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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J Mar 26. 2020

절제의 미학

#넷플릭스라는 신세계

  

지난 주말부터 넷플릭스라는 신세계를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남편이 며칠 동안 넷플릭스 넷플릭스 노래를 부르더니 주말에 드디어 가입을 한 것이다.  

    

워낙 최신 휴대폰이나 전자기기 같은 신문물에 관심이 없는 나는 아이가 낮잠 자면 이것저것 할 일이 많아서 TV도 잘 보지 않고, 무엇보다 올여름에 이사를 가면 TV 없는 거실을 만들 거라는 이유로 넷플릭스 가입을 반대했었다. 그러나 남편은 한 달간 무료라며 한 달 동안만 이용해 보고 싶다고 가입을 다.


그렇게 넷플릭스가 우리 집에 들어왔다. 영화는 물론 예능부터 드라마까지 모든 영상 콘텐츠를 볼 수 있는 플릭스는 나의 반대를 비웃기라도 하듯 하루도 안돼서 우리 집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남편이 좋아하는 영화부터 내가 좋아하는 예능에 아이가 보는 뽀로로까지 우리 가족이 좋아하는 삼박자를 고루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급기야 어제는 남편이 그 유명한 킹덤을 보기 시작했다. 덩달아 나도 옆에서 보는데 쫄낏쫄낏한 영상들이 이어지면서 손발에 땀이 차는 게 너무나도 재미있어서 도저히 중간에 끊을 수 없는 지경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늦은 저녁에 시청하기 시작해서 1편을 다 보니 밤 12시를 훌쩍 넘긴 시각이 되었다. 남편은 내일 이른 출근을 해야 하고, 나 역시 7시 기상을 해야 하는 데 말이다.      


결국 늦은 시각에 잠자리에 들었고, 다음날 알람에 맞춰 일어나기는 일어났는데 너무나 피곤해서 정신이 몽롱했다. 그런데도 문제는 오전부터 킹덤 2편을 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나의 문제가 아니라 너무나 재밌게 잘 만든 제작진들이 문제가 아닐까 싶다.     

 

어찌 됐든 아이는 낮잠을 자러 갔고 이 시간에는 반드시 글을 쓰던 책을 읽어야 하기에 과감히 시청을 중단하고 노트북을 켰다. 사실 열 번 넘게 고민한 것 같다. 계속 볼까, 말까 이 사이에서 말이다.      


절제, 성공을 하려면 아니 성공까지 아니더라도 작은 습관 하나를 만들려 해도 절제가 필수이다. 그러나 말이 쉽지 이 절제를 생활 속에서 적용하기란 무척이나 어려운 게 사실이다. 나 같은 경우를 보더라도 재미있는 드라마를 앞뒤 안 가리고 계속 보려 하고, 맛있는 음식을 보면 못 참고 계속 먹으려 하는 걸 보면 말이다. 


그래도 고민 끝에 과감히 시청을 중단하고 글을 쓰 한편이라도 완성할 수 있게 되고, 다시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이렇듯 늘 후회하고 또 그 후회를 반복하는 나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반성하고 절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언제가 나도 절제의 미학 알게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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