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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스 Oct 13. 2022

숨을 들이쉬는 유일한 방법

풍요로운 마음의 첫걸음

직장인의 긴장은 자기 역량을 입증하도록 요구받을 때 생긴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고등학교 합해서 6년, 대학 4학년을 거치는 동안 늘 경쟁에서 시달렸다. 늘 우리는 자격이 있는지를 입증하는 처지에 놓여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어렵사리 들어간 회사에서도 줄곧 역량을 증명하는데 꽤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것 같다. 내가 10년 넘게 몸담았던 마케팅, PR 영역에서도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해서는 더 싼 가격에 더 나은 성과를 올릴 수 있다는 경쟁에서 간절함만으로는 승리를 담보할 수 없다. 


끊임없이 증명해야 한다. 경쟁에 승리하더라도 빈수레가 요란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 영혼을 갈아 넣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특히 대행업은 사람이 눈을 뜨고 있을 때만 돈을 벌 수 있는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좋은 말로 사람의 전문성이 중요하다는 의미이고 나쁜 말로는  내 시간을 맞바꾸어 돈을 버는 구조라는 의미다. 


어느 날 문득 입증하는 삶이 아니라 성장하는 꿈을 가지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했다. 비록 오늘 넘어지고 깨지더라도 내일은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는 시간. 그 속에 자기 효능감이 작은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면 오늘 비록 패배하더라도 아쉬움은 덜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멈추는 게 실패다’라는 말이 있듯이 계속하는 힘이 결국  우리를 한 뼘 더 자라게 만든다. 욕심내지 말고 묵묵히 걸어 나가는 게 중요하다. 높이 올라가는 것보다 옆으로 넓어지는 것이 성장하는 삶에 더 어울린다.


내 방을 정리하다가 오래된 사진첩에서 먼지 낀 봉투 하나를 발견했다. 


“숨을 들이쉬는 유일한 방법은 숨을 내쉬는 것입니다. 커지려면 기꺼이 작아져야 합니다. “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이 건네준 엽서에 적힌 글귀였다. 어린 나이에도 머릿속을 두드리는 느낌이었다. 누가 이야기한 것인지도 모를 문구가 유년기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알게 모르게 삶에 영향력을 미쳤다. 어른이 되고서 노아 벤샤라는 사람이 한 말이라는 걸 알게 됐다. 시인인 동시에 철학가. 명상가이면서, 베스트셀러 <빵장수 야곱>의 저자인 노아 벤샤는 실제로도 빵장수이며 세계적인 제빵회사 뉴욕 베이글 팩토리의 경영자였다.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을 때보다 그것들이 사실은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때 우리는 진정한 부자가 된다.”


욕심을 내려놓은, 집착하지 않는 마음이 오히려 부유한 상태라는 논리다. 저절로 수긍가는 주장이다. 노자의 도덕경에도 비슷한 대목이 있다. 


“그릇을 만드는 것은 흙이지만 그릇을 쓸모 있게 만드는 것은 그릇 속의 빈 공간이다” 채우기 위해서는 아이러니하게도 비워야 한다. 슬럼프에 빠진 야구선수가 코치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어깨에 힘을 빼고’인 것처럼 잘하려고 하는 욕심을 내려놓고 가장 잘 칠 수 있었을 때의 감각을 온몸이 기억하게 만드는 것처럼 생각을 비우는 것이 때로는 해결방법이 될 수 있다. 


그래야 그릇 속에 밥을 담을지 술을 담을지 결정할 수 있다. 도를 깨닫기 위해서 정진하고 마음을 닦는 일이 아니더라도 욕심을 내려놓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우리 누구나 알고 있다. 욕심을 버리고 내려놓는 일이 풍요로운 마음의 첫걸음이라는 걸 말이다. 알면서도 늘 집착하는 게, 그래서 얻는 것보다 더 잃을 게 많아지는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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