정신력을 테슬라를 사야 하냐 말아야 하냐 와 같은 문제에 쏟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이 돈은 다 잃어도 얻은 거나 마찬가지다라는 판단을 했다. (뭐 멘털을 붙잡아주는데 돈 좀 쓴 거랄까.)


그렇게 2년이 지났는데, 그동안 정말 내가 열과 성을 쏟았던 다른 주식에 비해 압도적인 성장을 하면서. 테슬라로부터 시작된 FOMO는 어느덧 JOMO로 바뀌어 내 포트폴리오에 TSLA라는 뿌리가 단단하게 박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늘 마음속으로는 관종 머스크 형이라는 사람 때문에 잠시 반짝하는 주식이겠지. 펀더멘털이 그리 좋겠어?라는 불신과 의심에 가득 차 있었는데… (올라서 좋은데 왜 올렀는지 모르는) 그러다 오늘 처음으로 2022 Q2 어닝 콜을 들었다. 왜 들었냐고 물어본다면, 일런머스크의 육성을 좀 듣고 싶어서라고 하면 좀 변태 같을까? 사실 유튜브로 짤을 몇 개 봤는데 눈에 늘 눈물이 고여 얼굴을 무척 감성적인데 이야기는 자꾸 화성에 로봇 이야기 툭툭 하는 이 남자 너무 섹시해 보여서.. 그러니까 나만 그런 건가?


암튼 테슬라가 지금의 1/10 가격도 안되던 2018년도에서 2019년도로 넘어가는 시점을 보니 테슬라의 만년 영업이익 적자 폭이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돌아서면서 무려 23배 증가를 했다. 사실 이때 테슬라는 백 불도 안 되는 가격에서 갑자기 미친 듯이 오르기 시작했던 것이다. 성장성에 더해 이제는 수익성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았던 상징적인 해가 바로 테슬라에 모두가 미치게 된 바로 그 시점이었던 것이다.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많은 테크 주식들과 테슬라가 달랐던 큰 부분이 바로 이런 영업이익에서 확실하게 '우린 이제 수익도 내는 회사'라고 보여줄 수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 나스닥 성장 테크주들이 50% 이상씩 떨어지며 right, left, upper 컷까지 고루고루 맞으며 쓰러져 갈 때 그나마 잘 유지했던 기업들을 보면 모두 하나같이 성장률과 수익률이 정의의 여신 디케의 저울처럼 받쳐주었던 것이다. 


사실 이건 어닝 콜에 나왔던 건 아니고, 그냥 income statement 보고 안거긴 하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한 번도 안 보면서 테슬라 주식을 갖고 있었던 건 ㅋㅋ 나 역시 투기에서 벗어나지 못했구나 하며 한번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 것은 분명했다. ㅎㅎ (다신 그러지 마라)


암튼, 어닝 콜에서 발견한 부분 중 중요한 건 바로 이 회사를 이끄는 다양한 프러덕 라인이었는데. 테슬라는 전기차뿐만 아니라, 전기차에 탑재된 FSD 즉 자율주행 서비스의 구독 모델, 노동력을 대신할 테슬라 봇으로 불리는 인공지능 탑재 휴머노이드 로봇, GPU 능가와 자율주행에 있어서 가격을 세이빙 할 초고속 처리 능력을 갖춘 슈퍼컴퓨터 AI 칩, 그리고 너무나도 놀라운 보험업 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것 말고도 몇몇 비즈니스 라인이 더 있는 거 같은데 어려워서 패스. 


그중 일런머스크가 어닝 콜에서 사실 미래의 테슬라에게 돈을 벌어줄 것은 전기차가 아닌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게 하는 기본적인 노동력을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에서 본다는 점이었다. (우리나라는 뭐 노조 때문에 기술 있어도 절대 불가능하겠지만) 그리고, 재밌는 부분은 Labor shortage 문제에 있어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야 나델라 CEO와는 다른 접근을 하는 게 무척 인상적이었는데, 사티야 나델라는 LinkedIn과 같은 서비스를 통해, 훌륭한 인재의 '연결'을 통한 솔루션을 찾았고, 일런머스크는 인공지능 테슬라 봇을 만듦으로써 '무에서 유' 솔루션에 접근했다는 것이다. 


사실 이런 두 가지 생각이 다른 기본적인 배경에는 자동차 생산 업과 같은 제조산업의 노동력은 '단순하지만 반복적인 일로서 패턴을 분석해 충분히 로봇이 대체할 수 있는 것'이고, IT 산업의 노동력은 high tech 기술을 익힌 아직은 로봇이 대체하기 힘든 영역이기 때문이다.


또한, 재밌었던 비즈니스 솔루션중에 보험업은 확실히 서비스에서도 혁신이 필요하구나를 상기시켰는데, 테슬라 소유 운전자의 실시간 운전 정보를 토대로 보험료를 산정해서 일반 보험료보다 많게는 50% 이상 저렴한 가격을 제공한다고 한다. 운전을 제대로 하는 사람은 돈을 적게, 거지같이 하는 사람은 더 많이 내는 솔루션( 참신해) 물론 텍사스 캘리포니아 등 몇 개의 주에서만 시작되었지만, 보험도 차도 모든 것들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화되는 서비스가 앞으로 주도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천편일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아닌 개개인에 맞춘 맞춤 서비스를 최고의 생산성과 효율성으로 그러니까 automate와 같은 방식을 통해 제공하는 회사는 혁신을 통해 살아남을 거고, 그렇지 못한 회사는 도태되지 않을까.


아. 그리고 이건 여담으로. 다른 매우 준비된 상태로 어닝 콜을 하는 CEO들과 달리, 일런머스크는 왜 이렇게 준비를 안 하는 것만 같을까. 말도 계속 더듬더듬 "어… 아..", "I don't know", "let's see"와 같은 소리를 계속한다던가. 아무 소리도 안 하다가, 갑자기 "띠용띠용" 하는 팀즈 미팅이 켜졌다 꺼졌다 하는 소리 계속 난다던가. 마치 high level executive들이 하고 있는 미팅을 엳들은것만 같은 기분은 무엇일까? 또 하나 웃겼던 것은, 지금 테크 업계가 처해있는 반도체 Chips shortage 사태는 코로나 시대 사람들이 패닉 해서 휴지 산거랑 같은 거라고 보면 된다는 그의 생각. 화장실 휴지가 정말 없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자신의 아들을 슈퍼마켓에 데려갔다는 일화를 어닝 콜에서 발표하는 그의 너무도 솔직하고 꾸밈없는 모습에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이내 적응하고 같이 웃고 있는 나를 발견해버렸다. 


이래서 그 회사의 경영진을 알려면 어닝 콜을 들으라고 했던가. 아무튼. 이렇게 아침 먹으면서 어닝 콜 듣다 보니 머릿속으로 살며시 정리되는 기분이 들어. 브런치에 길게 남겨본다. 테슬라 관심 있는데 노력해 알고 싶은 생각은 없었던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하여. 

매거진의 이전글 그저 평화로운 아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