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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가의 비하인드 씬을 통한 교훈 3가지

<방구석 미술관>을 읽고 얻은 인사이트

by 퐝지

<방구석 미술관>에는 반 고흐, 마네, 모네, 샤갈, 뒤샹 등 여러 예술가들의 비하인드 씬이 펼쳐진다. 유명한 예술가들이기에 널리 알려진 이야기들이지만 그것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준다.

작품만큼이나 흥미로운 미술가들의 삶에 대해 읽으며 인상 깊었던 점 3가지를 뽑아보았다.


시대를 앞서가는 생각을 한다는 것

그것이 훗날에는 공기처럼 자연스러운 사상일지라도 당시에는 받아들여지기 힘든 생각이 있었다.

신화나 종교를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의 망막에 맺힌 것을 그린다는 것

자신이 사는 시대의 일반적인 사람들을 캔버스에 담아내는 것

인상주의가 성행하자 그것에 반해 자신만의 독창성을 반영해 후기 인상주의를 만들어내는 것

사물 쪼개고 다시점을 적용해 기존에 없던 회화를 만들어 낸 입체주의


이런 미술사를 만들어온 예술가 중에는 부모의 유산 덕분에 부족함 없이 자신의 예술 기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던 반면, 많은 이들은 생계형 예술가였다.

가장의 책임을 지고 아이들을 부양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류에서 벗어나, 현생에서 누릴 수 있는 부와 명예를 떠나 미래 지향적인 것들을 창조했다.


왜 그랬을까.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그들이 배불리 먹는 것 대신 이름과 명성을 남기기 위해 기존의 것을 거부하진 않았을 것이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 신념대로 묵묵히 걸어가는 것, 그것을 위해 여러 질타와 당장의 배고픔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나아갔을 것이다.


다만, 배고프고 가난한데 꾸준히 신념을 지켜나간다는 것은 믿을 수 없으리만큼 경이롭다. 낭만과 철학이 사라져 버린 현대 자본주의에서 이렇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남아있을까.

부를 좇는 대신 자신의 신념을 좇을 수 있는가.


우리의 시대에는 어떤 것이 선구적인가. 미래지향적일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인가. 꼭 그래야 하는 걸까.

내 인생에서 수호해야 할 신념은 무엇일까.

그저 그들이 존경스럽기만 하다.



혼자 창조한 예술가는 없다

미술가들의 곁에는 언제나 스승이 있었고, 함께 토론하고 교류하는 예술가들이 있었다. 대부분의 이들이 필요에 의해 미술학교를 다니기도 했다. (기존의 교육방식이 맘에 들지 않아 중도에 그만둔 경우도 있었지만)


마네는 인간의 추한 이면에 대한 시집을 냈던 샤를 보들레르와 절친했으며, 일본의 채색 목판화인 우키요에를 보고 인사이트를 얻었다. 모네는 이런 마네로부터 우키요에의 평면성과 단순성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전수받고, 풍경화를 그리는 바르비종파 화가들과 친하게 지내며 평생의 주제를 자연으로 삼게 된다.

일본의 채색 목판화인 우키요에. 화가는 호쿠사이.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神奈川沖浪裏)>

세잔의 스승인 피사로를 통해 인상주의를 접하고, 모네의 인상주의에 균형과 조화를 덧붙여 자신만의 후기 인상주의를 만들어낸다. 피카소는 마티스의 다시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아비뇽의 처녀들>을 그려낸다. 왠지 혼자 작업했을 것 같은 피카소는 혼자 작업하기보다 협업하기를 좋아했다. 타인에게서 새로운 영감을 얻어 작업을 발전시켰다.


수많은 화가들의 교류와 하모니가 특정인의 작품에서 발휘되었고 우리에게 유산으로 내려져온 것이다. 마치 혼자 화실에서 창조적인 영감을 통해 만들어냈을 것 같은 작품들에는 사실 스승과 제자, 학풍, 시인 등과의 교류 등이 모두 녹아져 있었다.


무엇을 개발하거나 생산하는 것이 아닌, 미술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도 혼자서 하는 일이 아니다.

여러 사람과 함께 교류할 때 더 나은 것을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무엇이든 예술 작품이 될 수 있다. 인생조차도.

뒤샹은 기존의 예술을 풍자하는 안티 미술을 만든다. 변기에 샘이라는 이름을 붙여 미술관으로 들여오고, 이미 만들어진 것을 예술가가 선택해 예술이 되도록 레디 메이드를 창시했다. 예술에서 정점을 찍고 나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체스를 두며 국제 체스연맹의 대표가 되기까지 한다. 그리고 나선 다시 미술계로 복귀한다.


뒤샹은 대중에게 무엇이든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주었다. 무엇보다도 그의 인터뷰가 인상 깊었다.

79세 뒤샹은 한 인터뷰에서 "예술가로 살며 가장 만족스러웠던 것은 무엇이었나?"라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살아있는 동안 그림이나 조각 형태의 예술 작품들을 만드는 데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차라리 내 인생 자체를 예술 작품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뒤샹과 <샘>

그는 이미 존재하는 사물을 예술의 범주 안으로 집어넣었고, 나아가 인생 또한 예술 작품으로 만들었다.


인생도 예술 작품이 될 수 있다라.

어떻게 살아야 인생이 작품이 될 수 있을까. 인생이라는 작품에 관객이 많으면 좋겠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관객은 '나'일 테니까. 내가 인정할 수 있는 인생은 어떤 인생일까.



세 가지 교훈을 하나로 요약하면 이렇다.

나만의 신념을 가지고, 여러 사람과 교류하며 이를 발전시키고, 나의 인생을 예술 작품으로 만든다.


20대의 마지막에 다음 10년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이다. 사실 앞으로 살아갈 몇십 년은 더 모르겠다.


책을 읽고, 욕심이 생겼다.

나도 미술가들처럼 꼭 갖고 싶다, 나만의 신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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