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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J Mar 21. 2020

자유부인이 되다

자유부인으로 인한 뜻밖의 깨달음

습관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긴장하지 않으면 나쁜 습관은 어느새 나도 모르게 나를 엄습해버리고 만다.     

   

요즘 글쓰기를 하면서 조금 긴장된 상태가 된 것 같다. 왈가닥이었던 성격이 좀 더 진지해지고, 보다 진중한 태도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덕분에 글도 무거워지고 어깨도 쉽게 뭉치고 얼표정까지 진지해졌다. 아무래도 내가 쓰고 있는 글이 자기 관리에 대한 내용이다 보니 글을 쓰면서 더 엄격하게 자기 관리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그런 것 같다. 나와의 약속을 넘어 이제는 독자들과의 약속이라는 생각에 책임감이 더해지고 있는 요즘이다.  


그런 상태가 하루 이틀 지속되다 보니 피곤함이 물밀 듯 밀려왔고 오늘은 더 일찍 자야지 하고  생각했을 때쯤 남편이 시골 시댁에 일을 하러 가야 한다며 같이 가자고 한다. 다음날로 알고 있었는데 일박이일로 가자고 하니 순간 부담으로 다가왔고 고민 끝에 나랑 아이는 다음에 가고 싶다고 했다. 그러자 남편이 아이랑 둘이 가겠다며 나는 집에서 쉬고 있으란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동안 남편은 시댁에 갈 일이 있으면 늘 바늘과 실이라는 말을 하며 나와 꼭 함께 갔었다. 이 사람 한번 떠보는 건가 싶어 농담하지 말라고 하니 진지하게 진짜란다. 아이는 어떻게 보고, 차에서 울기라도 하면 어떡할 거냐고 물어보니 남편은 걱정하지 말라며 다 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한다. 그렇게 남편과 아이는 금요일 저녁 시골 시댁으로 떠났다.    

  

나는 아이가 18개월이 될 때까지 한 번도 아이랑 떨어져 자본 적이 없다. 남편은 중간에 해외출장에 간 적도 있고 야근으로 새벽에 들어온 적도 있고 신생아 때는 다른 방에서 자서 아이랑 떨어져 잔적이 많다. 하지만 나는 이때까지 아이랑 떨어져 잔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 보니 생전 처음으로 엄마 없이 잘 아이 생각에 걱정이 밀려왔다. 나 없이 잘 잘까, 낮잠은 꼭 자야 하는데, 밥도 먹고 간식도 먹어야 하는데 등등.     


몇 시간 뒤 남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잘 도착했고 밥 먹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여기서도 밥 먹고 갔으면서 도착하자마자 또 먹는 남편과 아이다. 그래 남편을 한번 믿어보자. 이왕 이렇게 된 거 나도 좀 자유부인 만끽해보자 싶어 소파에 누워 TV도 켜고 핸드폰을 보면서 늦은 저녁시간을 보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다음날 일찍 일어나 글도 쓰고 책도 읽고 산책도 하고 꽉 채운 하루를 보내는 건데 그 늦은 시간에 개미지옥인 유튜브를 켜고 말았다. 이불에 누워서도 핸드폰을 마음대로 볼 수 있으니 옛날 음악도 듣고 연예인 영상도 보면서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새벽 1시가 넘어서야 잠이 들었다.


결국 오늘 아침 9시 반쯤이 되어서야 일어나고 말았다. 7시 알람이 무색하게 알람이 울린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그렇게 느지막이 일어나 늦은 아침을 먹고 난 뒤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렇게 늦게 일어나다니 늦어도 7시 반쯤에는 꼬박 일어나 지켜온 루틴이었는데.. 하루아침에 무너져버린 모습에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혼자 있으면 시간 활용도 잘하고 책도 더 읽게 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시간 많다는 핑계가 나를 게으르게 만들어 버렸다.


그동안 아이가 있어서 시간이 없고 자유가 없고 내가 없어졌다고 생각했었는데 오늘 보니 아이가 있었기 때문에 없는 시간을 쪼개서 잘 활용할 수 있었고 자유가 없는 상황에서 내 루틴이 만들어진 것이고 그것이 오늘의 내가 된 것이란 걸 알 수 있었다. 결국 아이 덕분에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순간 아이에게 미안하고, 또 배려해준 남편이 고맙게 느껴졌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자유부인 시간을 책도 읽고 산책도 하며 계획한 대로 보내보려 한다. 그리고 오늘 저녁에 남편과 아이가 오면 잊지 않고 꼭 껴안아줘야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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