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보내며 드는 생각들
역사를 돌이켜 보면, 세계관 혹은 가치관이 충돌할 때마다 싸움이 일어났습니다.
이른바 전쟁입니다. 전쟁에서는 지지자들 혹은 강제로 동원된 사람들이 부딪혀 목을 베고, 배를 가르는 잔인한 장면을 경험했습니다.
연인 간의 가치관 충돌도 싸움이 됩니다.
싸움이 반복될수록 사랑하는 마음이 식습니다.
상대를 이해하지 않고, 나를 더 확고히 하면, 나의 다정한 마음은 점점 사라집니다.
그 결과, 나를 사랑했던 연인의 모습까지 잔인하게 지워냅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사랑이 더 어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30대 중, 후반이 되니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했고, 몇몇은 다시 싱글이 되었습니다. 막연한 추측이지만, 저도 저 두 경우 중 하나에 해당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항상 좋아하는 마음의 결론이 결혼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결혼이 거론되는 것도 무서웠고, 결혼을 생각하면 과거 싸움이 잦던 부모님의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은
트라우마가 더 크게 작용했습니다.
지지부진하거나 상대를 설득하지 못했을 때, 또는 만족을 주지 못했을 때 결국은 헤어짐에 이르렀습니다. 나도 상대방도 원하는 조건이 있었습니다. 머릿속에 그린 조건을 따지고 재고 맞추기 위해 싸움이 계속됐습니다.
30대 중반 이후의 연애의 가치관 충돌은 주로 금전적인 것에서 왔습니다. 때론 피해자였지만, 때론 가해자였습니다. 그럼에도 누가 맞고 누가 틀린 지를 알지 못했습니다.
나도 상대도 안타까웠습니다. "내가 아닌 이와 함께라면 네가 더 행복할 것 같아"라는 말을 할 때도 있었습니다. 원하는 것을 해주지 못하는 답답함에서 나온 말이었습니다.
살아온 환경에 따른 가치관을 따라가는 길은 고되고 힘든 여정입니다.
그러나 그 가치관이 확립되기까지 그 사람은 얼마나 무너졌고, 얼마나 그 생각을 쌓아 올렸을까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존중하는 만큼 미안하고 안쓰럽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환경의 잣대를 들이밀며 다른 환경의 사람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다른 환경에서 살던 사람을 나의 행성에 데려다 놓으면 너무 가벼워서 저 멀리 날아가 버리거나, 바닥에 붙어 버리거나, 터져버릴 것만 같습니다.
이런 허무맹랑한 공상을 사랑할 때의 나에게 대입해 봅니다. 서로의 마음이 같지 않을 때도 그려봅니다. 연인들은 싸우다 지쳐 사랑하는 마음을 잃거나, 서서히 같이 지내는 시간이 줄어들어 어느새 헬륨 풍선처럼 날아가 버립니다.
모든 자존심을 다 버리고 바닥에서 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일들은 몇 번을 겪어도 매번 쓰라리고 아픕니다.
아쉽고, 시간을 돌이키고 싶은 후회가 남습니다. 없어진 미래에 대한 공허함이 찾아옵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새로운 연인을 찾는 것이 그리 즐겁지 않은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