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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내부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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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셜록홈즈 Nov 18. 2022

내부 고발 3

3. 기싸움

이 이야기는 사실을 바탕으로 각색한 이야기입니다.

사실 같지만 사실 같지 않고 가짜 같지만 가짜 같지 않습니다.  



첫날, 시간이 엄청 안간다. 

대표도 처음부터 일을 주지는 않았다. 

인간적이다. 


그래도 첫날이고 양심상 나무위키나 

페이스북, 인스타는 할 수 없기에 

기록을 봤다. 


역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소위 깡치 사건들이 대부분이다. 


경찰 전관이라 그런지 깡패사건이 많다. 

앞으로 마주할 의뢰인들이 깡패들이가는 살짝 무섭기도 하다. 


그래도 같은 편인 변호사를 패겠어라는 생각이 든다. 

경찰 입장에서 패고 싶은 것은 깡패 옆에서 집사 역할이나 하는 변호사일 것이다. 

조심해야 할 것은 깡패보다 경찰이다. 


운동 좀 할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기 쎈 여직원이 나를 부른다. 

첫 날이까 점심 먹자더라. 


처음으로 느끼는 인간적이 '따뜻함'이다.

차가운 근로계약서를 들이대고 

더 매섭게 나를 구석으로 몰아넣더니  

따뜻한 밥을 사준다고 말하다나......


역시 굶어놓고 밥을 먹어야 밥 맛을 알고

쥐어빼고 잘 해줘야 고마운 줄 아나보다. 

여직원의 밥 먹자는 말에 감사함을 느낀다. 


11시 30분, 여직원이 밥 먹으러 가자고 한다. 

간만에 정장의 매무새를 가다듬고 방을 나왔다. 


대표를 기다리고 있는데

여직원이 나한테 말했다. 


"뭐해요. 밥 먹으러 가아죠. 대표는 친구랑 양고기 먹으러 갔어요."


뭐야. 대표는 안가? 

혼자 생각하고 있는 찰나에


"오늘 저랑 가요. 제가 살게요" 


아 네...

라고 대답했다. 

최대한 당화한 척 하면 안된다. 

여직원이 기분 나쁠 수 있다. 


여직원은 가까운 돈까스 집으로 갔다. 


첫날 부터 돈까스라....

뭐 나쁘지 않다. 

내 주제에 성대한 입사파티를 기대했던 것도 아니다.

돈까스는 내 소울푸드이다. 


여직원은 먹고 싶은 거 먹으라고 한다. 

여직원 손 안에 있는 법인카드가 반짝인다. 


씨불, 나는 점심값도 안 주는데 여직원은 법인카드로 먹네.

기껏해야 만원에서 만 삼천원하는 돈까스 사이에서 생색을 내고 있네. 


양심상 만 천원짜리 김차나베로 골랐다. 

만 삼천원짜리 시키면 욕할지도 모르고

만 원짜리는 없어 보이니까. 


여직원보다 매너 좋게 난 테이블을 세팅했다. 

여직원은 가만히 있는다. 

 

그리고 여직원의 한 마디 

"변호사님, 제가 알려 드릴게 있어요."


그리고 난

"네" 


여직원은 

"저는 설거지 안해요. 그러니까 컵은 각자 씻는거에요."


그리고 난

"네"


여직원은

"저는 청소도 안해요. 제가 청소하려고 여기 온 것은 아니에요."


그리고 난

"네"


여직원은 

"저는 법률업무를 하려고 여기 온거에요. 그러니까 그런 부분은 조금 이해해 주세요."


그리고 난

"네"



뭐야 이 상황은.......

나도 법률업무하러 여기에 왔는데......

'네' 밖에 못하고 있네. 



가장 비싼 만 삼천원짜리 치즈 돈까스를 먹는 여직원

자존심 상 만 천원짜리 김치 나베를 먹는 고용변호사 



모르겠지만 이 사무실에서 돈까스 대신 양고기를 먹는 대표가 갑이었다면

치즈돈까스를 먹는 여직원은 을


김치나베를 먹는 나는 병이었다. 


그냥 만원짜리 옛날 돈까스 먹었으면 더 병신될 뻔 했네...


씁쓸했다. 


그래도 오늘 점심이 꼭 나쁜 것은 아니었다. 


점심값이 굳었으니 말이다. 



4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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