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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te by Oct 27. 2024

포틀랜드를 떠나며

(24) 행복을 빕니다




저녁나절 잠시 에어스트림에서 나갔다. 노을 무렵이었고 선선한 바람이 숲을 지나가고 있었다. 주인장 집 지붕 공사는 내일 새벽 시작 전까지는 소강 상태였다. 가만히 바람이 움직이는 소리를 듣고 있으니 표현할 수 없는 행복이 밀려왔다. 아주 오래전 그런 적막함을, 그 곁을 스치는 바람을 가만히 느꼈던 기억이 희미하게 떠오를 뿐.


그때 MS가 강아지와 산책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MS와 같이 다니는 강아지는 10살이 넘은 아이였는데 나만 보면 엄청난 소리로 짖었다. 그날 이 강아지는 나랑 조금 친해졌다 싶었는지 배를 보여주며 드러누워 있었다.


참고로 이 강아지는 그다음 날 나를 보고 다시 엄청나게 짖기 시작했다. M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이 아이의 할 일이 짖는 일'이어서라고 했다.



나는 마당에서 MS과 가끔 마주쳤는데 명상 교육자인 그는 천천히 조용한 음성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언어를 전공했기에 단어와 목소리에 민감한 편인 나는 그의 목소리의 파동이 편안했다. 나의 짧은 영어 실력에도 불구하고 그의 말은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다.


그날 그가 해준 이야기는 '결과물을 얻으려는 집착에서 벗어나는 것'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날 그때, 바람 소리와 노을 중간에 서있던 내게 그 문장이 나에게 와서 마음에 꽂혔다.


어떤 문장이나 단어가 파동이 될 때가 있다. 그럴 때 내게 와서 닿은 문장은 아마도 내가 그때 생각하고 있었던 문제와 닿아 있으리라.


그는 나에게 연못 주위의 나무 이름을 찾아볼 수 있는 어플을 알려주고 집으로 들어갔고 나는 한동안 노을이 완전히 사라 질 때까지 정원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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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웰 서점에서 돌아온 날, 나는 M의 방에서 이야기를 하다 우연히 액자 아래 펼쳐진 일기장을 보게 되었다.  


'00이 파웰에 다녀왔다. 하루 종일~ 소원을 이루었다. 정말 잘 쉬고 놀고 가게 되어 내 마음도 넘 좋다.'


나중에 M에게 왜 일기를 그렇게 펼쳐 놓느냐고 물었더니 가족 중 그 누구도 한국어를 읽지 못해서 그냥 열어 놓는다고 했다. 그녀의 남편도, 아들도, 강아지도 모르는 한국어를 M은 잊지 않으려 글을 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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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날까지 나는 정원을 산책했다. 아침 바람 소리, 숲으로 부서지는 햇살, 오리 알버트가 만드는 물결, 정원 안쪽의 불상 앞에서 나는 대상이 정해지지 않은 수많은 기도를 하곤 했다.


포틀랜드를 떠나는 나의 기도는

이방인을 그들의 집에 열흘간 머물게 해 준

너그럽고 따뜻하고 아름다운 가족을 위한 기도였다.







20240710-20240721

Portland


Special thank you to M, MS &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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