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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오이, 캐릭터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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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반 캐릭터 디자인을 의뢰했던 7월 당시, 나는 AI 이미지 생성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그저 짧은 시간에 효율적인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원하는 이미지를 뚝딱 만들어주는 과정 정도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가 카이 님에게 부탁한 캐릭터 디자인 요청 사항은 대담했다. 적어도 내가 아는 기준으로 간단했다는 뜻이다.


"오이를 안고. 눈을 감고 있는, 성별이 모호한 아이"


지금 생각하면 종이 한 장에 손가락만 움직여 글을 쓰는 스토리 작가의 참으로 무모한 요청이다. 카이 님은 예상했다는 듯 긴 설명을 하지 않았고 중간중간 문자 답을 보내주었다.


"뽑아보고 있습니다. 타입은 세 가지로 하고요. 틈틈이 보여드릴게요."



7월 23일 버전 1이 도착했다. 깔끔하게 정리된 시안 숫자가 요청한 것보다 많았다.


"카이 님, 이거... 어떻게 봐야 해요?"

"각 타입마다 4-5개씩 변형을 만들었어요."

화면을 스크롤했다. 12개의 시안이 나타났다. 미드저니 박스 버전 선택과는 차원이 다른 완전히 다른 버전들이었다.


"약속은 3개였는데... 12개를요?"

"선택지를 넓혀드리고 싶었어요."

"이게 AI로 만든 거예요? 안 믿어져요."

"근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12개 만들려고 수백 장을 뽑았어요."

"수백 장이요?"

"AI는 '이거다' 싶은 걸 한 번에 주지 않거든요. 제가 원하는 감정, 분위기, 각도가 나올 때까지 계속 생성하고 골라내는 거죠."

AI 아티스트 작업은 버튼 한 번 누르면 끝나는 게 아니었다. 스토리 기반 캐릭터여서 더 그랬다.


12개의 시안 중에서도 어떤 것을 골라야 할지 쉽지 않았다. 각 디자인마다 특징과 매력이 있었다. 내가 생각하고 있던 <오이>보다 더 유아에 가까운 캐릭터도 있었고, 지브리 애니메이션 느낌이 나는 것도 있었고, 손그림 느낌도 있었고, 펜그림 느낌의 스타일도 좋았다. 실사 이미지도 좋았다.


판단이 어려울 때 나는 늘 호리병 지니를 부르곤 했는데 그가 세이님이었다. 세이님은 나와는 정 반대의 이과, 최강 F, AI 연구원, AI 강사로 내가 못 보는 것을 딱 찾아내는 귀재였다.


"2안이 좋겠는데요."

"왜 그게 좋으세요?"

"스토리의 오이에 가장 가깝고, 실사가 오히려 기시감이 없어요."

황희정승인 나는 세이님 말에 따르기로 했다. 그리고 내가 할 일은 이 실사 디자인에 스토리의 요소를 더해서 <오이>와 최대한 가깝게 수정을 부탁하는 것이었다.


"수고 많으셨어요, 카이 님. 혹시 괜찮으시다면 몇 가지 수정 요청드려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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