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달콤하게, 끈끈하게, 끝까지 붙기를.
날씨가 부쩍 추워졌다.
내내 괜찮더니 어제오늘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는 걸 보니,
정말 시험이 코앞이구나 싶다.
며칠 사이 단풍이 짙어진 길가의 빵집 진열대에는
수능 응원 문구와 함께 초콜릿과 사탕이 예쁘게 포장되어
높게, 높게 쌓여 있다.
우리 집 고사미 책상 위에도, 식탁 위에도
여기저기서 받아오고 보내주신 초콜릿과 찹쌀떡이 쌓여 있다.
그걸 바라보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왜 시험을 앞둔 사람에게 엿을 주게 되었을까.
'합격 엿', '수능 대박 엿',
'술술 잘 풀어(휴지 모양 케이스)',
'수능 찍신 강림(포크와 함께 포장된 초콜릿)'
누군가는 장난처럼, 누군가는 간절한 마음으로 선물들을 주고받는다.
'엿을 먹는다'는 표현이 시험이나 합격과 연결된 건 조선시대부터라고 한다.
엿은 끈기가 있고 잘 달라붙는다. 그래서 과거 시험을 앞둔 이들에게 "잘 붙으라"는 뜻으로 엿을 선물하던 풍습이 있었다. 그 마음이 시대를 넘어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다.
이틀 뒤면, 긴 시간을 견뎌온 고사미들이 마침내 시험장에 앉는다.
어제 고사미가 유튜브 영상을 하나 보여주며 말했다.
"엄마, 이거 시험장 유의사항이에요."
무심코 같이 봤다가, 그날 밤 나는 잠을 설쳤다.
유명 유튜버가 실제 시험 당일을 연출한 영상이었는데,
그걸 보다 보니 그제야 실감이 났다.
그 긴 시간을 우리 아이가 잘 견뎌낼 수 있을까.
낯선 교실, 낯선 공기 속에서도 침착할 수 있을까.
머릿속이 복잡해지면서 잠이 확 달아나버렸다.
그래!
수능은 '결과'라기보다 그동안의 시간을 잘 마무리하는 '과정'이다. 초·중·고등학교 공부를 성실히 마치기 위한 과정, 다음 단계를 준비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물론, 많은 수험생이 시험의 결과에 울고 웃겠지만
조금만 멀리서 보면 긴 인생 여정의 아주 작은 한 조각일 뿐이다.
오늘은 밤은 진한 아메리카노 한잔에
엿 하나, 초콜릿 하나로 마음을 쓸어내려본다.
끈끈한 엿처럼,
달콤한 초콜릿처럼,
수험생들의 노력과 믿음이 서로를 꽉 붙들 수 있기를.
“이제, 꼬옥 붙을 시간이다.”
내일모레 시험을 치르는 모든 수험생의 마음이
평안하길 바라며, 고사미의 엄마 마음을 가득 담아, 오늘도 빌어본다.