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전달되어 다시 입을 수 있겠지 하면서 의류수거함에 넣었던 행동은 정확히 틀렸다.
많은 사람들은 헌 옷이 자선 사업에 사용되거나 재활용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과연 그럴까? 전 세계적으로 매년 생산되는 옷 1,000억 개중 같은 해 버려지는 옷은 330억 개로 생각 없이 한 철 잠깐 입고 버린 옷은 의류수거함이란 면죄부를 활용해 죄의식 없이 버려진다. 이렇게 버려진 옷들이 이동하는 곳 중 한 곳을 예로 들면 서아프리카 최대 중고시장 칸타만토이다. 가나 인구가 3천만 명 수준인데 매주 수입되는 헌 옷은 약 1,500만 개에 달하며 여기에 인구수 세계 28위의 우리나라도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세계 5위의 헌 옷 수출국이라는 것이다(BACL,2019년 기준). 우리나라는 수거된 헌 옷의 5%만이 국내에 유통되고 95%는 수출된다. 칸타만토 시장의 예에서 보듯이 그곳에서도 주인을 찾지 못한 40%의 옷은 시장에서 1km도 채 떨어지지 않은 오다우강에 버려져 옷이 강이 되어 흐른다. 살기 위해 택한 일이 그들의 터전을 오염시켜 빼앗고 있는 것이다.(2022 방통위 방송대상 수상작에서 다뤄진 내용이다)
[Source : Patagonia Homepage]
1인당 연간 옷 구매량 68개, 구매하고 나서 한 번도 입지 않고 버리는 옷은 12%에 달하는 우리의 현실에서 이미 파타고니아는 일찌감치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라는 광고 카피를 통해 패션이 환경을 파괴하고 있음을 고백했다. 지분 가치 30억 달러의 2%는 신탁사에 그리고 98%는 비영리재단에 이전하면서 이본 쉬나드 회장은 ‘삶을 올바르게 정리할 수 있게 되어 안도감이 든다’라고 밝혔다. 물론 이번 기부로 세금 전문가들 사이에서 약 7억 달러의 절세효과를 누렸다는 논란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패션이 지구에 나쁜 영향력을 주고 있음을 스스로 밝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기후변화와 환경보호 활동을 지켜왔다는 것이다.
[Source: KBS 환경스페셜 캡쳐]
잘 아는 대로 옷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많은 합성섬유가 사용되고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유엔(UN)에서 밝혔듯이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8~10%는 패션산업에서 발생되며 이는 비행기와 배를 합친 것보다 더 많다. 면화를 생산하기 위해 세계 농지의 약 2.5%가 사용되고 폴리에스테르를 비롯한 합성원료는 매년 3억 4천만 배럴의 기름이 사용된다. 우리에게 가장 크게 체감되었던 것으로 패션은 엄청난 물 사용이 이뤄지는데 T셔츠 한 장 만드는데 놀랍게도 500ml 통이 5,400개가 필요하다.
이런 현실을 마주하면서 우리 패션산업은 과연 옷을 사라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을까.
[Source :KBS 환경스페셜 캡쳐]
무거운 사회적 책임을 느끼는 패션산업을 지속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패션업을 하고 있는 현실에 죄책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감이 선행되어야 한다. 공감은 진화를 만들고 실천하는 힘을 갖게 된다. 지속가능 패션을 위해 필요한 기술적인 뒷받침과 높은 원가는 현시점에서 준비가 되지 않는 이상 지속가능 패션은 한 번이 아닌 단계별로 이행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시작하는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의 차이는 크다.
[Source : KBS 환경스페셜 캡쳐]
H&M, Zara, 아디다스 등의 브랜드들은 유기농과 재활용 원료를 사용하는 친환경 라인업을 출시했다. 그럼에도 패스트패션의 가장 큰 문제인 과소비 촉진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결국 보여주기 식 패션 라인업이 되면서 그린 워싱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지속가능 패션을 추구함에 있어 가장 신경을 써야 하는 대목은 그린워싱에 그치지 않고 원료, 생산, 판매, 수거의 단계에서 실제적인 해결이 이뤄지고 순환구조를 만들 때이다.
주력 원단에 대한 대체원료 R&D는 향후 가장 확실한 지속가능성을 제공해주기에 놓쳐서는 안 되는 단계이다. 원단 회사와의 지속 TF, 전 세계 새로운 원단 개발 서칭 및 지속관리, 자사 내 R&D로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겠다.
[Source : KBS 환경스페셜 캡쳐]
생산단계에서 가장 현실적인 해결방법은 수요예측이다. 과잉생산을 막고 재고를 없애기 위해 자사 내에 쌓여있는 시계열, 스타일별, 트렌드, 이슈 등에 따른 예측시스템에 더해 민감 생산시스템을 적용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오래 입을 수 있는 슬로 패션 라인업을 자사 판매에 비중을 높여가는 것이다.
판매단계에서는 과소비를 촉진시키는 광고가 아닌 지속가능 광고로 전환하고, 성분이나 원료에 기반한 Ingredient 브랜드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 가치를 제시해주지 못하는 브랜드였다면 고객에게 브랜드 피로도만 높였을 것이고 차라리 패션의 실체로 적용된 것을 그대로 브랜드화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다.
협동적 소비 모델, 새로운 거래 시스템을 포함하는 웰빙 의류 운동을 기관이나 사회적 기업이 아닌 브랜드나 회사가 직접 캠페인을 운영해 볼 수 있다. 바느질 수선 아카데미, 옷 빌려주거나 공유하는 플랫폼, 수거까지 책임지는 시스템과 이를 업사이클링하는 인프라까지 갖추면서 진정한 순환구조를 만들 수 있다.
패션은 이미 우리를 위험에 처하게 했다. 더는 모른척할 수 없다. 우리 브랜드를 미래에도 계속해서 볼 수 있기 원한다면 ‘옷을 사라고 하기 전에’ 함께 할 수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