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명여권 사용 - 국적취소 혹은 영주권 취소

그 사람이 잃게 되는 것은 체류자격일까, 아니면 이름일까

by 백수웅변호사

국적 사건을 하다 보면, 의뢰인들이 가장 많이 헷갈려 하는 지점이 있다.

“이게 영주권 취소랑 같은 건가요?”
혹은
“국적이 취소되면 바로 쫓겨나는 건가요?”


질문은 단순하지만, 그 안에는 두려움이 섞여 있다.
그래서 나는 늘 여기서부터 설명을 시작한다.

영주권 취소와 국적취소는 전혀 다른 문제라고.


먼저 영주권부터 이야기해 보자.
영주권은 외국인에게 주어진 체류자격이다. 아주 안정적인 체류자격이지만, 어디까지나 외국인의 지위다. 국적은 그대로 외국에 있다. 그래서 영주권은 취소될 수 있다. 그리고 취소되면 다시 외국인이 된다. 상황에 따라 출국해야 할 수도 있다.


영주권 취소는 비교적 구조가 단순하다.
출입국관리법 위반이 있었는지,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는지, 허위로 영주권을 받았는지 등을 따진다. 요건이 맞으면 취소가 되고, 취소되면 체류자격을 다시 정리해야 한다.


반면 국적취소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국적은 체류자격이 아니다. 국적은 그 사람이 어느 국가에 속하는지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신분이다. 국적이 취소된다는 것은 단순히 자격 하나를 잃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국가 구성원에서 빠져나온다는 뜻이다.그래서 법도 훨씬 조심스럽다.


국적취소와 관련된 핵심은 국적법 제21조다.
이 조항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귀화허가 등을 받은 경우, 법무부장관이 그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하나 있다.
법은 국적을 취소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취소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차이가 바로 재량취소다.

재량취소란, 요건에 해당하더라도 반드시 취소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여러 사정을 종합해서 취소할지 말지를 판단한다는 뜻이다.


국적취소는 여기에 해당한다. 그래서 국적 사건에서는 늘 사람의 사정이 중심이 된다.


반대로 필수적 취소라는 개념도 있다.
법이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반드시 취소해야 한다고 정한 경우다. 이 경우에는 행정청의 판단 여지가 거의 없다. 요건이 맞으면 결과가 정해진다.


영주권 취소 사건 중 일부는 이 필수적 취소에 가까운 구조를 가진다. 예를 들어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거나 명백한 허위로 체류자격을 받은 경우에는, 행정청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크지 않다.


하지만 국적취소는 다르다.
국적법은 처음부터 판단을 남겨두었다.

그 판단의 기준이 바로 사람의 삶이다.


위명여권 사건에서 이 차이는 더욱 중요해진다.
위명여권을 사용했다는 사실만 놓고 보면, 분명 문제가 있다. 출입국 질서를 해쳤고, 적법하지 않은 방식으로 입국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곧바로 국적을 취소해야 할까.


법은 그렇게 단순하게 보지 않는다.


법원은 묻는다.
그 사람이 국적을 취득할 당시의 위법은 어느 정도였는지.
고의가 있었는지, 아니면 행정기관의 착오가 개입했는지.
그 후 얼마나 오랜 시간이 흘렀는지.
그 사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국적을 취소하면 어떤 불이익이 발생하는지.


이 질문들은 영주권 취소 사건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할 수 있다.
하지만 국적취소 사건에서는 핵심이 된다.


왜냐하면 국적을 취소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다시 외국인으로 돌려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무국적 상태가 될 수도 있다. 국적을 되돌릴 곳이 없는 사람도 있다. 그 순간부터 법은 단순한 행정이 아니라, 인생에 개입하는 선택이 된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이렇게 정리한다.
영주권 취소는 체류질서의 문제이고,
국적취소는 국가와 개인의 관계를 끊는 문제다.

이 차이 때문에 국적취소는 자동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취소 전에 반드시 소명 기회가 주어지고,
취소 이후에도 구제 가능성이 열려 있다.

국내 체류 기간이 길거나, 귀화 후 오랜 시간이 흘렀거나, 가족을 부양하고 있거나, 고령이거나, 이전 국적을 회복할 수 없는 경우라면 국적취소를 제한하거나 특별체류를 허가하는 방향으로 판단이 이어질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영주권 취소에서는 보기 어려운 구조다.


의뢰인에게 이 설명을 마치고 나면, 표정이 조금 달라진다.
상황이 가벼워졌기 때문은 아니다.

다만 이 문제가 단순히 잘못 하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설명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점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국적 사건은 늘 느리다.

기록을 쌓아야 하고, 시간을 설명해야 하고, 삶을 말해야 한다.

그래서 변호사의 역할도 달라진다.

조문을 들이밀기보다, 그 사람이 여기까지 오게 된 과정을 차분히 정리하는 일.
이 사건이 필수적 취소가 아니라 재량의 영역이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는 일.
국적을 취소하지 않는 것이 법과 정의에 더 부합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는 일.

영주권 취소와 국적취소는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하나는 자격을 잃는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이름과 소속을 잃는 문제다.


그래서 국적 사건은 언제나 조용하고, 무겁고, 오래 남는다.
법이 사람의 삶을 어디까지 흔들 수 있는지, 그 경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 본 사례는 이해를 돕기 위해 일부 각색되었으며,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수정되었습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법률사무소 어스에 문의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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