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현하다
좋은 사진은 피사체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된다. 애정이 있어야 피사체의 본질에 닿을 수 있다. 본질에 닿아야 좋은 구도, 적합한 앵글을 조합하여 해석할 수 있다.
증명사진 분야에서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낸 작가가 있다. 증명사진이라는 게 원래 개인의 정체성을 입증하기 위한 목적인데 여기에 특별한 가치를 녹여냈다. 평소 내가 보기 힘든 나의 아름다움을 사진작가가 끄집어내서 증명사진에 담는다. 컬러를 이용해서 나와 가장 잘 어울리는 조합을 찾는다. 개별 작업들이 모여서 하나의 세계관을 형성하고, 지금은 독자적인 방법론으로 굳어져 장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다. <시현하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김시현 작가의 이야기다.
김시현 작가가 찍는 증명사진은 형식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 증명사진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규범적 가이드만 남기고 모든 것이 파격적이다. 피사체가 가진 고민과 콤플렉스를 대화로 풀어내고 컬러를 통해 치유한다. 물론 사진을 통해서 말이다. 이게 시현하다의 차별점이자 경쟁력이다.
증명사진은 정면에서 찍어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깨버렸다. 배경이 흰색이어야 할 이유도 없다. 사람의 얼굴에 있는 강점과 약점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그렇게 1,000여 명 넘는 작업이 이어지고 이를 토대로 개인전을 열었다. 시작은 미약하였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예약 오픈 3분 만에 30일 치 예약이 차 버리는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주변에 동일한 방식을 따르는 사진관들이 제법 늘었다. 처음에는 작가 스스로 애써 만들어 놓은 방법론이 도용당한다는 압박을 느꼈다. 하지만 이제는 증명사진을 찍는 문화가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의 전환으로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는 대인배의 모습을 보여준다.
컬러와 치유,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나가고 있는 브랜드 ‘시현하다'가 제이스의 발견 5호다.
위클리 뉴스레터 제이스의 발견을 구독하시면 매주 칼럼 한편을 배달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